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혈세 1조 원 썼다
서울시,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혈세 1조 원 썼다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05-30 11:24
  • 승인 2012.05.30 11:24
  • 호수 943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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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시장 시절 추진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서울시는 ‘헉헉’

▲ 뉴시스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서울시가 올해 시내버스 회사에 3000억 원가량의 예산을 지원해야 해 시민들이 깜짝 놀랐다. 서울시가 시내버스회사에 2004년 이명박 전 시장 시절부터 지난 8년간 지급된 지원금도 1조 원이 넘었다. 일부에서는 경쟁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버스회사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서울시의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배경에는 시내버스 준공영제가 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버스노선과 인프라는 서울시가 제공하고, 버스 운행은 버스회사가 맡는 정책이다. 준공영제가 시행되면서 버스회사는 모든 운송수입금을 버스조합에 반납하고 시와 조합은 이를 기준에 의해 버스회사에 배분한다. 버스 한 대당 일정한 금액을 받게 계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운송수입금이 적을 경우 서울시는 이를 보전하기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 이렇게 버스회사의 이익을 보전하는데 사용된 금액이 1조 원이 넘은 것이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로 인해 버스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함에 따라 서비스의 질은 이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해마다 투입되는 예산이 점점 커짐에 따라 이 때문에 다른 복지 수혜는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서울시로서는 당장 준공영제 대체안이 없어 고심을 하고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의 광역시에서 시행되고 있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지난 2004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 시내버스를 외곽과 도심을 급행으로 운행하는 간선과 역내를 연계·순환하는 지선으로 나누고 중앙차로제를 도입해 시내버스 운행 속도를 높였다. 또한 운송수익금을 서울시가 관리하도록 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택한 것이다.

이전만 해도 버스업체는 노선과 운행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하면 시는 이를 검토해 허가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버스회사는 이용자들이 많은 노선을 만들어 이익을 발생시켰지만 상대적으로 이용자가 적은 지역의 시민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버스 노선이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서울시가 노선에 대한 권한을 가지면서 이런 부분 또한 많이 해소됐다.

준공영제와 비공영제 차이는

시내버스 준공영제와 비공영제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운영주체이다. 2004년 이전에 시행됐던 비공영제는 버스회사가 노선과 운영계획을 서울시에 제출하면 서울시가 이를 허가했다.

버스회사는 노선에서 발생하는 수익에 대한 책임을 모두 졌다. 승객이 많이 타면 그만큼 많은 이익을 냈으며, 승객이 적으면 노선을 폐지하거나 변경해 수익을 발생토록 하였다. 운전사의 임금 문제도 노사가 만나 직접 협상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에 반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준공영제는 운송수익금 공동 관리와 노선의 공영화라는 두 축으로 이뤄졌다. 서울시는 간선·지선 등의 버스 노선과 버스 운행에 필요한 안내표지, 버스종합사령실 등의 인프라를 제공하고, 버스회사는 버스 운행만 하게 된다.

버스 운행을 통해 얻은 운송수익금은 전액 버스조합에 반납한다. 버스조합은 모든 운행 버스의 운송수익금을 거둔 후 서울시와 맺은 공동운수협정 따라 버스회사별로 수익을 배분한다.

올해 시내버스 한 대의 1일 운행 요금은 63만 원 정도로 책정되었다.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는 7500여 대로 지난해 시내버스 운행으로 서울시가 버스회사에 지급한 금액은 1조4000억 원가량 된다. 하지만 운송수익금은 1조1000억 원 정도에 그치고 있어 그 차액인 3000억 원은 서울시 예산으로 보전하고 있다. 준공영제 실시 이후 지금까지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그 문제는

준공영제 시행 후 버스회사는 수익을 직접 관리하지 않는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다. 시내버스 운행만 하면 되기에 승객이 적은 노선을 폐지하거나 변경할 이유 또한 사라졌다.

서울시는 시내버스 운전사의 2011년 연말정산 내역을 분석한 결과 40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버스회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지만 운전사들은 그 정도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시내버스 운전사의 수익은 준공영제 전에 비해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는 점은 운전사들도 인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같은 호봉일 경우 시내버스 운전사의 평균임금이 지하철 승무원에 비해 높으며 회사택시 운전사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고 설명하고 있다.

시내버스 운전사가 지하철, 택시 운전사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2004년 이후 시내버스 노사 양측이 합의한 임금인상률을 서울시가 수용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민간회사의 임금 협상에 대해 서울시가 끼어들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는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선에서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민간 버스회사에 안정된 수익을 보장해주면서도 서울시가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렵다.

이에 서울시는 시내버스를 특수공익사업장으로 지정해 파업을 제한하고 시가 직권으로 중재를 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안을 국토해양부에 제출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간회사에 대해 서울시가 직권 중재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가 논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임금뿐만 아니라 현재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가 많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서울시에는 368개 노선에 7548대의 시내버스가 운행돼 운송부담률은 27.8%이다.

그러나 이미 지하철 신규 구간 건설(9호선)과 함께 경전철과 도시철도가 개통될 예정이어서 시내버스의 운송부담률은 낮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현재 운행 중인 시내버스를 줄여도 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이 발표한 ‘서울시 버스 준공영제 발전방안 연구’ 보고서에는 2022년까지 현재보다 1300여 대 적은 6200여 대까지 시내버스를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버스회사 지원 막으려면 300원 인상해야”

서울시는 시민들이 현행 시내버스 시스템에 불만이 없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당장 준공영제를 크게 개편하거나 새로운 시스템으로 대체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현행 시내버스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좋은 시스템이며 일부 문제점만 보완하면 시민들의 불만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시내버스 노조의 파업 선언 후 적극적인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는 일부 시민들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버스회사와 노조 사이의 임금협상은 민간 회사 차원의 일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노사가 합의점을 찾은 데에는 서울시의 숨은 공로가 있다. 이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서울시가 노사 간의 타협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은 임금인상률이 합리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서울 시내버스와 관련된 모든 사항은 100% 서울시가 관여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서울시가 목소리를 내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에 해명했다.

또한 시내버스 감차에 대해서도 버스회사에 인위적으로 감차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올 들어 200대의 감차 계획을 수립했지만 버스조합 측에서 이에 반발해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서울시가 지금까지 시행했던 준공영제를 포기할 경우 당장 시민들의 대중교통비 지출이 높아져 시민들의 불만이 쏟아질 것은 분명하다. 또한 일부 노선의 폐지 및 변경도 불가피하기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시민들은 예산이 투입되는 것보다 당장 자신의 지갑에서 돈이 나가는 것을 싫어했다.

대학생인 최준병(22)씨는 “예산은 눈에 보이지 않아 실감나지 않지만 당장 버스요금은 카드에 찍히는 금액으로 확인할 수 있어 버스요금 인상은 반대한다”고 말했으며, 김준희(여·27)씨 또한 “버스요금 100원 올리면 한 달에 5000원 정도 더 들게 된다. 큰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1년이면 60000원이 된다. 게다가 중간에 약속이라도 있어 버스를 타게 되면 더 많은 돈을 쓰게 돼 부담된다”며 버스요금 인상에 부정적이었다.
서울시는 올해처럼 버스회사 측에 3000억 원을 보전하지 않으려면 당장 300원의 버스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300원 버스요금 인상은 다른 분야까지도 비용 상승을 가져올 수 있어 서울시는 이를 경계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는 시민들이 가진 몇 가지 오해는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선 버스를 갈아탈 때 발생하는 환승할인에 대해 더 이상의 보전은 없다는 것이다. 대중교통 간 환승 시 승객이 할인 받는 금액을 서울시가 운송회사에 내주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이 때문에 시민들의 세금이 투입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시민, 준공영제에 불만 폭주

준공영제를 실시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이익은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당장 환승할인이 되면서 교통비가 줄어들었다. 또한 도심을 제외하고는 중앙차로제를 시행하면서 속도 또한 많이 개선되었다. 애초에 중앙차로제를 시행할 때 생소하게 생각했던 시민들도 이제는 그 편리함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버스공영제를 두고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회사원 김재현(41)씨는 “얼마 전 시내버스 파업 소식을 들으며 알 게 됐는데,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버스회사를 지원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세금이 너무 많이 투입되던데 이를 줄일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서울시의 대책을 요구했다.

정미진(여·30)씨는 “서비스가 나아졌다고 하지만 피부로 실감하기는 어렵다. 급정거, 급출발은 여전한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보은(여·64)씨는 “시내버스가 전보다 좋아졌다. 그런데 규격이 달라 나이든 사람은 타기가 힘들다”며 “출입구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는 버스(저상버스)를 많이 늘려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밖에 개인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시민들 적지 않았다.

최동현(44)씨 또한 “어차피 서울시민의 세금이 민간의 버스회사에 투입될 것이라면 차라리 완전 공영제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시내버스 파업이 취소됐지만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안전성과 서비스 확대 차원에서라도 공영제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진철(51)씨는 “버스회사에 지급되는 돈을 줄여야 된다. 버스회사가 주장하는 운송비가 맞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일부 구간에서는 서울시가 직접 버스회사를 운영하고 거기서 해법을 찾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주장했다.

모든 시민을 만족시킬 수 없는 상황에서 만족도를 높이면서 예산은 최대한 아껴야 하는 서울시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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