유시민 대표 선출 야권 지형 ‘요동’… 손학규와 ‘격돌’
유시민 대표 선출 야권 지형 ‘요동’… 손학규와 ‘격돌’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3-29 16:28
  • 승인 2011.03.29 16:28
  • 호수 882
  • 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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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당권-대권 ‘두얼굴(페이스오프)’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오른쪽)가 3월 27일 국회에서 민주당 손학규 대표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두사람은 만남 내내 덕담과 웃음을 나눴지만 4.27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양보할 수 없는 일전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이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과 더불어 구민주계 세력과 손학규 대표 측이 신경전을 벌인다. 외부적으로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의 당 대표 당선으로 야권의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유 대표가 차기 대권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손 대표 보다 우위를 보이고 있어 손 대표 측도 긴장하는 눈치다. 민주당 내외부에서 친노 세력을 둘러싼 쟁탈전도 벌어지고 있다. 반면 당권을 둘러싼 다툼도 치열하다. 대권 출마가 예상되는 손 대표와 유 대표지만 정동영, 정세균 두 인사 역시 대권에 뜻을 두고 있다. 하지만 두 인사에 비해 대중적으로 지지도가 낮다는 점에서 당권에도 욕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내년 있을 총선에서 자파 세력 확보가 우선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권 당권을 둘러싼 계파 속셈을 추적해 봤다.

유시민 원장이 국민참여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민주당 내부의 분위기가 묘하게 틀어지고 있다. 유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실장’으로 불렸던 인물. 그는 최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취임 일성으로 ‘진보세력의 연대·연합을 통한 정권 교체’를 목표로 제시했다. 유 대표의 당선으로 민주당 내부가 긴장하는 것은 손 대표와의 차기 대권 경쟁에서 불가피한 싸움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대표 취임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양극화를 막고, 복지국가의 토대를 마련하며 정치를 개혁하는 등의 세 가지 문제에 대해 미흡했거나 실패했다”며 “우리는 이 빚을 인수해 끝까지 갚아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혼자 힘으로는 어려운 만큼 진보 정치세력과 협력해 남은 빚을 갚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열린 기자 회견에선 “내게 다시 정권 교체를 하고 대한민국을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로 돌려놓으라는 국민들의 소망이 투사(投射)된 것이 아닐까 생각 한다”는 말로 2012년 대선 때 정권 창출 의지를 드러냈다.

유 대표는 지난 3월 20일 비서실장에 김영대 전 열린우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당 대변인엔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 사무총장에는 김충환 전 청와대 업무혁신비서관을 내정했다. 당 체제를 정비한 유 대표는 4·27 재보궐선거 지역 가운데 노 전 대통령 고향인 김해을(국회의원 보선)에서 필승한다는 각오다. 김해을의 승리를 통해 국참당의 한계로 지적되는 의석 확보 문제를 풀겠다는 계산이다. 이와 함께 대선에선 야권 후보 단일화란 승부수를 띄워 ‘제2의 노무현 시대’를 열겠다는 심산이다.

유 대표의 괄목할 만한 행보로 인해 야권에선 국참당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손 대표와 유 대표의 대권경쟁 막이 올랐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유 대표의 차기 대선 예비주자 지지율은 10% 안팎이다. 야권에선 1위를 달리며 손 대표를 앞서고 있다.

이에 대해 천호선 전 국참당 최고위원은 “야권에선 가장 대중적인 인물로 국정운영의 경험도 갖췄다”며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친노세력 쟁탈전 시작

유 대표가 전면으로 등장함에 따라 ‘친노 세력’을 둘러싼 쟁탈전도 벌어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은 얼마 전 “유시민은 친노가 아니다. 남을 위해 정치를 해야지 나를 위한 정치는 곤란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의 오랜 참모였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최근 “손 대표를 지지한다”며 유 대표를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기초의회(광주 서구) 의원, 이해찬 전 총리 등은 유 대표를 후원하는 그룹에 속해 있다. ‘노무현 정신’을 둘러싸고 손 대표와 유 대표 양측의 적통싸움이 친노 진영 분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

손 대표는 지난 21일 경남 김해를 방문,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곽진업 후보와 함께 시장 골목을 누비며 표심잡기에 나섰다. 또 봉하 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만나 민주당에 대한 애정과 지지를 당부했다.

손 대표는 후보자 선출대회 인사말에서 노 전 대통령을 20여 차례나 언급하면서 “노무현 정신을 김해에서 실현하고 새 역사를 써 나가자”고 강조했다. 여사와 만난 자리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실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권 여사는 “후보 단일화를 이뤄 좋은 결과를 얻길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날 면담에 곽진업 후보가 동석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봉하마을의 ‘선거 거리두기’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권 여사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어떠한 후보와도 면담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친노 인사인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과 김영춘 박주선 최고위원을 김해 선대위원장으로 임명, 최근 김해에서 선대본부 출범식을 갖는 등 유 대표의 친노세력 추스르기에 정면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손 대표와 유 대표의 신경전이 민주당 내부에서 대권-당권파간 세력싸움으로 확산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다.


손학규 분당출마설의 이면

유 원장의 부상으로 손 대표의 행보도 분주해졌다. 민주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손 대표의 분당 출마가능성은 복잡한 정치적 셈법이 깔려 있다. 이번 4월 재보선에서 민주당은 분당을에 뚜렷한 카드가 없다. 손 대표가 정면으로 나서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 손 대표 ‘분당 차출론’의 명분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당내 손학규계와 DY(정동영)계의 계파 갈등이 숨어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손 대표 입장에서는 한나라당 텃밭인 분당을에 등 떠밀려 출마해 패배할 경우 향후 대권 행보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승리하면 물론 당내 위상 강화 및 차기 대권레이스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 손 대표에 대해 분당을 차출론을 강력히 주장하는 쪽은 대부분 DY계다. 정작 정 최고위원 본인은 손 대표 출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그가 당권과 대권 사이에서 저울질 하는 상황에서 경쟁자인 손 대표의 패배는 곧 자신에겐 기회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 측근들은 “DY측이 대권 라이벌인 손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려는 의도가 있다”며 맞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분당을 출마냐, 불출마냐”이지만 ‘뿌리’는 대권 라이벌인 ‘손학규-정동영’의 대선 경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정 최고위원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승용 의원은 최근 일부 언론과의 통화에서 “당이 필요로 한다면 출마하는 것이 좋다”며 “분당에서 한나라당이 강세라고 해도 분열조짐도 있어 사정이 나쁘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악의 경우 손 대표가 분당을에 불출마하고, 강원도 선거에서도 진다면 지도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오히려 분당을에 출마하면 강원도 패배의 책임은 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동영계 한 의원은 “한나라당 지역세가 강한만큼 본인도 나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재보선이 현 정부의 심판론으로 흐르게 된다면 명분이 있기 때문에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출마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 대표 특보단 간사인 신학용 의원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진보진영이 승리한 사례가 전혀 없는 지역에 출마하라는 손 대표 출마 권유는 ‘흔들기’, ‘떠밀기’”라며 “제1야당 대표를 흔들고 사지로 등을 떠민다는 것이 정치 도의상 타당한 일이냐”고 비판했다.


‘김해대전’ 본격 세몰이

손 대표와 유 대표의 묘한 신경전이 가속화 되자 정치권 이목은 김해을로 집중되고 있다. 4월 김해을 보궐선거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에게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국회의원 1석을 더 얻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김해을이 노 전 대통령의 고향인 만큼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자처한 두 정당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1, 2위를 다투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참여당 대표에게 김해을 선거가 갖는 의미는 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손 대표는 경기도와 강원도에 이어 영남지역 교두보를 마련하고 대중적인 존재감과 당내 지지세력을 확장할 수 있다. 국참당이 승리할 경우 유 대표는 향후 19대 총선에서의 단일화 협상에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김해을 선거가 두 유력 대선주자들의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손 대표는 지난 3월 23일 경남 김해를 방문,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당 최고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지도부 회의를 열었다.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한지 이틀 만에 다시 내려간 것을 보면 손 대표가 김해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손 대표는 이날 김해 장유스포츠센터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 당 지도부를 포함해 1000여명이 참석하는 선대위 출범식으로 대대적인 세과시를 했다.

유 대표도 지난 24일 김해로 내려가 봉하마을을 방문했다. 유 대표는 2기 지도부와 함께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 여사를 면담했다. 유 대표는 보궐선거가 끝나는 날까지 김해에 상주할 계획이다. 국참당은 민주당에 맞서 유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는 손 대표와 유 대표의 진검승부가 한 달 여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민주당 내부의 소용돌이는 당분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글=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사진=정대웅 기자] photo@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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