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도 타파위한 강공책 구상
노 대통령의 이러한 구상은 연정론 정국에서도 여야간 논쟁의 한 축을 형성하기도 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연정론을 꺼내들었을 것이란 의혹도 적지 않았다. 소연정이든 대연정이든 야권이 수용하지 않을 것임을 예단했음에도 줄기차게 연정론을 외쳤던 배경에는 또다른 비수가 숨겨져 있었을 것이란 분석. 실제로 모 일간지는 최근 노 대통령이 해외순방 직전에 여권 중진들을 만나 여당에서 총리를 선출해주면 자신은 2선으로 물러나 외교 안보 분야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이에 대해 청와대측은 일단 “노 대통령은 출국 전에 여권 중진들을 만난 적이 없다”며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논란 확대를 경계했다. 하지만 청와대측은 “제1당에 총리지명권을 주겠다는 것은 이전부터 얘기해 왔던 것”이라며 분권형대통령제 시행 가능성은 열어놨다.
해외순방 직전에 노 대통령과 여권 중진들의 만남은 부인하면서도 분권형 대통령제 구상 자체는 전면 부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러한 정황에 비춰볼 때 노 대통령의 다음 수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통한 2선후퇴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의 측근인 열린우리당 A의원도 기자에게 비보도를 전제로 “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다음 수는 분권형대통령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A의원은 분권형 대통령제는 △연정론 돌파구 △정국반전 △지방선거 승리 △개헌론 명분쌓기 등 일석다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라고 덧붙였다.실제로 노 대통령은 연정정국에서 임기단축 등 적잖은 충격 발언을 쏟아냈다. 진정성 여부및 여야 정치권의 이전투구를 떠나 최고통치권자의 발언으로는 신중치 못했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의 권위나 정치지도자로서의 체면도 땅에 떨어졌다. 그렇다고 한 번 꺼내든 칼을 이제와서 조용히 거둬들인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이래저래 진퇴양난에 빠져 있는게 노 대통령의 현 입지다.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분권형대통령제는 이러한 암초를 극복하고 정국을 반전시키는 동시에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관측이다.
노 대통령 스스로 권력의 반 이상을 포기하고 2선으로 물러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은 노 대통령의 용단을 지지할 것이다. 정치권은 요동을 칠 것이나 최고권력자의 기득권 포기 보다 설득력 있는 대응논리는 쉽게 찾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총리는 내치를 전담하고 대통령은 외치에 치중하는 분권형대통령제가 국민적 호응을 얻게 될 경우 자연스럽게 개헌론으로 발전할 수 있다. 권력이 집중된 현행 단임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권력구조가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개헌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국민적 요구를 한나라당도 마냥 무시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권핵심부 교감설 파다
A의원은 또 “노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는 분권형대통령제가 현실화될 경우 선출직 총리 후보는 대중적 인기도를 겸비한 여성 지도자가 적임자로 거론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나라당내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로 자리매김한 박근혜 대표를 겨냥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 길목에서 치러지는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대중적 인기도가 높은 여성 총리에게 내치를 맡기는 게 그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시킬수 있다고 A의원은 주장했다. A의원은 여성 총리 후보자로 추미애 전의원과 강금실 전장관이 가장 적합하다고 덧붙였다.실제로 추 전의원과 강 전장관은 여권이 영입 1순위로 꼽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 인사다. 두 사람은 각각 추다르크(추미애)와 강효리(강금실)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강 전장관과 추 전의원이 현재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있지만 차기 대권주자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는 사실은 두 사람의 식지않은 인기를 잘 반영하고 있다. 특히 여권에서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대권주자 입지를 확고히 하면서 여성 지도자상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박 대표를 견제할 대항마가 절실한 상황이다. 여권 주변에서는 하루빨리 두 사람을 영입해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고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 나아가 차기 대권정국 주도권을 잡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여권 핵심부에서는 실제로 두 사람의 영입을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하기도 했다.지난해 총선에서 낙마한 뒤 미국 유학중인 추 전의원은 지난 8월 일시 귀국해 여권으로부터 입각제의를 받았으나 고사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추 전의원은 또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앞으로 정치에 복귀하더라도 민주당으론 복귀 안한다”고 밝힌 반면 “노 대통령의 연정이 성공하길 바란다”고 말해 발언 배경을 둘러싼 억측도 구구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추 전의원과 여권 핵심부와의 교감이 있지 않았겠나 하는 의구심과 함께 추 전의원이 각료 제의는 거절했지만 내치를 전담하는 실세 총리직을 제의할 경우 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여권 입장에서도 ‘추미애 총리’ 카드는 등 돌리고 있는 호남 민심을 다시 여권으로 편입시킬 수 있는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잘 알려진대로 추 전의원은 지난해 총선때 탄핵풍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구원투수로서 선전해 여성정치인이란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의리와 뚝심을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따라서 추 전의원의 총리 입각은 호남 민심을 끌어 안는 동시에 민주당과의 통합론 불씨를 살리는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호남민심과 지지층 이탈 현상이 심화되면서 내년 지방선거 필패론이 나돌고 있는 여권 주변에서 실세 총리 후보로 추 전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강 전장관도 여권으로부터 끊임없는 영입 구애를 받고 있다. 강 전장관은 2005학번 대학신입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정치인 1위로 뽑힐 정도로 젊은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여권이 퇴임한 강 전장관에게 재·보선 출마 등 열린우리당 입당을 적극 권유했던 것도 그의 이러한 대중적 인기도와 무관치 않다. 특히 개혁성향이 강한 강 전장관의 입각은 이탈하고 있는 젊은층과 개혁세력을 다시 결집시키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그렇지만 정작 당사자인 강 전장관은 여권의 애타는 구애의 손길을 뿌리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강 전장관의 각별한 정치적 인연을 감안하면 강 전장관이 결정적일 때 노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권형대통령제는 노 대통령이 권력의 반을 포기하면서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리는 것인 만큼 이러한 구상이 현실화 단계로 접어들 경우 강 전장관도 마냥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 <추다르크-강효리 뭐하나> 정치는 명분과 타이밍… 목하고심 중
여권으로부터 끊임없는 영입 제의를 받고 있는 추미애 전의원과 강금실 전장관의 행보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차기 대권후보 및 내년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높은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제2의 승부수로 분권형대통령제를 꺼내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두 사람은 내치를 전담할 선출직 총리 후보로까지 거명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두 사람은 여권의 구애를 외면한채 이렇다할 정치적 행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총선 낙마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추 전의원은 지난 8월 중순 개인적 사유로 일시 귀국했다. 추 전의원은 보름여 정도 국내에 머물다 8월 말 다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추 전의원은 김대중 전대통령과 정대철 전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을 만나 정치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특히 모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미국에 체류중일 때 여권으로부터 2차례 입각제의가 있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또 노 대통령의 대연정 구상과 관련해서는 우려감과 함께 “잘 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한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던 추 전의원의 입장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대목으로 입각설 내지는 여당 입당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 전장관 역시 법무장관 퇴임후 조용한 행보를 걸었다. 재보선 출마 등 그의 거취를 둘러싼 각종 설들이 난무했지만 여전히 그는 낭인의 길을 걷고 있다.하지만 얼마전부터는 강 전장관의 행보가 눈에 띄게 두드러지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강 전장관은 지난달 26일 서울대 법대가 개최한 ‘NGO(비정부기구)와 법의 지배’ 심포지엄에 여성인권대사 자격으로 참석해 축사를 낭독했다. 강 전장관은 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확정판결을 앞두고 있는 민주노동당 조승수 의원의 변호를 맡아 이른바 ‘조승수 구하기’에 앞장서고 있다. 강 전장관은 단순히 조승수 의원의 공동변호인단에 이름만 올려놓은 게 아니라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장관은 이러한 공식적인 행사 외에는 여전히 취미활동 등 개인적인 소일로 시간을 낚고 있다.
홍성철 anderi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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