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대통령들의 ‘쩐’의 전쟁
전·현직 대통령들의 ‘쩐’의 전쟁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06-18 10:36
  • 승인 2012.06.18 10:36
  • 호수 946
  • 1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권력에 휩싸여 돈의 유혹 못 벗어난 그들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전·현직 대통령들이 돈 때문에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29만 원밖에 없다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육사발전기금으로 1000만 원을 내고 육사생도들의 사열을 받아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자금을 맡아 관리했던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 회장이 그 돈을 마음대로 썼다며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와 함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인 정연씨가 미국 내 부동산 구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서면조사를 받았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 아들 시형씨의 내곡동 사저 토지 매입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되면서 국민의 분노가 끓어오르고 있다.
이밖에 박정희·김영삼·김대중 대통령 모두 이미 비자금과 친인척 및 측근들의 비리로 인해 국민의 의혹과 지탄을 산 바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비리문제가 더 있을 것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제외하고는 최고 권력을 누리면서 동시에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요서울]은 그동안 일었던 전·현직 대통령들의 ‘쩐’의 전쟁을 다시 한번 짚어본다.

대통령들의 정치자금·통치자금과 관련된 소문이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소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전·현직 대통령들이 국민들에게 안겨준 실망감과 공허함이 크다는 방증이라며 차기 대통령만큼은 친인척 비리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 대통령, 재산몰수 방식 동원

박 전 대통령의 재산이 얼마 정도 되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하지만 국가헌납 또는 강제로 개인재산으로 편입한 사례는 남아 있다. 현재까지도 박 전 비대위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정수장학회(옛 부일장학회)가 대표적이다.

부일장학회는 2,3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삼화고무와 부산일보 등을 운영했던 김지태씨가 1958년 설립한 장학회다. 하지만 1961년 5·16 쿠데타 발생 직후 김씨는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됐다. 김씨는 1962년 석방 대가로 자신이 소유한 부산일보, MBC, 부산MBC 주식과 함께 장학사업을 위해 마련해 둔 10만여 평의 토지를 국가에 헌납했다. 박 대통령은 헌납 받은 재산으로 ‘정수장학회’를 설립했다.

지난 2005년 7월 국정원진실위원회는 “부일장학회 헌납 과정에서 박정희 당시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개입된 사실을 찾아냈다”고 밝히며 “재산을 환원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정수장학회 측은 이미 공익재단으로 바뀐 상황에서 환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지금까지 버티고 있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를 소유하고 있으며 MBC 지분 또한 보유하고 있어 그 재산이 막대하다는 것이 통설이다.

정수장학회와 함께 영남대학교 취득 또한 논란이 되고 있다. 영남대학교는 대구·경북지역에서 손꼽히는 명문사학으로 설립자는 최준 선생이다. 최선생은 영남대학교 설립 후 학교의 발전을 위해 삼성 측에 학교를 넘겼다. 하지만 이른바 ‘사카린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삼성 측이 학교를 국가에 헌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남대학교는 현재까지 전국 최대 학교 부지를 소유한 학교로 그 재산 규모를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그런데 이 대학 7명 이사 중 4명이 박 전 위원장이 ‘설립자 유족’ 자격으로 추천한 인물이어서 학교 내부에서는 학교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박 전 위원장이란 얘기가 돌고 있다. 이에 대해 여전히 박 전 위원장은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이 때문에 야당에서는 박 전 위원장에게 정수장학회와 영남대학교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런 요구는 12월 대선 때까지도 이어질 수 있어 정치권에서는 박 전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경제 성장의 주역’이라는 명예로운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독재자’라는 오명과 함께 억압적인 방법으로 재산을 축적했다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육사 동기생들의 천문학적 비자금 축적

박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발견된 막대한 비자금으로 인해 국민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이들은 가족들을 비롯해 친인척들에게 비자금을 분산해 놨다. 이들 가족들과 주변 인물들의 비리 또한 어마어마해 지금까지도 국민들에게 ‘비리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있다.

우선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7년 대법원에서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낸 추징금은 532억 원으로 아직까지 1673억 원가량이 미납된 상태다. 특히 2004년 29만1000원의 추징금을 내며 ‘전 재산은 29만 원’이라고 밝혀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전 전 대통령이 축적한 막대한 비자금은 가족들을 통해 분산됐을 것이라는 의혹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출판시장의 선두업체인 시공사 설립과정에서 재국씨에게 막대한 비자금이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출판 시장에서 돌고 있다. 또한 둘째 아들인 재용씨와 처남인 이창석씨 소유의 회사에서 골프장 회원권 142매를 매물로 내놓으면서 회원권 매입자금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됐었다. 이밖에도 경기도 오산과 용인의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증여세와 양도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돼 매입자금이 숨겨놓았던 비자금이 아닌지에 대한 의혹도 일었다. 특히 재용씨가 아내인 박상아씨 명의로 구입한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의 주택 구매자금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일었다.

전 전 대통령은 자녀와의 의혹 외에도 동생인 경환씨, 사돈인 장영자·이철희 부부, 처남 이창석씨의 비리로 인해 곤욕을 치렀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 육사발전기금으로 1000만 원을 내고 육사생도들의 사열을 받아 다시 한번 국민의 비난을 받았다.

일부 성난 국민들은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면서 어떻게 1000만 원을 낼 수 있는지 설명하라”, “자녀들과 부인에게 흘러들어간 돈이 있는지 다시 한번 면밀한 조사를 통해 추징금을 모두 받아내야 한다”, “남은 추징금만큼 강제노역을 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 전 대통령과 육사 11기 동기인 노태우 전 대통령도 2629억 원대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2397억 원을 납부해 현재는 231억 원만 남은 상태다.

그런 노 전 대통령도 자신과 친인척 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샀다. 고종사촌 동생인 박철언 전 의원은 슬롯머신업자로부터 6억 원을 받은 혐의로 김영삼 정권 때 구속되었다.

또한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전에 70억 원, 그 뒤 50억 원을 동생인 재우씨에게 건넸다.

법무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일부가 재우씨에게 흘러들어간 것을 확인, 재우씨를 상대로 120억 원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비자금 120억 원을 국가에 반환하고 이와 함께 지연손해금 또한 내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은 국가가 동생을 상대로 반환받는 돈 가운데 일부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지만 결국 소를 취하했다.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은 정부의 법 집행에도 자신의 불법 비자금을 돌려받으려 ‘뻔뻔함’을 보인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최근 노 전 대통령은 424억 원의 비자금이 더 있다며 사돈인 신명수 전 신동방그룹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 1995년 검찰 수사에서 신 전 회장에게 230억 원의 비자금을 맡겼다고 밝힌 상황이며 이번 진정으로 424억 원을 되찾을 경우 추징금 231억 원을 모두 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추징금을 빌미로 남은 돈을 받기 위한 꼼수”, “찾아보면 숨겨놓은 재산은 더 있을 것”이라며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소통령’ 현철씨, YS 후광 업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선거자금 명목으로 3000억 원을 건넸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금융실명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구속,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등 개혁적인 모습을 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아들 현철씨와 측근들의 비리로 인해 궁지에 몰렸었다.

현철씨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소통령’으로 불리기까지 했다. 당시 현철씨는 PCS 사업자 선정과 한보 특혜대출과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결국 현철씨는 한보사태와 관련돼 구속되었다.

수사를 맡았던 심재륜 대검 중수부장은 현철씨가 이모 씨를 통해 50억 원, 김기섭 전 안기부 운영차장을 통해 총 70억 원 등 모두 120억 원의 비자금을 관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현철씨는 ‘소통령’으로 YTN 사장 인사개입, 신한종금 경영권 분쟁 개입 등과 같은 이권에 개입하며 32억 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현철씨의 비리문제로 인해 김 전 대통령은 ‘식물대통령’이 돼버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DJ, 아들 둘 때문에 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비자금과 관련해 소문이 나돌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런 김 전 대통령이지만 홍업·홍걸 두 아들의 비리문제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홍걸씨는 체육복권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 주식 6만6000주와 타이거풀스 계열사 주식 4만8000주를 받았으며, 고층아파트 건립승인 대가로 D사로부터 2억 원 등을 받는 등 총 15억4400만 원 등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또한 대우그룹 구명로비와 관련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씨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이 끝까지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했지만 의혹에 중심에 서있던 것만으로도 큰 비난을 받았다.

홍업씨는 삼보판지, 성원건설, 대한주택공사, 예금보험공사 등 기업체와 국가기관 등의 업무와 관련해 청탁을 받고 청와대, 검찰, 국세청 등을 통해 이를 해결해주는 대가로 총 22억8000만 원을 받아 구속 기소됐다.

김 전 대통령은 3남인 홍걸씨에 이어 차남인 홍업씨가 검찰에 구속되자 “저는 지금 고개를 들 수 없는 심정으로 국민 앞에 섰다”며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며 참담해했다.

노무현, 죽음으로 의혹 잠재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참지 못하고 부엉이 바위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헌정 사상 자살을 택한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대통령 자신과 관련해 비리 의혹이 일었지만 실체가 밝혀진 것은 없다. 다만, 최근 형 건평씨 주변 인물 계좌에서 수백억 원의 뭉칫돈이 발견됐다는 검찰의 발표로 인해 ‘이 돈이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지만 곧바로 “노건평 씨와 연관 짓는 것은 위험하다”며 한 발짝 물러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검찰 수사에서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 권양숙 여사의 보좌를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 간부 2명이 계설한 계좌에서 총 20억 원 이상의 돈이 발견됐다는 정보를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보 입수 경로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의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노 전 대통령도 형인 건평씨가 어려움에 놓인 세종증권을 농협에 팔 수 있도록 도와주고 대가를 받았다는 혐의로 2008년 구속되면서 친인척 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또한 최근 딸 정연씨가 미국 내 부동산을 매입하면서 사용된 돈의 출처 의혹으로 인해 서거한 지 3년이 지난 후에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MB, 측근들로 인해 시끌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측근들로 인해 곤욕을 치러왔다. 상왕이라 불렸던 형 이상득 전 의원과 ‘정치 멘토’역을 수행했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등이 항상 각종 의혹에 이름이 거명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집권 말기 권력 누수현상을 보이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과 함께 파이시티 인허가와 관련해 알선수재혐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SLS 구명로비와 관련해 보좌관이 구속되면서 실제 몸통은 이 전 의원이지 않느냐는 의혹 어린 시선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씨는 최근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에서 시세보다 싼 가격으로 구매를 해 특혜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검찰이 수사를 통해 무혐의로 결론내렸지만 오히려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심지어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검찰 수사를 믿을 수 없다며 특검까지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은 이밖에도 ‘엄청난 규모의 통치자금이 있을 것이다’, ‘분산된 정치자금 중 일부를 누가 관리하고 있다더라’는 등의 소문에 휩싸여 있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