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악재, 외화건전성 위협…국내 금융시장 멘붕 직전?
유럽발 악재, 외화건전성 위협…국내 금융시장 멘붕 직전?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2-06-08 15:36
  • 승인 2012.06.08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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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자금 이탈확산, 원화가치 하락·실물경제 위축 악순한
▲ 지난달 18일 그리스 유로존 탈퇴 우려 등 유럽 재정위기 심화로 코스피지수가 전날 대비 62.78포인트(3.40%) 폭락해 1782.46에 마감했다. <서울=뉴시스>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최근 그리스 사태가 스페인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유동성 위기에 고심 중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외환보유고 세계 5~6위에 이르고 있지만 이번 유로존 사태의 영향으로 지난달 18일 코스피지수가 3.4% 폭락하고 원화대비 달러화 가치(환율)9.9원이나 오르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쳐 외화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18일 연속 순매도한 가운데 총 33847억 원이 빠져나갔다. 이중 유럽계 자금은 전체 이탈자금의 87%29530억 원에 이른다. 이달 들어서도 외국인은 2000억 원 이상 매도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외금융기관 한국 대외 대응 능력 취약 지적외화건전성 부실 논란

한국의 5년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1.48%까지 상승했다 이는 금융시장이 그만큼 불안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가 신용위험을 나타내는 CDS 프리미엄은 올 1월 한때 1.61%까지 치솟았지만 이후 꾸준히 안정세를 보여 지난 4월 말에는 1.21%까지 떨어져 연중 최저치에 근접했다. 하지만 5월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 리스크가 발생하면서 다시 1.5%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이처럼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데 대해 외화건전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EU·일본을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와환거래에서 발생하는 금융 불안정성에 기인한 외부충격에 대비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응 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세계적 유력 금융기관들이 한국 경제의 대외 취약성을 노골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스위스의 거대투자인행은 UBS는 한국을 터키·폴란드 등과 함께 투자를 자제해야 할 국가로 선정했고, 모건스탠리도 한국의 대외 취약성을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은 한국의 외환 보유고가 높지만 외국 자본이 급속히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한다.

실제 2000년대 이후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한 자금 중 85%가 주식·채권에 머물러 있다. 특히 유럽계 금융기관들의 국내 주식과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4월 말 현재 각각 30.6%(122.9조 원), 28.3%(24.8조 원)이 달한다. 또 국내 금융기관들이 유럽지역에서 차입한 규모도 148억 달러, 전체 외화차입금의 24.8%를 차지해 외부 충격에 취약함을 여실히 들어내고 있다.

, 외국자본이 얼마나 쉽게 들어가고 나올 수 있는지 나타내는 제도적 자본시장 개방도’(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투자 자유화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신흥개발국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했다. 이는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 자본이 언제든 쉽게 빠져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뜻해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근 유로존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1929대공황에 버금간다고 진단하며 긴급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금융시장 지유화 정책, 외국 자금 이탈 확산의 빌미

우선 금융당국은 우리 자본시장이 높은 대외 개방도와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으로 외부 충격에 민감하다며 공매도 포지션 보고 제도의 조기시행, 모니터잉 강화, 시세 조정에 대한 처벌 강황, ELW(주식워런트증권) 등 투기성 상품에 대한 감시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정부도 이달 말로 예정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에 기금 확충을 통한 경기 부양책 등 적극적인 위기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그동안 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을 내세우며 금융시장 자유화를 추진해온 만큼 피해를 줄이고 외화건전성을 높일 수 있을 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시장 자유화는 세계적으로 충분한 유동성이 공급되었던 시절에는 국내투자로 해외 자본 유입을 증가시키는 등 긍정적 효과를 발휘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로 외국 자금 이탈이 확산되면 원화가치 하락 등 실물경제까지 위축되는 역효과가 우려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달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도 유론존의 위기 상황이 강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우리 경제는 금융위기보다는 대() 유럽 수출 감소로 인한 실물 경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에 관해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고 외환보유고를 보수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면서 외화 차입선의 약 81%가 유럽(53.6%), 미국(27.2%)에 집중되어 있는 만큼 외화자금 조달원을 확대하고 유럽계 자본 의존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기업구조조정과 재정취약국 민영화 프로그램에 맞춰 M&A를 확대하고 역량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은 지난 4유럽재정위기의 요인과 대응방안의 보고서를 통해 금융거래세 도입을 적극 추진해 지나친 단기 자금 유출입을 방지해야 한다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일본, 중국과의 스왑협정으로 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된 사례를 비춰볼게 한··일 삼국이 공동으로 정책 공조를 통한 유로존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은 8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우리 경제가 선진국 수준을 경제규모를 갖췄지만 투자자들은 선진국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글로벌 위기로 투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이 충격을 버텨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김 연구위원은 유럽경제위기가 이미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부는 외화 유동성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수출 감소로 민간부문이 위축되면 정부역할이 늘어나게 돼 정부의 재정확충을 통한 재정건전화가 우선시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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