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4대 관전 포인트

4·2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막판 힘겨루기에 접어들었다. 이번 재보선은 MB정권 후반기 국정운영의 주도권 싸움으로도 함축된다. 각 당을 대표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선거지역을 방문하며 열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최근 강원도를 방문하면서 이 지역 정가가 요동치고 있고, 손학규 민주당 대표 역시 의미심장한 발언을 이어가며 맞불작전에 나선 상황. 4월 재보선의 4대 지역 선거전을 따라가 봤다.
4월 재보선 승리를 위한 여야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선거 승패에 따라 국정운영 주도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이 패배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정권 후반기 레임덕에 봉착할 수밖에 없고, 여권은 후폭풍에 시달릴 공산이 높다.
이번 재보선의 최대 승부처는 강원도지사 선거가 될 전망이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자격상실로 인해 여야의 민심이 교차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 ‘이광재 동정론’이 불어 닥치면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전통적 텃밭을 내줘야 한다는 불안감이 공존한다.
경기 분당을 국회의원 선거도 주목해야할 지역이다. 2012년 대선과 총선 전 수도권 민심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여권이 강원과 분당을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텃밭에서 자리를 내주는 데에 따른 후폭풍이 그만큼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남 김해을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출마 선언으로 판이 커졌고, 전남 순천은 민주당의 무공천 전략에 따른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강원도, “바닥민심이 여전히 관건”
강원지사 선거는 MBC 사장 출신들의 양강 구도로 흐르고 있다. 한나라당 간판을 달고 나선 엄기영 후보가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권과 두 자릿수 격차를 보이고 있다.
춘천KBS가 지난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RDD방식(무작위 추출)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엄 후보는 50.5%를 얻어 민주당 최문순 후보(29.0%)를 21.5%P 앞질렀다.
RDD방식은 기존 여론조사가 KT전화번호부에 등재된 가구만 대상으로 하던 것에서 벗어나 비등재가구까지 조사한다. 지난 달 26일과 27일 양일간 뷰엔폴이 RDD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두 후보의 격차가 6.9%P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이번 KBS조사에선 상당한 격차를 보인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끈다.
KBS가 후보적합도를 묻는 조사에서 엄 후보(35.0%)는 최 후보(15.9%)를 두 배 이상 앞질렀고, 이 밖에 최흥집(7.6%) 조일현(4.6%) 후보가 뒤를 이었다. 당선가능성을 물은 질문에서도 엄 후보(40.3%)는 최 후보(11.8% )를 크게 앞섰다.
조사결과 대로라면 추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후보 경선에서 엄 후보와 최 후보가 각각 우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지사 선거가 양강 구도를 보이는 가운데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강원도 춘천을 찾으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는 선거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한나라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포석이 깔려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5일 ‘한나라당 2018 평창동계올림픽유치특위 발대식’에서 축사를 위해 당 특위 고문 자격으로 참석했지만 재보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방문했기 때문에 이 같은 분석이 나온 것.
당 지도부는 박 전 대표의 공식적인 지원유세를 원하지만 정작 본인은 ‘선거는 당 지도부 중심으로 치른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도 박 전 대표의 방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손학규 대표도 최근 강원 지역을 방문하는 횟수를 늘리며 맞불작전에 나섰다. 박 전 대표가 강원도를 방문한 것이 선거의 변수로 작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강원 지역은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의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예비 대선 무대의 의미도 띄게 됐다. 한집 출신인 엄 후보와 최 후보는 서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분당을 “여야 막판까지 후보 고민”
분당을 선거도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
분당을 역시 강원지사 선거와 마찬가지로 여당의 텃밭이라는 점과 다음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각 당에서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곳으로 분류된다. 수도권 민심을 미리 엿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여야는 필승카드 선택에 막판까지 고심하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정운찬 전 총리가 끊임없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당사자는 출마를 고사하고 있지만 정 전 총리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다는 의견이 당 내에서 지배적이라 출마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것.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계동 전 국회사무총장도 선거전에 뛰어들면서 후보 간 경쟁은 불이 붙은 상황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에서는 김병욱 분당을 지역위원장, 김종우 분당고향만들기모임 회장 등 2명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하지만 여당 후보군에 비해 인지도 면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손학규 대표의 분당 차출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손 대표 본인은 출마에 대해 미온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당 내에서는 출마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손 대표의 모호한 발언도 차출론이 제기되는데 한 몫 하고 있다. 손 대표의 모호한 발언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자 한나라당에서도 경선후보 신청을 마감했으나 손 대표의 출마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지난 15일 강원 고성의 통일전망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분당을 지역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 “분당 문제는 여론조사의 문제가 아니다”며 “좋은 후보를 물색해서 만들어 내는 게 문제”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의 발언 이후 정치권은 그의 ‘의중’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손 대표의 말이 분당을 출마설을 부인하는 것처럼 비춰지지만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강조하면서 ‘분당도 같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말한 부분 등은 오히려 출마 의지를 피력한 것 아니냐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손 대표는 아직까지 자신의 구체적인 행보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닫고 있는 상황이다.
김해을 “김태호 VS 유시민 자존심 대결”
김해을은 김태호 전 경남지사의 출마 선언으로 지역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여야간 경쟁이 본격화 되고 있다. 김해을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만큼 선거 승패를 둘러싼 자존심 대결이 불가피하다. 이 뿐만 아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도 이 지역 선거에 정치생명을 걸고 있어 치열한 한 판 승부가 예상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출마 선언 이후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초반 승기 잡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김해을은 두 번 연속 민주당이 당선되는 등 야권 성향이 강한 곳이라 김 전 지사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해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박연차 게이트’ 연루 의혹과 함께 거짓말도 들통나는 바람에 여권 일부에서는 ‘김태호 불가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김해을에서 김 전 지사를 비롯해 이미 출사표를 낸 5, 6명의 후보들과 경선을 실시하고, 여기서 여론조사 방식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김 전 지사는 상대적으로 높은 인지도로 인해 경선은 무사 통과할 것이라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야권에선 민주당과 국민참여당간에 진통을 거듭하고 있는 단일화 협상이 최대 변수다.
국민참여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후보가 김 전 지사의 맞상대가 되면 김 전 지사와 유 원장의 자존심 대결구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 원장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중 1위를 달리고 있어 김해을 선거 결과에 지역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 후보 선정 과정에서 친노세력까지 분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남은 과제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참당 입장에서는 이번 김해을 전투가 원내 의석이 하나도 없는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기회로 보고 선거 승리를 위해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순천 무공천에 민주당 예비후보 ‘반발’
순천은 민주당이 야권연대 차원에서 이 지역을 무공천 하기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거세다. 탈당 의사를 밝혀 비민주당 야권 단일후보와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 간의 대결 구도가 가시화되고 있다.
민주당 예비후보인 구희승 변호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지역민심을 제대로 청취하지 않고 무공천 방침을 정하는 것에 대해 수긍할 수 없다”며 “지역민심의 대변자로서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하겠다”고 탈당 의사를 밝혔다.
조순용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민주당이 공천을 하지 않겠다는 논의를 하고 있으니 정치 일선에 뛰는 저로서는 혼란스럽고 ‘따뜻한 남쪽’ 순천의 날씨와는 대비되는 무척 냉랭한 정치적 선택이 아닌가 생각된다”며 “끝까지 완주해 승리의 결과로 보답하겠다”고 탈당 의사를 내비쳤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 역시 “한나라당에 맞서 모든 야당이 힘을 합친다는 의미에서 야권연대가 이뤄져야 하는데, 순천은 한나라당 후보조차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민주당 강세지역인데 당원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공천을 하지 않는 것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는 것”이라며 “무소속 후보로 평가를 받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민주당 단일후보와 이들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 간의 대결구도가 형성되면서 야권연대가 얼마나 폭발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또한 보궐선거 특성상 투표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제 투표장에 나올 수 있는 고정지지층을 누가 많이 확보하느냐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은 과거부터 투표율로 인해 여당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있다.
이와 함께 민주당 지도부와 당원들이 비민주당 야권 단일후보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느냐와 시민 지지도를 확보하고 있고 조직력이 있는 무소속 노관규 순천시장의 선택도 선거결과에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지역정가에서는 민주노동당 김선동 예비후보의 야권단일후보 가능성을 크게 보는 가운데 야권연대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해 김선동 예비후보와 시민·사회단체 출신 인사 등 제3후보 간 경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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