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속내를 살펴보면 고구려와 발해마저 중국 영토라고 우기려는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이 소식을 들은 국내 학자들도 “중국이 현재의 국경을 기준으로 자국 영토 내에 있는 성(城)은 모두 만리장성이라는 억지주장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문화재청에 해당하는 중국 국가 문물국은 4년 반 동안 섬세한 현지 조사를 펼쳤다며 “2007년부터 5년간 만리장성에 대한 정밀 조사와 측량 작업을 진행한 결과 장성의 총 길이가 2만1196.8㎞에 이르며 총 4만3721곳의 유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각 성시(省市·성 및 직할시)가 관할 지역 내 장성 유적을 신고하면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팀이 파견돼 현지 조사를 벌인 뒤 장성 구간임을 인증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는 2009년 중국 당국이 발표한 8851.8㎞에 비해 두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만리장성의 길이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6000㎞를 조금 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중국 국가문물국은 2009년 만리장성의 동쪽 끝을 기존의 허베이(河北)성 산하이관(山海關)에서 압록강 하구의 후산(虎山)산성으로 수정하면서 총 길이가 8851.8㎞라고 했고, 이번에는 2만1196.8㎞라고 발표했다.
학계의 정설에 따르면 만리장성은 깐수성 가욕관에서 시작해 베이징 근처 허베이성 산해관에서 끝난다. 하지만 중국은 동북공정을 시작한 뒤 지난 2009년 랴오닝성 후산까지 만리장성이 이어졌다고 주장한 것이다.
2009년 당시 국내 학계에서는 중국이 압록강 하구 단둥(丹東)의 고구려성 박작성(泊灼城) 유적을 명나라 때 쌓은 후산산성으로 추정하고 치밀한 고증 없이 장성을 복원했다고 항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억지 주장을 그치지 않았다. 만리장성이 중국의 가장 서쪽인 신장위구르 자치구부터 동쪽 끝의 헤이룽 장성까지 15개 성.시.자치구에 걸쳐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통일 왕조 초기인 진한(秦漢)시대에 축조한 성벽이 발견됐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문제는 지린성과 헤이룽장성은 분명히 고구려와 발해의 옛 영토라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학계에서는 중국이 새로이 발견했다고 발표한 유적들은 기존 만리장성의 개념과는 전혀 다른 명나라나 고구려의 유적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이 터무니없는 중국의 만리장성 확대는 현재 중국 영토 안에 사는 소수 민족들은 모두 중국인이며, 그들의 역사도 모두 중화민족사에 귀속시키려는 ‘통일적다민족국가론’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