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연구소 부침사 친박 -> 친이재오 -> 친이상득

한나라당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곳이 있다. 1995년 정당정책연구소로 출범, 각종 외풍을 견디면서 존재해온 여의도연구소(이하 여연)다. 소장면면을 봐도 위상을 알 수 있다. 초대 이영희 전 노동부장관을 비롯해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4대, 6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7대), 임태희 대통령비서실장(10대),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13대)에 이어 주호영 전 특임장관(14대) 등을 배출했다. 여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여론조사 기능이다. 특히 재보선, 총선에서 그 힘을 발휘한다. 여론조사 결과가 공천에 중요한 리트머스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재보선과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연에 대한 외풍이 더 심해지는 배경이다.
여연의 한 관계자는 ‘누가 소장으로 오느냐’에 따라 연구소의 위상이 확확 달라진다고 전했다. 실제로 여의도연구소 1세대로 볼 수 있는 초대 소장인 이영희 전 노동부 장관시절에는 YS와 독대하고 청와대에 보고서를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등 막강한 힘을 발휘했다.
그러나 97년 정권이 교체되면서 여연은 정권 탈환의 선봉에 서게 됐다. 대표적인 인사가 윤여준 유승민 두 소장 시절이다. 97년 DJ 정권이 들어선 이후 윤 소장이, 2002년 대선을 앞두고는 유 소장이 야당으로서 정권 탈환을 위한 이회창 후보 참모 역할을 다했다.
특히 유 소장은 이회창 후보의 ‘브레인’으로 활동하면서 정권 탈환을 위해 앞장섰다. 하지만 민주당 노무현 후보에 패배하면서 유 전 의원은 떠나고 그 뒤를 윤 전 장관이 맡아 1년간 소장 역할을 했다.
변화는 박근혜 전 대표가 당 대표 시절 찾아왔다. 연이은 두 번의 패배속에 의기소침했던 여연은 박세일 한반도선진화 재단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당시 박 소장은 인력 및 조직, 예산을 대대적으로 정비했고 사람들도 많이 바뀌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세종시 건설로 인해 박 전 대표와 마찰을 빚으면서 4개월만에 소장직 및 의원직을 사퇴했다. 역대 가장 짧은 소장이 됐다.
소장 1, 2세대 당·청 싱크탱크 역할
하지만 박세일, 윤건영 소장 시절에 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책 산실의 보고로 여연이 이름을 날렸다고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이후부터 여연은 친박 친이재오 친이상득 소장이 번갈아 자리를 차지하면서 계파성향을 띄기 시작했다. 2007년 9월 취임한 11대 서병수 소장과 2008년 8월 취임한 12대 김성조 두 소장은 친박 성향으로 인해 박 전 대표와는 ‘밀월 관계’를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는 거리를 두면서 소원했다.
2007년 대선을 전후로 취임한 두 인사로 인해 박 전 대표의 개인 연구소 역할을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는 정책과 토론회만 개최하는 ‘찬밥 신세’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2대 MB 정권 실세인 이재오 장관의 최측근 진수희 보건복지부장관이 소장을 맡으면서 재차 위상이 강화됐다.
특히 진 소장 시절 당 목표보다는 청와대 관심사에 연구소가 몰두하면서 청와대 산하 기관처럼 변질됐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여연은 독립법인처럼 보이나 국회사무처의 한 부서로 당 예산 70억 원을 연간 쓰는 부서라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한 예로 진 소장은 당시 보고서를 당 사무총장이나 당 대표에게 건네지 않고 이재오 장관이나 청와대에 직보함으로써 더 눈총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후 진 소장이 장관직에 오르면서 13대 소장 선임에 이런 저런 말이 나왔다. 4·27 재보선에 내년 19대 총선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정파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였다. 1차 희생자는 정두언계의 이태규 전 KT 전무였다. 정 최고가 당 대표에게 ‘부탁’을 했지만 정두언 색채로 인해 중도 탈락했다. 2차는 김현철 부소장이 언급됐다. 하지만 이 또한 무산되고 결국 친이재오 친박 인사가 아닌 제3의 친이상득계보로 알려진 주호영 의원이 14대 소장으로 발탁됐다.
3세대, 당 없고 계파수장 ‘사유물’ 전락
소장을 둘러싼 알력 다툼 배경에는 단연 여론조사 기능 때문이다. 재보선이나 총선을 앞두고 각 지역별로 당선 가능성, 인지도, 지지율 조사가 사무총장의 명으로 인해 여연에서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 자료는 공천과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여연의 소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계파간 일희일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사무처는 이를 방지하기위해 3개의 여론조사기관을 비공개 실시를 대안으로 내놓고 있지만 여론조사 결과 조작 가능성 때문에 여전히 의혹 어린 시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친박 진영에선 여연 구성원을 보면서 안심하지 못하고 있다. 호남 출신의 전석홍 이사장은 ‘바지 사장’으로 실세가 아니라는 평이다. 소장은 이상득계보 부소장중 김현철 부소장을 제외한 나성린 정태윤 두 인사가 모두 친이재오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론조사실장인 권택용 부국장이 친이재오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친박계에선 예의주시하고 있다. 친박 이병기 고문이 박 전 대표와 독대설이 흘러나올정도로 친분이 깊지만 여연내에서 파워는 전무하다시피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19대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여연을 둘러싼 계파간 ‘자기사람 심기’는 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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