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의 광고비평] 셔플(Shuffle)댄스 율동 속에 흠뻑 빠진 포스코 광고
[김재열의 광고비평] 셔플(Shuffle)댄스 율동 속에 흠뻑 빠진 포스코 광고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입력 2012-05-30 11:18
  • 승인 2012.05.30 11:18
  • 호수 943
  • 4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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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춤추는 동안 그동안 쌓아놓은 ‘굿윌(Good Will)’은 다 날라 가네

철이 없는 세상이 존재할 수 있을까. 철(鐵)은 거칠고 차갑게 느껴지지만 인류 문명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금속이기에 ‘산업의 쌀’로 불리며 우리의 생활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피가 붉은 것도 적혈구의 혈색소인 헤모글로빈의 철 성분 때문이다.

철강 산업은 영국과 독일 및 미국 등 강대국 역사와 함께 해왔지만 현재는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가 주도한다. 그 중심엔 국민기업 1호 포스코가 자리한다. 황량한 벌판에 첫 삽을 뜨고 이를 악물며 시작된 포스코의 역사는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포스코는 철강이라는 소재가 쉽게 눈에 띄지 않는데다 특히 개별 소비자들과 접점이 없는 B2B(Business to Business : 기업 간에 이뤄지는 상거래) 회사이기에 우리 삶의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광고를 통해 국민들에게 전달해왔다. 그 대표적 메시지가 ‘소리 없이 세상을 바꿉니다' 였다. 바퀴살이 없는 자전거를 타고 가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행복한 모습을 통해 철의 중요성을 표현한 ‘자전거 편',세상에 처음 태어난 아기가 접하는 탯줄 자르는 가위를 통해 ‘철과의 첫 만남'을 나타낸 ‘탄생 편',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는 첼로 줄이 철로 됐다는 점을 부각시킨 ‘첼로연주 편' 등이 광고를 통해 우리들에게 꾸준히 다가왔다. 또한 철(Fe)이 들어가는 단어 Friend(친구), Future(미래), Forever(영원함) 등으로 철과 관련된 포스코의 미래 지향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이러한 일련의 광고 시리즈는 철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하지는 않지만 광고를 보고 난 후에는 철의 가치를 새삼 느끼도록 해준다. 그러면서 철의 차갑고 딱딱하며 거친 이미지를 따뜻하게 바꿔놓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 10여 년 전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인 뉴욕광고 페스티발에서 당당히 동상을 받았고 런던 광고제에서도 최종 리스트에 올라갔다. 당시 광고평론가들은 “철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갖고 있던 생각의 틀을 바꾸어 놓은 멋진 광고”라는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포스코는 최근 이처럼 좋은 평가를 받던 광고를 하루아침에 중단하고 난데없이 ‘아는 만큼 가까워집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셔플(Shuffle)댄스를 등장시킨 광고를 시작했다. 회사 측의 설명은 세대와 계층 간 이해와 소통을 주제로 한 젊고 역동적인 이미지로 변신하려는 의도에서라고 한다. 이 같은 시도는 포스코가 궁극적으로는 본업인 철강과 함께 소재사업을 육성해 종합소재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비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준양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 ‘소리 없이 세상을 바꿉니다’의 ‘네팔'편 광고. 물물 교환할 때 쓰는 쇠 도르래와 바구니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며 사는데 중심축이 되고자 하는 POSCO를 나타낸다.

그러나 포스코는 이번의 기업이미지 변신 시도에서 크나 큰 오류들을 범하고 있다. 우선은 ‘소리 없이 세상을 바꿉니다’라는 메시지로 그토록 오랫동안 좋은 평가를 받으며 쌓아놓은 국민속의 무형의 자산인 굿윌(Good Will : 호감도)'을 한 순간에 날려버렸다는 점이다. 기업이 외부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광고'라고 한다면 ‘기업 이미지'는 반대로 외부인들이 기업을 향해 보내는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어떤 대상에 대한 이미지의 형성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다. 이미지의 형성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누적적으로 쌓여가는 과정이며 이를 창조하고 유지하는 데에는 그만큼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굿윌은 포스코의 브랜드 가치와도 직결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 초우량 기업의 자산 대부분이 브랜드 자산이다. 코카콜라는 자산의 59%, 애플은 77%가 무형적 자산이라는 얘기도 있다.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 브랜드 이미지 파워가 자산의 50%를 넘는다는 뜻이다. 이러함에도 포스코는 그동안의 광고가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얼마만큼 높여 준 것인가에 대한 객관적 측정이나, 광고를 새롭게 바꿀 경우 브랜드 파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채 광고를 교체해버린 것이다. 포스코 측의 설명대로 새로운 비전에 따른 이미지의 전환이라고 해도 이것 또한 신중하게 해야 한다. 철강만 하다가 종합소재기업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은 브랜드 리뉴얼(Brand Renewal)과 연결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 요소들 중 일부를 수정하거나 변경해주는 작업인 것이다. 이럴 땐 기존의 이미지를 일관되게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가운데 노후화된 이미지 개선이나 새로운 이미지를 부가적으로 창출하는 것이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듯하다.

▲ 포스코의 새로운 광고 ‘아는 만큼 가까워집니다’ 광고 장면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점은 느닷없는 셔플(Shuffle)댄스의 등장이다. 춤은 20~30대와 소통하고 젊은 감각을 드러내기 좋은 소재로 보는 재미와 함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좋아 광고에 널리 활용된다. 그러나 현재 셔플(Shuffle)댄스를 등장시키고 있는 여러 편의 국내 광고는 대부분 제품광고이다. 포스코 광고의 셔플댄스는 국민기업의 이미지 소재로는 너무 가벼울 뿐만 아니라 의도하는 종합소재기업으로서의 이미지와도 아무런 연결 고리가 없어 보인다. ‘아는 만큼 가까워집니다’라는 메시지 속에도 포스코의 궁극적 목표인 새로운 비전으로 연결될만한 그 어떤 암시나 연상도 떠오르질 않는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일은 정준양 회장의 일방적 지시에 의해 새 광고가 제작·방영되고 있는 점이다. 광고 등 기업이미지 창출에서 CEO의 경영철학이나 행동거지 등은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정 회장의 훌륭한 경륜과 능력의 경영철학 등도 포스코 이미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나 정 회장은 여타 다른 재벌 기업처럼 오너 경영인이 아니다. 포스코는 국민 정서상으로는 국민 모두의 기업이다. 백년대계의 포스코 기업 이미지를 설계하는 중요한 전략적 과제를 다루는 일이 몇 년 스쳐가는 CEO의 힘으로만 좌지우지될 수 없다. 이 같은 중차대한 일은 국민들도 참여하는 ‘브랜드전략위원회’ 같은 기구의 설립을 통해 하는 것도 어떨까 싶다. 포스코가 광고를 바꾸며 그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그들 자신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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