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의 하나회’로 또 다시 거듭나나
‘사법부의 하나회’로 또 다시 거듭나나
  • 이석 
  • 입력 2005-09-26 09:00
  • 승인 2005.09.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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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신임 대법원장의 취임으로 법원내 사조직인 ‘우리법연구회’(이하 우법회)가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참여정부 초기 우법회는 강금실 당시 법무장관과 박범계 대통령 민정비서관, 장락원 청와대 행정관 등을 배출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우법회=사법부의 하나회’라는 별칭도 이때 얻었다. 지난 14일 우법회 출신인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의 임명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우법회가 또다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우법회 출신이 향후 법원 내의 ‘파워 그룹’으로 대두될 것에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우법회 회원들이 최근 대거 탈퇴를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진행될 대법관 인선작업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수순이 아니겠냐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우법회 멤버 중에서 이 대법원장의 총애를 받을 것으로 지목받는 인물은 현재 이광범 부장판사(사시 23회)를 포함해 이홍철 부장판사(사시 23회), 정진경 부장판사(사시 27회), 홍기태 부장판사(사시 25회), 이용구(사시 33회), 신인수(사시 39회), 정진경(사시 27회), 임희동(사시 16회), 유승룡(사시 32회), 이정렬(사시 33회), 박상훈(사시 26회) 판사 등이다. 이들은 향후 법원 내에서 요직을 맡으며 이 대법원장과 함께 법원의 보수화 색채를 누그러뜨리는 임무를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이광범 광주고법 부장판사의 경우 차기 대법관 후보 0순위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81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86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 94년 서울 고등법원 판사, 2003년 법원행정처 송무국장 등을 거쳤다. 최근 있었던 이용훈 대법원장의 국회 청문회 준비도 이 부장판사가 총괄 지휘했고, 이 대법원장의 업무 인수 준비도 현재 이 부장판사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정열 서울 남부지법 판사도 차기 대법관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인 지난 9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는 97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판사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전공노에 대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려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종교적 이유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처음으로 무죄판결을 내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란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기도 했다. 같은 우법회 출신인 이 대법원장과도 코드가 잘 맞는 편이다. 이번 국회 청문회 때도 이 판사가 일정부분 준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향후 요직에 앉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법원가 안팎에서는 관망하고 있다. 이용구 법원행정처 판사의 경우 지난 2003년 8월 대법관 제청파동 당시 소장판사들의 연판장 서명을 주도했던 인물.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당시 서울지법 북부지원에 있던 이용구 판사는 법원 내부 게시판에 글을 올린 뒤, 전국 법관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동참을 호소했다. 이 판사는 이메일에서 “권위주의 청산을 위해 노력해온 10여년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는 대법관 후보자 제청이 있기를 기대한다”며 대법원장의 재고를 촉구했다.

때문에 이 판사도 향후 중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직은 아니지만 지난 2003년 8월 대법관 제청과정에서 불만을 표시하면서 사표를 냈던 박시환 변호사(사시 21회)를 비롯해 강금실 전 법무장관(사시 23회), 김종훈 변호사(사시 23회) 등도 요직에 앉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우법회 창립 멤버였던 강금실 전 장관과 김종훈 변호사의 경우 차기 대법관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경우 그동안 우리법연구회의 정신적 지주로 통했다”면서 “이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이 법원 내에서 중책을 맡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우리법연구회 회원들이 이용훈 대법원장을 암암리에 지원했다는 사실은 법원 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것 아니겠냐”면서 향후 전개될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광범 광주고법 부장판사, 김종훈 변호사 등이 최근 우법회를 탈퇴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법원 내 비공식 모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일부 모임이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돼 보도되고 있다”는 의원들의 질문에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이 이 대법원장의 의중을 미리 읽고 부담을 덜기 위해 우법회를 탈퇴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당사자들은 이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한 소장판사는 “법원 내에서 우리법연구회가 정치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과거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우리법연구회는 순수한 연구 모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이 대법원장의 인선이 있기 전부터 우리법연구회 멤버에 대한 거취 문제가 논의돼 왔다”면서 “이 대법원장이 인사 청문회에서 말한 것은 이들의 탈퇴를 알고 난 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우법회는 어떤 곳? - 법률 연구와 사법개혁 연구하는 모임으로 출발

우리법연구회는 지난 88년 2월 2차 사법파동 때 김종훈 변호사, 박시환 변호사, 강금실 전 법무장관 등이 만든 모임이다. 현재 부장판사 20여명을 포함해 150여명의 판사와 변호사가 이 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법률 전문 직업인의 비판적 시각에서 모든 법률 문화 현상을 조사·연구해 민주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창립 회칙에서도 볼 수 있듯이 모임의 활동은 법률 연구와 사법개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 초기 이 모임 소속인 강금실 전 법무장관과 박범계 대통령 민정비서관, 장락원 청와대 행정관 등 10명이 법원 안팎의 요직에 진출하면서 지나치게 정치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법회를 놓고 ‘사법부의 하나회’라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우법회는 최근 정치세력화를 우려한 외부의 비판적 시각을 경계하며 스스로 내부 변화에 나섰다. 지난 4일 우법회 창립멤버인 김종훈 변호사, 이광범 광주고범 부장판사, 김종훈 변호사가 탈퇴를 선언했다. 이후 상당수 멤버들의 ‘탈퇴 도미노’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같은 시도마저도 정치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법관 인선을 앞두고 이용훈 대법원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지작업 차원이 아니겠냐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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