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여성 고객 유혹하는 기네스 맥주의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김재열의 광고비평] 여성 고객 유혹하는 기네스 맥주의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6-05 11:11
  • 승인 2012.06.05 11:11
  • 호수 944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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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만으로 깊은 여심(女心) 속 ‘핫 버튼(Hot Button)’ 열 수 있을까

목마른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시원한 맥주 한 잔은 더위에 지친 일상의 갈증과 피로를 한 방에 날려버리는 최고의 청량제가 아니겠는가. 맥주 맛의 미학은 쌉싸름한 호프 향과 함께 목을 타고 내려 가슴을 적시는 순간의 짜릿함이 아닐까 싶다. 최근 주류업계에선 대중예술 등을 활용하여 좀 더 과감히 브랜드를 알리려는 ‘브랜디드 엔터테인먼트 마케팅(BEM : Branded Entertainment Marketing)’을 자주 볼 수 있다. BEM은 영화·드라마·음악·토크쇼·뮤지컬 등에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간접광고의 일종으로 ‘광고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융합’이라 불릴 만큼 새로운 광고 스타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매체 중심의 기존의 방식으론 그 효과를 높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한 많은 광고주들이 BEM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통해 광고 노출 빈도와 효과를 동시에 높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6월의 칸 국제 광고제에서도 처음으로 ‘브랜디드 콘텐츠&엔터테인먼트’부문을 신설했다.

최근 블랙 맥주 기네스가 진행하는 ‘I AM MORE(아이 엠 모어)’BEM은 ‘대담한 선택이 대담한 인생을 만든다’는 주제로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기법을 사용한다. 기네스 펍(Pub)의 ‘인터랙티브 무비’에서 배우 정우성은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일을 한 뒤 퇴근해 쉬다가 잠드는 반복적인 일상을 보여준다. 이 일상에서 정우성이 대담한 선택을 하는 4가지 경우가 각각의 다른 에피소드로 전개된다. 정우성과 함께하는 ‘골든벨 위크’, 정우성과 함께 클럽에서 펼쳐지는 ‘블랙아웃파티’, 자전거를 타고 정우성과 함께 달리는 ‘나이트 레이스’, 정우성과 함께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여행을 떠나는 ‘더블린 투어’ 등이다. 오는 6월말까지 진행되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현실에서 소비자들이 직접 정우성과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오프라인 이벤트로 연계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얼핏 BEM의 기법을 잘 활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기네스는 최근 국내시장의 확대를 위한 마케팅전략을 강화하며 특히 20-30대의 젊은 여성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기네스 맥주를 즐기는 남녀 소비자 평균 비율은 8:2 정도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소비자의 절반 정도가 여성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기네스 맥주의 국내 수입원 측은 이 같은 원인을 흑맥주만의 독특한 고유의 맛뿐만 아니라 일반 맥주보다 칼로리가 낮은 점과 또한 맥주 빛깔과 거품을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심미적인 요소가 여성 소비자의 감성적인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여성 팬들을 확보하고 있는 영화배우 정우성을 모델로 기용하고 그를 가상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하는 등 소비자 참여형 마케팅 활동을 펴는 것으로 보인다.

▲ 기네스 ‘I AM MORE(아이 엠 모어)’ 캠페인 포스터

하지만 이 BEM의 ‘대담한 선택이 대담한 인생을 만든다’는 주제에서 풍기는 도전이나 결단 등의 뉘앙스가 지나치게 무겁고 철학적이어서 여성들의 취향과는 잘 어울리지 않거니와 무비에서 보여주는 모델의 일상이 남성 위주여서 여성의 라이프사이클과도 맞지가 않다. 그리고 BEM이 궁극적으로 의도하는 진정한 ‘소비자 인사이트(Consumer Insights)’도 잘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 인사이트’란 소비자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하는 깊은 속마음 또는 무의식을 꿰뚫어 보는 일이다. ‘핫 버튼(Hot Button)’은 깨어 있는 의식으로서는 현재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곳이 눌리면 마음이 움직이게 되는 포인트를 지칭한다. 이 버튼이 눌리면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게 행동을 하게 된다. ‘이거 좋은데!’하고 느끼는 순간 마음이 움직인 상품에 손이 간다. 하지만 기네스 무비에는 매력적인 모델과 에피소드만 눈에 띌 뿐 이런 엔터테이너 요소들을 통해 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어머! 이런 맥주가 있다니!’하며 당장에라도 마셔보고 싶도록 하는 브랜드 유인의 ‘핫 버튼’ 장치엔 소홀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제시되는 에피소드마저 재미와 화제꺼리 등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퍼놀로지<Funology : 재미(fun)와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요소가 밋밋해 보인다.

▲ 자전거를 타고 정우성과 함께 떠나는 기네스 맥주 캠페인

BMW는 자사의 신차들을 영화를 통해 먼저 선보이는 기법으로 유명하다. BMW는 007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의 모험과 액션에 훌륭한 조연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골든아이(Golden Eye)’를 통해서 스포츠카 ‘Z3 로드스터’를 선보이는 등 BMW는 베니스 도심을 질주하고 무인 리모컨으로 자동차가 작동되는 모습을 등장시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BMW를 선망의 대상으로 각인시켰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의 페덱스(Fedex)도 마찬가지다. 약속한 시간까지 소포는 꼭 배달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지니고 있는 페덱스의 정신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이런 사례에 비추어 기네스 BEM은 스케일과 콘텐츠 측면에서도 어설프기만 하다.

기네스 캔 속에서 흔들리는 하얀 공의 비밀은 질소 공이라 불리는 ‘위젯(Widget)'이다. 맥주의 거품을 결정짓는 기네스 맥주 맛의 열쇠이다. 이 질소공이 맥주를 땄을 때 질소를 방출하여 거품을 풍부하게 하고 맛을 보존하여 준다. 기네스는 252년 전 커피 원두처럼 까맣게 구운 맥아를 사용하여 검은색이 나는 맥주를 만들기 시작하여 ‘흑맥주’하면 기네스를 떠올리는 포지셔닝에 성공했다. ‘기네스’하면 떠오르는 또 하나는 기네스북(Guinness book)이다. 개인과 단체나 국가 등의 최고 기록들이 여기에 등재되면 최고의 영광이자 자랑으로 삼는다. 다른 맥주 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기네스를 마시는 것은 오묘한 맛도 맛이지만 하얀 공의 비밀과 252년의 오랜 역사 그리고 기네스북의 정신을 함께 마시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이 기네스 맥주의 진정한 브랜드 가치일 것이다. 이를 엔터테인먼트와 적절히 엮을 때 기네스의 BEM도 빛을 발하지 않을까. 기네스는 여성 고객들을 겨냥하고 있다. 연애꾼들은 여성을 보고 바로 사귀자고 하지 않는다. 자신과 사귀면 어떤 비전을 가질 수 있을지를 먼저 표현한다. 전반적으로 기네스의 BEM엔 이런 게 잘 보이지 않는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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