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MB·오세훈에 어퍼컷…서울시민도 인정했다
박원순, MB·오세훈에 어퍼컷…서울시민도 인정했다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06-05 10:55
  • 승인 2012.06.05 10:55
  • 호수 944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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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의 ‘민주당 구하기’

▲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잠실수중보를 방문해 한강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뉴스1>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박원순 시장의 전임 시장 사업 뒤집기가 MB를 넘어 오세훈 전 시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박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최근까지 지하철 9호선 과다 이익, 청계천 복원 사업, 버스 준공영제 등 MB가 전임 시장 시절에 추진했던 사업을 뒤집었다. 그리고 최근 오 전 시장의  최대 역점 사업이었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뒤집으며 ‘박원순표(標)’ 한강 르네상스 사업 구상을 밝혔다. 두 전임 시장에 제대로 어퍼컷을 날렸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서울시민들의 호응이 뜨겁다. [일요서울]이 만난 서울시민 대부분은 박 시장의 시정이 당장은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반드시 자신에게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박 시장의 이런 일련의 행보는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민주당에게도 긍정적인 측면으로 다가가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달 29일 한강시민위원회 위원 및 각 분야 전문가 70여 명과 함께 한강 르네상스호를 타고 7시간에 걸쳐 잠실 수중보에서 신곡 수중보까지 41.5km 구간을 현장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박 시장은 “다양한 논의를 통해 50년, 100년 뒤 후손들이 ‘조상들 때문에 한강이 빛나는 자산이 됐다’고 말할 수 있는 한강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박원순표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단기간에 마치는 것이 아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천히 근본부터 다시 하겠다는 뜻도 함께 밝혔다.

박원순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 재검토 발언은 전임 시장이 진행했던 사업 뒤집기의 화룡점정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박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재검토 발언에 따라 한강변에 지어질 예정이었던 고층 아파트 건설 계획 또한 수정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한강에 설치된 수중보 철거 문제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정 개혁 속 여당실정 드러내기

박 시장표 한강변 개발 목표는 ‘공공성 회복’이다. 한강변에 낮은 아파트를 지어 조망권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이는 오 전 시장의 고층 아파트 건설로 한강변 스카이라인을 새롭게 만들겠다는 계획과는 배치된다.

박 시장은 재건축을 추진하면서 부지 일부를 도로나 학교 용지 등으로 기부채납 할 경우 용적률을 상향시켜줬던 기존 방식의 적정 유무를 다시 따져보겠다고 밝혀 이미 재건축 계획을 가지고 있던 지역에서는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신반포 1차 재건축 사업 추진이 전면 수정될 전망이다. 신반포 1자 재건축 사업은 오 전 시장 재임 당시 61층으로 계획돼 서울시에 심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취임하면서 이 계획은 보류된 상태다. 결국 새롭게 건설될 아파트는 최고 35층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의·자양 유도정비구역의 경우 초고층 계획을 포기한데 이어 영등포구 당산 유도정비구역도 해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정비구역인 여의도의 경우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면서 용적률을 크게 높여 고층 건물을 세울 계획이었다. 하지만 박 시장의 수정 계획에 따라 크게 동요하고 있다.

오 전 시장이 한강변 개발 계획을 발표했을 당시 일부 지역에서는 찬반 격론이 이어졌다. 동부이촌동의 오래된 아파트 거주자들은 이를 반겼으나 서부이촌동의 경우 지어진 지 10년도 채 안 된 아파트를 허물고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게 됨에 따라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셌다.

특히 이 지역은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인접해 있어 개발에 따른 이익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투자자들과 대형 건설사들이 군침을 삼켰지만 용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재개발 계획이 거센 비판을 받을 정도였다.

그동안 부자들과 대형 건설사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은 박 시장의 뒤집기 계획으로 전면 재수정되면서 개발 논리보다는 지역주민이 그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공공 개발로 바뀔 전망이다.

박 시장은 그동안 정부와 여당 시장이 진행했던 사업의 전면 재수정을 통해 그들의 실정을 하나 둘씩 드러내고 있다.

“뭔가 잘 굴러가는 것 같아요”

박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 재검토 뜻을 밝히면서 재건축을 준비했던 지역의 여론이 들썩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주민들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용산 T 주상복합건물에 위치한 공인중개소의 채모 대표는 “박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는 것 같지는 않다”며 “어차피 부동산 시장은 매매가 전혀 없는 바닥 상태라 계획을 변경한다고 해도 크게 나아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채 대표는 “사업자 측면에서 봤을 때는 박 시장보다는 여당이 나은 것 같다. 어차피 개발을 해야 우리도 먹고 살 것 아니냐. 하지만 그 외 사업은 박 시장이 괜찮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동부이촌동과 서부이촌동 주민들은 박 시장의 평가가 엇갈렸다.

동부이촌동의 김순옥(여·57)씨는 “박 시장의 계획이 뭔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박 시장이 당선된 이후로 집값이 떨어지는 것 같다. 원래대로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박 시장에 대한 원망을 표현했지만 서부이촌동 주민인 주모(여·61)씨는 “전부터 개발 문제로 동네주민들 사이가 나빠졌다. 우리 집은 옛날 아파트인데 재개발해도 그 돈으로 서울에서 집 사기는 어려운데 차라리 작은 평수 집 지어서 우리도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혔다.

용산역 인근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주인들은 박 시장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박원순 시장이 된 이후에도 크게 달라졌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투명해진 것 같다”, “‘개발 계획’ 이런 것에 우린 관심 없다. 서민들은 항상 어려우니까. 그래도 박 시장은 서민적인 이미지가 있는 것 같다”, “경기가 너무 없다. 이 지역도 떠날 사람은 다 떠났다. 우리 같은 사람들 먹고 살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김모(44)씨는 “우리가 박원순이 예뻐서 찍어준 거 아니다. 오세훈이 하도 못하니 반발 심리로 박 시장 찍은 거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박 시장에 대한 평가는 젊은층에서 호의적이었다.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김민성(34)씨는 “박원순 시장은 사리사욕이 없어 보여서 좋다. 시민단체 활동을 했던 경험을 그대로 살렸으면 좋겠다”며 “아이가 아직 어린데 어린이집 문제는 부모들에게는 큰 문제다. 어린이집 비리나 폭력 문제에 대해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지선(31)씨 또한 “(돈, 권력) 있는 사람들에게만 많은 이익이 돌아갔는데 모든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지난번 명동에 몰래 가 상인들이 바가지를 씌우는지 확인했다는 기사를 봤는데 직접 발로 뛰는 모습이 좋았다. 뭔가 잘 굴러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색 드러내지 않지만 민주당에는 호재

박 시장은 지난 2월 23일 민주당에 입당했지만 당색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박 시장 주변에서는 이런 행보에 대해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가진 철학을 묵묵히 수행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는 당색이 표면으로 드러날 경우 정치적인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게 돼 시정에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당에 너무 얽매일 경우 자신의 철학을 발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따른다.

하지만 박 시장의 시정이 시민들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을 받으면서 민주당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서울시민들의 호응이 좋다는 것은 수도권 향배의 척도로 볼 수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동부이촌동 주민인 조병철(65)씨는 “박원순이 민주당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 당 사람인지 느껴지지 않아 더 좋다. 나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지지자지만 박원순이 시장으로서 잘한다고 평가한다”고 말했으며 직장인 이승미(여·29)씨도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이란 것도 잘 몰랐다. 특정 정당에 휘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히려 민주당이 박원순 시장의 철학을 본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하지만 김대유(38)씨는 “박 시장은 마음에 든다. 하지만 민주당 입당하면서 실망했다. 우리는 정치인 박원순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박원순을 원한다”며 민주당에 입당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정치에 관심이 많다고 밝힌 이모(43)씨는 “박 시장이 지금처럼만 하면 그 이익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안을 것 같다”며 “박 시장이 민주당 사람이란 것을 크게 내세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민주당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민주당 강조해봤자 어차피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국민들은 친박이니 친이니 하는 계파에 신물이 났다. 박 시장은 어떤 계파에도 속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계획을 밀고 나가는 것 같다. 이명박·오세훈 전 시장과는 다르게 정치 욕심이 없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이는 민주당에게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고 전망했다.

박 시장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는 서울시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소신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일을 열심히 하는 분이다”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직원은 “박 시장의 시대정신을 서울시민들이 인정하고 그를 시장으로 차출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양적 성장 위주로 시정이 펼쳐졌다면 앞으로는 질적 성장과 분배가 주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일부에서는 취임 이후 박 시장은 자신만의 사업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전임 시장들의 사업을 하나씩 수정·보완하면서 시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는 평가를 함께 받기도 한다.

총선 패배 이후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민주당은 지지율 반등을 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시장이 예견했던 하지 않았던 상관없이 박 시장의 행보는 민주당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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