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SK그룹(회장 최태원)을 둘러싼 계열분리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최신원 회장이 계열사에 대한 꾸준한 지분 매입에 나서는 것이 진원지가 되고 있다. SK그룹 오너가의 사실상의 장자인 최신원 회장이 SK그룹의 경영권에 욕심을 내고 있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SK그룹을 이끌고 있는 최태원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 형제가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도 최신원 회장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최태원·재원 형제에게 유죄가 선고될 경우 SK그룹의 경영권을 둘러싼 내홍이 가열될 것으로 전망된다.
SK네트웍스 지분 확대…워커힐호텔 포함한 독자경영 원해
최 회장 형제 법원 판결에 촉각…SK그룹 둘로 쪼개지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8일 현재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 지분율은 0.13%로 개인최대주주다. 지난달 21·22일 이틀에 걸쳐 주식 6000주를 매입하면서 31만6288주를 보유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최근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분 매입을 멈출 생각은 없다”며 “100만주까지 사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SK네트웍스의 지주회사인 SK(주)의 지분율이 39.12%에 달해 경영권이 위협받은 상황은 아니지만 꾸준히 주식을 늘리는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2009년 10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SK(주) 주식 전량과 SK에너지, SK가스의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반면 SKC와 SK네트웍스, SK증권의 지분 매입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최신원 회장은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SKC의 지분을 15%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하면서 계열분리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후 SK그룹이 ‘사촌경영’을 끝내고 계열분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주장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최신원 회장이 최태원 회장의 절대적인 영향력 아래 놓여있던 SK(주)의 지분을 정리하고 자신이 회장직을 맡고 있던 SKC 등의 지분을 늘리고 있는 점이 계열분리를 위한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 것. 또한 최신원 회장이 최태원 회장에게 SK네트웍스와 워커힐호텔 등을 포함해 계열분리를 제안했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SK그룹이 ‘사촌의 난’ 가능성에 시달리는 것은 최종건 창업주에 이어 동생인 최종현 회장이 2대 회장에 올랐고, 이후 경영권이 최종현 회장의 장남인 최태원 회장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최신원 회장은 SK그룹의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둘째 아들이지만 현재는 사실상 가문의 장자가 됐다.
최신원 회장은 지난 2월 새롭게 계열사로 편입된 SK하이닉스 주식 5000주를 매입한 것을 비롯해 최태원 회장의 지배 아래 놓여있는 SK텔레콤 등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향후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인다. 앞서 최신원 회장은 고 최종건 회장 35주기였던 2008년에도 계열분리 계획을 제시하면서 SKC와 SK텔레시스, SK네트웍스, 워커힐호텔 등의 경영권을 요구했으나, 최태원 회장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선친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최신원 회장이 SK네트웍스의 지분을 꾸준히 늘리면서 경영권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배경에는 부친과 관련이 있다. SK그룹의 모태가 된 선경직물이 바로 지금의 SK네트웍스이기 때문이다. 워커힐호텔 역시 이와 비슷하다. 최종건 창업주가 작고하기 직전 인수했던 회사가 워커힐호텔이다. 이 때문에 최신원 회장은 워커힐호텔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둔의 경영자로 불리던 최신원 회장이 대외 활동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계열분리를 고려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2009년부터 회사차원의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얼굴을 알리고 있고, 주요 계열사의 주주총회 등에도 모습을 드러내며 창업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선친의 대를 이어 수원상의 회장직도 맡고 있다.
최신원 회장에게는 최태원·재원 형제가 동시에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것도 계열분리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 형제의 1심 판결 선고일은 이르면 오는 9월 이뤄질 예정이다. 이미 2003년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최태원 회장이 또다시 유죄를 선고받으면 경영 전면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 미미한 지분율은 최신원 회장의 계열분리 행보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이미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는 최창원 SK케미컬 부회장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신원 회장의 친동생인 최창원 회장은 SK케미컬의 최대주주로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원·창원 형제가 힘을 모으면 SK네트웍스 등의 추가 지분 확대가 가능할 수 있다. 최근 SK네트웍스의 주가가 급락한 것도 최신원 회장에게는 유리한 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SK그룹의 계열분리는 누구에게도 이로울 것 없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SK그룹 사정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의 매출 대부분이 그룹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에 계열분리를 통해 그룹에서 떨어져나가면 생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SK그룹 내에서도 계열분리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신원 회장의 SK네트웍스 지분 매입은 개인적인 일로, 이를 경영권 위협으로 받아들일 수준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