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데스노트(공천 살생부) 뜬다”
“19대 총선 데스노트(공천 살생부) 뜬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1-03-22 10:43
  • 승인 2011.03.22 10:43
  • 호수 881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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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국회의원 불법후원금 조사 2011년에도 ‘쭈우욱’
2011년 상반기 선관위 불법후원금 일괄 고발조치…

검찰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에 대한 조사가 2011년 초에도 계속되고 있다. 2010년 말 청목회 입법로비 사건 이후 농협 정치후원금 불법모금 의혹 수사, 광주은행 노조 불법 후원금 수사, 남광토건 ‘쪼개기 후원’, 최근엔 KT 자회사인 KT링커스 불법 후원금 수사에 이어 집권 여당 유력한 대권 후보로 간주되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쪼개기 후원금’ 조사까지 전방위로 벌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치권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움직임이 일었다. 하지만 국민들의 정자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인해 소강국면이다. 문제는 작금의 정치자금법이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적용돼 여야 정치권의 불만이 폭발직전이다. 특히 정치권에서 추진중인 사법개혁안에 대한 사법부의 반발이 아니냐는 의혹도 보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내년 19대 총선에서 299명 국회의원 누구도 후원금에서 자유스럽지 못하다는 점에서 현재 권력집단의 ‘공천 살생부’ 수단으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검찰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 조사가 멈출줄 모르고 있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중이다. 단초가 된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이하 청목회) 입법 로비의혹 이후 김문수 도지사 ‘쪼개기 후원’까지 전현직 국회의원에 대한 후원금 조사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중앙에선 서울 북부지검(이창세 지검장)이 주도하고 있다. 북부지검에서 공판중인 청목회 입법로비의혹사건은 검찰 인지 수사로 유일하다. 최규식, 이인기 의원 등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후원금 1000만 원 이상 받은 인사 11명이 거론됐다. 현재 2차 공판이 진행중으로 재판에선 후원금이 청목회 회원 자금이었는 지 의원들의 인지여부와 청탁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민주당 문석호 전 국회의원이 에쓰오일로부터 청탁과 함께 소액후원금형식으로 5천500만 원을 받아 벌금 1000만 원에 처해 의원직을 상실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불법정치후원금 모금 의혹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아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가 하고 있다. 이는 선관위가 2009년 하반기부터 2010년 지방선거전까지 2010년 상반기 회계보고서 검토를 통해 불법적인 요소를 발견해 검찰에 고발조치한 사안이다. 농협의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은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의원 18명에게 의원 1인당 2000만 원을 후훤하는 목표를 세우고 직원 3600여 명을 대상으로 모금을 한 의혹사건이다.


청목회만 검찰 인지 나머진 선관위發

특히 농협 후원금 사건은 중앙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해당 상임위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역구 의원들까지 초긴장 상태다. 수도권 지역구 의원실 한 관계자는 “농협은 중앙에만 1만5000명에 자회사까지 합친다면 7만 명, 조합원은 2백만 명에 이르는 거대 공룡조직”이라며 “단일 규모로 최대에다 중앙회가 권한이 막강해 오더가 내려가면 전국 지역단위까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는 점에서 지역구 국회의원들 어느 누구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지난해 말 선관위가 고발조치해 의정부 지검은 의정부·양주·동두천 지역 농협중앙회 지부와 단위농협 12곳을 압수수색했다. 단순히 불법 후원금 수사를 넘어 상당한 수준의 조직적인 범죄가 이뤄진 게 아니냐는 의혹마저 일었다.

이밖에도 지난해 10월 선관위가 2010년 상반기 회계보고서 검토 및 관련자 소환조사를 통해 검찰 고발조치한 사례는 더 있다. 광주시 선관위는 광주은행 노조 광주·전남 국회의원과 자치단체장 또는 후보자에게 ‘쪼개기’ 형태로 후원했다며 같은해 11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충북 제천시 선거관리위원회 수사의뢰에 따라 청주지검 제천 지청도 남부토건의 사무실을 비롯해 직원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남부토건의 임직원 54명의 명의로 50만원씩 2700만 원을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에게 후원했다는 것이다.


불법후원 연루의혹 100여 명 넘을수도

또한 선관위 의뢰로 서울 영등포 경찰서에선 산재의료원 노조가 투쟁기금을 마련해 국회 환노위 소속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후원금 제공건, 한국은행이 한은법 개정안 입법과정에서 후원금 모금을 통한 지식경제위원을 대상으로 한 입법 로비 의혹, 국내 유명한 방산업체인 K업체의 경우 직원 1500명을 대상으로 1인당 10만 원씩 강제적으로 국방위원들에게 후원하도록 한 사건, 신용협동조합 중앙회가 직원들 명의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에게 거액의 후원금 제공 의혹 등 검찰은 국회의원 후원금 관련 수사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최근 들어서 눈길을 모으는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 조사는 KT 자회사인 KT링커스 노동조합으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사건이다. 역시 선관위의 고발로 촉발된 불법후원금 사건으로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중이다. 한나라당 김성태, 남경필, 민주당 변재일 의원 등 여야 전현직 국회의원 13명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KT링커스가 노조의 이해관계 및 공중전화사업으로 인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지식경제위원회 등에 소속된 의원 등 다양하게 연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의 국회의원 불법 후원금관련 수사가 여야, 상임위, 지역에 상관없이 벌어지는 가운데 급기야 집권여당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김문수 도지사까지 ‘쪼개기 후원금’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여의도는 폭발직전까지 갔다. 김 도지사의 수사 의뢰는 이미 작년 10월 초 선관위에서 검찰에 고발조치를 한 사안으로 5개월이 지나 3월 초에 터졌기 때문이다. 특히 시점이 정치권에서 정치자금법에 대한 개정 움직임과 맞물려 있는데다 사법개혁안 추진 움직임까지 겹치면서 ‘검찰 음모론’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한 마디로 정치권 길들이기라는 관측이다.

김 지사의 경우 작년 6·2지방선거 당시 경기도로부터 지원을 받은 대원고속 임직원으로부터 쪼개기 후원금 3억 원, 경기고속 노조원으로부터 10만 원씩 3억 원, 경기신용보증재단 직원으로부터 6000만 원이 입금돼 선관위로부터 고발 조치당했다. 이에 김 지사는 “난 쪼개기 후원금인지 몰랐다”, “대가성 없이 투명하게 지원됐다”고 억울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집권 여당을 비롯해 야권 인사들은 검찰이 ‘입법기관에 대한 유린이 도를 넘었다’며 분개하고 있다. 급기야 정치권 일각에선 ‘선관위-검찰 공조설’에 ‘청와대-검찰 교감설’까지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일었다. 수사의 주체는 검찰이지만 청목회 로비의혹사건을 제외한 선관위 고발이 단초가 되면서 여야 국회의원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 한 담당자는 “말도 안된다”며 “우리는 매년 국회의원 후원회 회계보고서를 검토한다”며 “통상 2009년 하반기부터 지난 지방선거전까지 회계보고서를 조사해 2010년 10월달에 검찰에 고발하던지 행정조치를 취해왔다”고 해명했다. 현재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중인 불법 후원금 조사가 선관위 고발조치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시인했다. 하지만 일상적인 업무라는 해명이다. 그는 “현재 청목회를 제외하고 터져나오는 불법 후원금 조사는 지난해 10월 11일 우리가 검찰에 고발조치한 내용들이다”며 “하지만 터져 나오는 시점을 보면 검찰이 일부러 흘리는 듯한 인상이 있다”고 선관위와 무관함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국회나 검찰, 법원은 국가권력기관으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며 “정자법 개정 움직임, 사법개혁 추진, 4월 재보선 등과 얽히면서 두 권력기관간 파워 게임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선관위, “2010년 하반기 후원금 조사중”

선관위 관계자 역시 현재의 정자법이 보완돼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했다. 그는 “현재 선관위내부에서도 정자법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자발적 후원문화 조성과 국민 법감정 사이에 괴리감이 있는데다 입법부와 사법부 이해관계와 얽혀 있어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현재 선관위는 국회의원 후원금 관련 하반기 회계감사를 진행중이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부터 2010년 12월까지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재차 불법적인 혐의가 나올 경우 검찰에 상반기 내 고발조치를 할 예정이다. 재차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불법 후원금 수사는 계속 터질 공산이 높다.

한편 야권 보다는 여권이 검찰 후원금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자당내 잠룡인 김문수 도지사가 구설수에 오르면서 ‘검찰-청와대 교감설’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 지사에 대한 검찰 조사는 청와대 보고 사안으로 청와다가 진작 인지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김문수 죽이기’라는 시각마저 대두되고 있다. ‘이재오 대망론’과 맞물려 친박내에선 친이 진영이 분열되는 반증이라는 시각마저 내놓고 있다.

나아가 친박계내에선 살아 있는 권력인 친이 핵심부가 내년 19대 공천 과정에서 ‘문제 있는 후보’에 대해 불법 후원금 조사를 들어 ‘솎아내기용’으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도 나왔다. 친이 친박에 친이재오 친이상득 소장파로 나뉘어진 상황에서 자파 인사를 공천시켜야 하기 때문에 경쟁자를 낙마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칼춤은 검찰이 추고 있는 형국이지만 불법후원금 조사에 따른 자료를 담은 ‘데스노트’(공천 살생부)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계파간 희비가 엇갈릴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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