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힐 스탠차 은행장, 겉으론 ‘울상’ 속으론 ‘웃음’
리차드 힐 스탠차 은행장, 겉으론 ‘울상’ 속으론 ‘웃음’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6-12 09:33
  • 승인 2012.06.12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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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다드차타드은행 종합검사, 왜?

- 외국계 스탠차의 1000억 원 현금배당, 종합검사 표적 되나
-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지점 폐쇄와 인력 구조조정 재조명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국은행(총재 김중수)과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發 공동검사로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행장 리차드 힐ㆍ이하 스탠차 은행)도 오는 18일부터 약 4주간 종합검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한은-금감원이 이번 스탠차 은행 공동검사에 나선 것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구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스탠차 은행 경영 전반에 대한 정기검사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은행권 최장기 총파업 기록과 지점 폐쇄 및 명예퇴직, 이후 이어진 현금배당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 현황을 알아봤다.

현재 한은과 금감원은 스탠차 은행에 대한 사전검사를 진행 중이며 올해 초 지주에 이뤄진 1000억 원에 달하는 고액배당과 관련해 건전성 악화 여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해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두 달에 걸친 총파업 기간 동안 금융거래와 내부통제 부문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도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스탠차 은행은 행명변경 전인 SC제일은행 당시 종합검사에서 임직원 31명의 불법행위 등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리차드 힐 행장과 스탠차 은행, 속으로 웃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스탠차 은행이 60일간 총파업과 180일에 이르는 노사갈등, 42개 지점 폐쇄, 829명 명예퇴직, 고유명칭 ‘제일’을 버린 행명변경 등 1년여 동안 겪은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두고 “겉으로는 스탠차 은행이 울상이지만 속으로는 웃음 지었을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스탠차 금융지주는 지난해 당기 순이익이 2466억 원으로 전년대비 11.14% 감소했다고 지난 3월 밝혔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명예퇴직 비용으로 102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자산은 72조3255억 원에서 73조6878억 원으로 1.88%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스탠차 은행의 당기 순이익은 2720억 원으로 전년대비 21% 하락했는데 이는 명예퇴직이 그룹 내 스탠차 은행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스탠차 은행은 지난해 12월 당행 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퇴직을 시행했고 전 직원의 12%가 넘는 829명이 퇴사했다.

하지만 스탠차 은행 사측이 명예퇴직 비용을 지출한 것에 가려 총파업 당시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파업에 참여한 직원들에게 지급되지 않은 거액의 임금으로 인해 이익을 본 것은 조용히 묻혔다는 지적이다. 타 은행 관계자는 “올해 초 행해진 1000억 원 규모의 현금배당은 이때의 이익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옛 ‘조ㆍ상ㆍ제ㆍ한ㆍ서’의 명예는 어디에

이와 관련, 스탠차 은행은 지난 2월 이사회를 열어 지주에 1000억 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2005년 스탠다드차타드그룹에 인수된 스탠차 은행은 2010년부터 배당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규모를 보면 2010년 3월 2500억 원, 9월 1000억 원으로 2010년에는 총 3500억 원의 배당을 지급했고 지난해 3월과 9월에는 각각 1000억 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배당금은 스탠차 은행 지분을 100% 소유한 스탠차 금융지주에게 돌아갔다.

또한 사측은 총파업 시 394개 지점 중 42곳을 폐쇄했는데 그중 15곳은 영업을 재개하지 않고 통폐합했다. 이 역시 원래 사측이 지점을 닫으려는 계획이 있었는데 그것이 총파업과 맞물린 탓에 자연스럽게 인력난으로 인한 지점 폐쇄의 수순을 밟았다는 분석이다. 당시 사측은 “조합원들이 복귀하더라도 재정비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폐쇄 지점 정상화는 확실치 않으며 상황에 따라 조정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후에는 무언의 압력이 가해진 명예퇴직으로 옛 제일은행 인사들의 구조조정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는 해석도 새어나오는 상황이다. 지난해 11월 스탠차 은행의 90명의 임원 중 20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했고 12명은 같은 해 10월에 퇴직 절차를 밟았으며 나머지 8명 역시 연내 퇴직했다. 특히 부행장 15명 중 제일은행 출신은 모두 자취를 감춰 눈길을 끌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과거 5대 시중은행인 ‘조ㆍ상ㆍ제ㆍ한ㆍ서(조흥ㆍ상업ㆍ제일ㆍ한일ㆍ서울은행)’ 중 하나였던 제일을 인수한 스탠차가 행명까지 버리면서 노력해도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그동안 스탠차 은행의 행보 중 의문시됐던 부분들이 이번 종합검사에서 여실히 드러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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