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노무현 정부 로비스트 H씨 “MB정부 충격비리 폭로하겠다”
[단독]노무현 정부 로비스트 H씨 “MB정부 충격비리 폭로하겠다”
  • 오하나 프리랜서
  • 입력 2012-06-18 10:40
  • 승인 2012.06.18 10:40
  • 호수 946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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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시절 특혜를 입고 급성장한 것으로 알려진 A사가 다시 정치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A사의 고위인사 H씨가 노무현 정부에서 거물급 로비스트로 활약을 했을 뿐 아니라 MB정부에서도 초대형 이권 사업에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어서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H씨가 노무현 정부시절 로비리스트를 MB정부에 제공하고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야권에서는 7월 본격화 될 대선 레이스를 앞두고 MB정부와 H씨의 로비커넥션을 캐고 있다는 소문이 정가에 파다하다.

H씨, 김대중·노무현·이명박 3대 정권 활약한 초대형 로비스트 ‘시한폭탄’

정치권의 한 소식통에 따르면 H씨가 MB 정부의 비리를 폭로하기 위해 최근 야권과 은밀히 접촉해 물밑조율을 하고 있다. 야권에서는 일단 H씨가 폭로하려는 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H씨가 사법처리를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야권에서는 H씨와의 접촉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H씨와의 접촉과 관련해 야권 내부에서는 H씨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는 신중론도 대두되고 있다. H씨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인물인데다 지난 정부에서 특혜를 입어 로비 혐의로 검찰 조사 끝에 사법처리 된 적 있다.

최근 H씨는 또 다시 사법처리를 받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한동영 부장검사)는 지난 2월 경 음성직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64)을 뇌물수수·업무상 횡령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이어 음 전 사장에게 금품을 건넨 H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뇌물공여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음 전 사장은 지난해 3월까지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을 지내며 지하철 역사 내 상가 임대 사업과 관련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H씨로부터 2008년 9월부터 2009년 4월까지 16차례에 걸쳐 16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음 전 사장은 중국 유학 중인 딸 혹은 며느리 명의로 송금을 받아 온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당초 K씨가 수억 원이 든 돈 가방을 음 전 사장에게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했지만 관계자 진술이 엇갈리는 등 혐의 규명이 어려워 이 부분은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호한 H씨의 실체 혼란

MB정권 초기 정치권에서는 참여정부에서 활약한 거물급 로비스트가 존재하며 이 로비스트를 통해 참여정부의 비리가 드러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바로 H씨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H씨가 참여정부시절 정권 핵심부와 유착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러 소문이 돌았으나 이내 소문은 의문으로 번졌다. H씨가 지하철 지하상가 사업자로 제 2의 전성기를 맞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H씨가 MB정부에도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로비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사정기관에서는 H씨에 대해 별도의 움직임이 없었고 이후 H씨는 점차 정치권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박연차 회장에 이어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검찰조사로 세상이 떠들썩한 가운데서도 H씨의 사업은 순탄하게 잘 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0년부터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검찰에서 H씨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결국 H씨는 다시 검찰에 구속되기에 이르렀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H씨는 최근 자신이 MB 정부에 이용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동시에 자신의 로비 내용을 폭로할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지하철상가 임대 비리와 관련하여 검찰에 구속된 H씨가 자신의 로비내역을 밝히겠다며 접촉 해오고 있어 관련 내용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인사에 따르면 H씨는 “MB정부는 초기 나에게 먼저 제안을 했고 나는 그 울며 겨자 먹기로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인수위의 핵심 멤버 가운데 한 사람이 노무현 정부의 로비 내용을 제공하면 나를 살려주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해왔다는 것이다.

MB정부가 들어서기 직전인 1월 말경 인수위의 핵심 중 한명인 Y씨는 H씨를 서울 소재 모처로 불러들여 “노무현 정부의 로비 내용과 비리 내용 등을 모두 털어 놓으면 큰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H씨의 잘못은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다.

H씨는 한동안 고민하다 이 제안을 받아 들였고 이때부터 양쪽은 밀월관계를 유지하게 됐다는 게 야권에서 파악한 내용이다. 이 말대로라면 H씨는 여야 모두에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다.

현 정권 로비리스트 존재하나

여권과 청와대는 H씨의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되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야권에 접촉을 시도하는 것을 두고 정치권 일부에서는 “H씨가 현 정권으로부터 이용당하고 버려졌다는 내용을 폭로하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또 H씨가 차후 상황에 따라 MB정권의 로비 내용만 폭로할지 지난 정권의 로비 리스트도 폭로할지 불명확하다. 현재 H씨는 현 정권이 자신을 속였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폭로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여권의 대응이 없을 리 만무하다. H씨가 정치권 핫이슈로 부상하게 되면 지난 정권의 로비 리스트까지 거론될 수 있어 야권 입장에서는 H씨가 뜨거운 감자인 셈이다.

김대중 정부시절 월드컵 관련 사업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 H씨는 지하철역사 내 점포임대 사업을 하며 조성한 수백억 원대의 비자금으로 P씨와 B씨 등 정치권 인사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사세를 확장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야권 소식통에 따르면 H씨에 대한 검찰 조사 배후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이 지목되고 있다. 김 전 기획관이 감사원을 움직여 2010년 상반기에 A사에 대한 표적 감사를 실시하고 같은 해 10월경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H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일 당시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음 전 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는 참여정부 시기로 말하자면 H씨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금품로비를 벌인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H씨가 이국철 전 SLS 그룹 회장과 유사하다는 말도 나온다.

H씨가 야권과 접촉하고 있다는 말이 돌면서 검찰도 H씨와 주변 측근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H씨에 대한 조사는 정치권 유착관계에 대한 것이 아니라 개인 비리에 초점이 맞춰졌다”며 “또 H씨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로비 내용을 제대로 진술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 입장에서는 H씨가 정치 로비스트라고 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H씨의 혐의 내용을 봤을 때 추가로 정치권 커넥션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 그가 이런 내용을 폭로할 경우 정치권에 논란이 일수도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편 입점 희망업체들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수십억 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지난 1월 검찰에 구속기소된 H씨는 음 전 사장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추가기소됐다.

H씨는 세금 채납과 더불어 본인 명의 재산이 없어 돈을 빌리더라도 이를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는데도 변제를 약속하면서 “지하철 좋은 매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속여 2009년 6월부터 2010년 1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피해자들로부터 72억2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도 받고 있다. 

<오하나 프리랜서>
 

오하나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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