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슬슬 대권페달 밟아 볼까?”
“우리도 슬슬 대권페달 밟아 볼까?”
  • 이금미 
  • 입력 2005-09-27 09:00
  • 승인 2005.09.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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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조기 대선이 임박한 것일까.”정치인 장관들이 당 복귀 수순을 밟고 있다. 그 주인공은 이해찬 국무총리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여권의 예비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들은 최근 소극적이지만 당 복귀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론 당 복귀 명분은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우리당의 주문이기도 하다. 여당에 선거를 이끌 ‘간판’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 때문에 10·26 재·보궐선거 이후 당에 복귀한 이들이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재개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방선거는 역대 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대권 플랜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우산 아래서 ‘대권수업’을 받고 있는 여권의 ‘대권 빅3’, 이들의 치열한 세력다툼도 멀지 않아 보인다. 입각한 차기 주자들의 당 복귀 요구는 여당에 남아있는 이들의 지지세력을 중심으로 거세지고 있다. 이는 10월 재·보선을 앞둔 여당의 깊어가는 고민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지난 4월 재·보선 결과가 23:0이라는 전패의 기록이 말해주듯, 돌아선 민심은 여전히 여권에 호의적이지 않다. 게다가 선거전에 돌입하기도 전에 ‘이대로는 안 된다’는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빅3 자리마련 분주

당내 일각에선 선거를 이끌 ‘간판’도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재·보선의 결과가 현 지도부 체제로 치러졌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10월 재·보선에서의 선전도 기대할 수 없다는 우려다. 이러한 여당의 고민은 2007 대선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내년 지방선거에까지 닿아 있다. 17대 총선과 재·보선을 승리로 이끌고 대권주자로 발돋움한 박근혜 대표에 대적할만한 ‘얼굴’이 없다는 것은 곧 재집권의 적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당 정비는 물론 이반된 민심을 회복하고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입각한 차기 주자들의 당 복귀가 필요하다는 결론인 것이다. 이들이 분위기를 쇄신할 경우, 내년 지방선거는 그래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여당 내부에서 정치인 장관들의 당 복귀 준비는 ‘자리 마련’으로 시작되고 있다. 여당 지도부에 대한 ‘조기 전당대회론’이 그것이다. 위기에 처한 당을 살려내려면 지금의 체제로는 힘들다는 주장도 있다. 이른 바 ‘체제 개편론’. 문희상 의장을 비롯한 현 지도부는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으나 이 같은 체제 개편론은 정치인 장관들의 당 복귀 요구와 맞물려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결국 국무총리 및 장관을 역임한 여권의 예비 주자들에게 격에 맞는 공간을 만들어 주기 위함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 복귀 적극 검토중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연말 대권 빅3 복귀 후, 연초 조기 전당대회 시나리오가 회자되고 있다. 이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여권의 의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이들 입각한 차기 주자들의 행보가 스스로의 입을 통해 전해지면서, 일찌감치 ‘당 복귀 의지’를 세운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총리는 “여당과 상의해봐야 한다”, 정 장관은 “당이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작은 역할이나마 보탤 각오다”, 김 장관은 “연말연초 개각”을 언급하며 당 복귀 가능성의 문을 열어둔 상태다.

언급 자체를 꺼리던 이들의 태도 변화, 다시 말해 입각한 차기 주자들 역시 당 복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인 것이다. 사실상의 대권 수업을 받고 있는 이들이 대선 후보 경선의 향배를 좌우할 수 있는 지방선거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지방선거를 겨냥한 잠룡들의 신경전이 감지된 터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 대표는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요구하는 반박세력의 거센 압력에도 현 지도부 체제로 2006 지방선거를 치르고 난 후 7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한다는 데 최종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공천을 행사하기 위함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의원들 줄서기도 임박

이는 여권의 대권 빅3가 당에 복귀할 경우 치열한 세력다툼이 벌어질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속성상 주자들을 향한 줄서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2년 민주당 경선을 함께 치른 정 장관과 김 장관은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차기’를 수식어로 달고 다녔던 인사들이다. 또한 여당 내에서 최대 계파를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 여당은 이들의 대리전 성격을 띠며 사안마다 부딪쳐왔다. 게다가 4월 재·보선 참패 뒤 계파간 갈등은 더욱 불거지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친김근태계에선 4월 재·보선 참패 이후 정 장관에게 10월 재·보선 출마를 요구했으며, 친정동영계에선 이를 ‘정략적 발상’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노 대통령이 제안한 ‘대연정’에 있어서도 친김근태계에선 불만을, 친정동영계에선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오는 재·보선 결과가 좋지 않다면 정치인 장관들의 당 복귀와 맞물려 각 계파들의 감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아직까지 대권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 않으나 재야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김 장관과 이 총리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 “문배주 안에 노심(盧心) 있다?”

추석 연휴가 지난 열린우리당 내부에선 노무현 대통령이 추석 선물로 돌린 ‘문배주’가 화제다. 노심을 담고 있는 게 아니냐는 것. 노 대통령은 한가위 선물로 문배주와 잣, 대추, 표고버섯 등 각 지역특산물을 조금씩 담아 우리당 의원을 비롯해 각계 인사들에게 돌렸다. 선물 가운데 문배주가 ‘문’희상 의장과 ‘배’기선 총장의 성을 각각 한 자씩 따고 있어 우리당에선 재밌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우리당 내부에서는 문희상 의장과 배기선 사무총장으로 이어지는 당 지도부를 가리켜 문희상-문, 배기선-배를 지칭하는 ‘문배클럽’이라고 부르고 있다. 또 이들은 친목 도모차원에서 문배주를 마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런데 이번 추석에 노 대통령이 보낸 선물을 보면 한 가운데 문배주가 있었던 것. 문배주를 중심으로 잣과 대추, 표고버섯 등이 배치돼 있어 마치 당의 중심이 ‘문배클럽’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주지시킨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당내 일각에선 입각한 차기 주자들의 조기 당 복귀 문제와 관련, 현 지도부의 처지를 빗댄 선물이 아니냐는 해석도 이어지고 있다. 10·26 재·보선 이후 이해찬 국무총리, 정동영 통일부 장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조기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 4월 재·보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참패한다면 문희상 의장과 현 지도부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추측까지 등장했던 터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보낸 문배주 선물은 문 의장과 배 총장에게 ‘특별한’ 선물이 됐을 것이란 후문이다.

이금미  nick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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