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친이 총결집해 ‘영남 포위전략’ 본격 가동
범친이 총결집해 ‘영남 포위전략’ 본격 가동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1-03-15 13:40
  • 승인 2011.03.15 13:40
  • 호수 880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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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텃밭 영남, 친이의 역습
“전략 공천 20%는 친박 공천학살?”

국회가 개회돼 299명의 국회의원들은 상임위별로 피감기관장을 불러 국내 현안을 집중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상임위 일정이 없으면 245개 지역구를 가진 의원들은 지역구에 거의 ‘올인’하다시피한다. 19대 총선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이 대선과 맞물려 있어 공천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집권 여당의 경우 친이 친박으로 나뉘어 치열한 공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엔 친이재오계를 중심으로 ‘이재오 대망론’이 급부상하면서 대척점에 서 있는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한 ‘포위론’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즉, ‘영남 포위론’으로 영남이 텃밭인 박 전 대표를 겨냥해 19대 공천과정에서 친박 인사들을 대거 ‘솎아내겠다’는 게 요지다. 특히 친박계는 박 전 대표 지지세가 공고한 부산/경남(PK)지역과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전략공천 20%’ 칼을 들고 ‘대학살’을 우려하고 있다. 한 마디로 박 전 대표의 수족을 잘라내고 대의원 물갈이를 통해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 친이계의 ‘영남 포위론’ 실체를 추적했다.

수도권 지역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친이계가 본격적으로 ‘박근혜 포위전략’에 들어갔다. 본지가 지난 876호에 ‘박 정치적 고향 대구 친이vs친박 혈투장 된다’는 제하의 보도가 기점이 된 셈이다. 보도에서 본지는 대구 서구 친박 홍사덕 의원에 맞서 ‘대통령 복심’으로 알려진 박창달 자유총연맹 회장을 북구을 서상기 의원 지역에 ‘왕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지식경제부2차관, 동구갑의 친박 주성영 의원 지역구에는 친이계 류형우 전 파티마여성병원장과 김성완 국무총리실 정보관리비서관 등 친이계가 본격적으로 친박 지역으로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 차관의 경우 북구을뿐만 아니라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신의 고향이자 친박 이인기 의원의 지역구인 경북 칠곡에 출마설도 함께 나오고 있다. 또한 친박 ‘신주류’ 달서병 조원진 의원 지역구에는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지지하는 서영덕 변호사와 친이 비례대표 이두아 의원, 17대 국회의원이던 김석준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이 하마평에 올라 있다.


친이의 역습, ‘대구 부산 경북’확산

서 의원의 지역구 역시 친이 김충환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 조영삼 한나라당 경북도당 사무처장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또한 대구 정치 1번지인 수성구의 이한구 의원(갑)의 경우 친이 이원형 한국관광공사 감사, 김대현 전 대구시의원, 윤재옥 전 경기청장의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특히 나이가 많아 ‘세대교체’ 요구를 받고 있는 달서구의 친박 박종근(갑) 이해봉(을) 의원의 경우 친이 홍지만 전 SBS 아나운서와 강희락 전 경찰청장, 석호익 KT 부회장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친박 텃밭에 친이 후보가 더 많이 거론되고 있다.

대구 친박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영남권 지역도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 무소속 후보로 당선된 인사는 총 12명이었다. 친박계 좌장 역할을 했던 김무성 원내대표(부산 남구을)를 비롯해 이경재(인천 서구강화을) 이해봉(대구 달서을) 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 김태환(경북 구미을) 유기준(부산 서구) 최구식(경남 진주시갑) 한선교(경기 용인시지구) 성윤환(경북 상주) 유재중(부산 수영구) 이진복(부산 동래구) 정해걸 의원(경북 군위의성청송군) 등이다.

특히 부산 정가의 경우 이명박 정권이 ‘TK 정권’으로 불릴 정도로 특정 지역 출신 인사들이 권력 요직에 포진되면서 ‘PK 홀대론’이 확산, 친박근혜 정서를 넓히는 계기가 됐다. 반면 대표적인 친박계였던 김 원내대표는 친이로 전향한 상황이다. 그러나 유기준 유재중 이진복 의원뿐만 아니라 부산정가에서 친박 인사로 꼽히는 허태열(강서을) 허원제(진갑) 서병수(해운대기장갑) 현기환(해운대기장을) 김세연(금정) 박대해(연제) 의원 등은 건재하다.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친이계 인사로는 전직 국회의원이 다수다. 지난 18대 공천에서 탈락한 이후 고토수복을 노리는 친이 소장파 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그 선봉엔 3선의 권철현 주일대사가 사상구의 장제원 의원 지역에 재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희정 전 의원의 경우 박대해 의원,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종혁 의원(진을)에 맞서 이성권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이, 유재중 의원에 맞서 박형준 청와대 사회특보의 출마가 예상되고 있다.


청와대·공기업 간부에 외곽조직까지

영남권 친박 의원들이 예의주시해야 할 인사들은 부산과 대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와대, 정부, 공기업, 전현직 보좌관 모임에 외곽조직까지 영남권을 노리는 친이계 인물군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친박계가 인물난에 처해 있다면 친이계는 대항마가 수두룩한 편이다.

당장 이명박 정부들어 공공기관의 주요 요직에 있는 임원들만해도 300여명에 달하다. 이는 지난 MBC ‘PD수첩’팀이 공개한 자료로 280여명 남짓의 MB 사람들이 160여개 공공기관의 임원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다.(2010년 12월 31일기준) 주로 이명박 대선 캠프나 인수위, 한나라당 출신 인사, 그리고 청와대에 근무한 경력을 가졌다.

발표된 명단중에서 재차 19대 총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인사들만 수십명이다. 대구 정무부시장을 지낸 박봉규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의 경우 경북 청도가 고향으로 친박 최경환 의원의 지역구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나아가 친이계에서 중립으로 돌아서 친박으로 월담 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있는 경북 김천의 이철우 의원의 경우 친이 3선에 임인배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과 한국산업인력공단 감사이자 전 18대 총선에서 김천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송승호씨의 도전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경남 창녕에서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노기태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경우 자신의 지역구가 친이 직계인 조해진 의원이라는 점에서 출마여부는 불투명하다. 오히려 부산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경험이 있어 부산 친박 지역구 출마가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산정가의 관측이다.

또한 이채익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울산대학교 총동문회 회장이자 울산 남구청장 민선 1,2기를 역임해 울산 지역구내 유일한 친박 인사인 정갑윤 의원(울산 중구) 지역구 도전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공기업 임원 출신으로 영남권을 제외한 충청, 강원, 수도권에서도 출사표를 던지기위한 친이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친이계 외곽조직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대표적인 외곽조직으로는 박창달 총재가 이끌고 있는 구 국민성공실천연합의 후신인 ‘뉴 한국의 힘’(이영수 회장) 멤버, 구 선진국민연대 후신 ‘선진정책연구원’, 전현직 보좌관들이 모임인 ‘청파포럼’ 등이 여전히 건재해 있다. 특히 박영준 차관이 회원으로 있는 청파포럼의 경우 470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구성원 역시 전현직 기초의원, 청와대 및 정부, 공공기관 간부, 서울시 출신 등으로 돼 있다. 청파포럼 관계자는 회원중 20여명이 19대 총선에 나갈 의향이 있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친이 대공세 배후 이재오 대망론?

이처럼 본격적으로 친이계가 내년 19대 총선에 맞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박근혜 포위론’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근혜 텃밭인 영남 지역에 인물면에서나 중량감 면에서 뛰어난 후보군을 집중 배치함으로써 대폭적인 물갈이를 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도 안될 경우 한나라당 공천개혁특위에서 마련한 ‘전략 공천 20%’안을 적극 활용, 친박 인사들이 몰려 있는 대구/경북, 부산 지역에 집중적으로 적용함으로써 인위적인 ‘공천 물갈이’를 꾀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게 친박 진영의 시각이다. 254개 지역구중 20% 전략 공천을 적용할 경우 50여명의 현역 의원들이 대폭 교체되는 셈이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친이 진영이 다소 무리하게 공천을 실시하는 데는 당권 및 대권과 직결돼 있다. 통상 19대 공천을 받은 인사가 지역구 당협위원장이 되고 당협위원장은 휘하에 대의원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19대 총선이후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염두에 둔 포석인 셈이다. 또한 대통령 후보 경선도 마찬가지다. 이때 당 대표는 자당내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는 중요한 자리로 중립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친이계나 친박계 성향의 당 대표가 나올 경우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데 막후에서 역향력을 행세할 수밖에 없다. 친박 강재섭 대표가 친이로 넘어간 한 배경이기도 하다.

또한 최근 이재오 특임장관의 ‘대망론’과 맞물려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나라당 친박 성향의 한 인사는 “친이계가 영남보다는 수도권에서 세가 강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라며 “향후 전당대회를 개최하든 대통령 후보 경선을 하던 대의원 숫자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이 장관이 당권에 나서 ‘킹메이커’가 되든 ‘킹’이 되든 이것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반드시 영남에서 당원.대의원 숫자에서 박 전 대표를 압도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대중인지도에서 친이 후보가 밀리는 상황에서 당원.대의원 표심에서 마저 밀린다면 끝이기 때문이다”고 내다봤다. 이래저래 ‘침묵’하는 박 전 대표와 개헌 정국 이후 ‘잠행’중인 이 장관의 피할 수 없는 격돌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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