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그리스에 이어 급격히 금융시장이 악화되고 있는 스페인에서 올 들어 첫 석달 간 1000억 유로(약 146조1510억 원)의 외국자본이 빠져나간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스페인 국채 금리가 위험 수준인 7%에 근접하면서 스페인 정부의 자금조달 조차 어렵게 돼 외부 지원만을 바라보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스페인 중앙은행의 통계를 인용해 1분기 중 1000억 유로가 스페인을 빠져나갔다”면서 “더불어 유럽중앙은행(ECB)의 스페인 4대 은행 방키아 지원 거부가 스페인에 연타를 날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유출된 총 해외투자자금은 970억 유로(약 141조3687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의 10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같은 통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스페인 자산을 팔아치우고 있는 반면 스페인 은행들은 ECB의 3년 만기 저리 대출 프로그램(LTRO)에 힘입어 국내 채권보유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인 10년 물 국채 금리도 국제 자본시장에서 연중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어 지난해 최고치인 6.714%를 넘보고 있다.
국채 금리가 높아지면서 스페인 정부의 자금 조달에도 빨간불이 들어와 위기 대응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스페인과 EU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칼에 이어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IMF, 스페인 비상대책 논의…구제금융 구체화
월스트리스 저널(WSJ)은 이날 “IMF 유럽지부는 스페인이 방키아의 구제금융에 부족한 100억 유로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한 콘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스페인의 경우 3년 만기 장기대출 형식으로 최대 3000억 유로(약 437조7240억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IMF는 스페인과 구제금융 협상을 벌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내용을 부인했다. 게리 라이스 IMF 대변인은 “IMF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지원 방안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고, 스페인 역시 IMF에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다”고 입장을 밝혀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스페인은 이미 EBC의 1·2차 LTRO를 통해 3000억 유로의 대출을 받을 정도로 은행권 자금 사정이 어렵고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스페인 국채가 1557억 유로(약 227조 원)에 달해 결국 남은 길은 IMF 등 외부 구제금융 지원을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ECB는 스페인 은행인 방키아 지원을 사실상 거부한 가운데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유럽정치 지도자들이 유로존 예금자를 보호하고 은행 부도 사태를 막기 위한 ‘은행동맹(Banking union)’을 비롯해 유로존에 대한 장기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방키아를 비롯한 유로존 은행 위기 해결의 책임은 ECB가 아닌, 유로존 정부에 있다”면서 “오는 7월 출범하는 유로안정화기구(ESM)가 은행을 직접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