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 의원은 ‘대세론’을 굳혀가고 있는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독재자의 딸’이라고 지칭하면서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친박(친박근혜)을 당권파로 규정하면서 경선룰과 경선시기 변경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가기도 한다.
타 비박(非朴) 주자들(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는 수위 자체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 의원이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와 회동설 등 반박(반박근혜)과 비박 세력 결집에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연유로 이 의원은 ‘비박 주자 중 탈당 1순위 인사’로 꼽히고 있기도 하다.
이재오發 ‘중대 사태’는 탈당(?)
이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이 거부될 경우 “중대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하면서 “어려운 지경으로 당을 끌고 간다면 그때 가서 여러 가지 조치를 내놔도 늦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중대 사태’를 ‘탈당’으로 보는 시각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지금은 비록 경고에 그치지만) 당이 비주류 주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금 상태 그대로 경선을 실시하는 최악의 상황이 온다면 이 의원이 본인 거취 문제를 포함해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실제 이 의원을 포함한 비박 대선주자들은 한 목소리로 당내 경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완전 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열흘 동안 법안 서명을 받았지만 새누리당 국회의원 당선자 150명 중 5명만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이재오, 서명을 받으러 다닌 김용태, 과거 친이계였던 조해진, 안효대 의원을 제외한 145명이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박근혜 사당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예다.
김문수 경기지사는 “김용태 의원이 법안에 서명 받으러 다니는데, 의원들이 박심(朴心)을 두려워하며 서명하기를 꺼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전 위원장이 ‘선수가 룰(규칙)에 맞춰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의원들이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이 이를 명분으로 탈당을 선언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그 배후에는 ‘야당에게 권력을 넘겨줄지언정 절대로 박근혜 위원장은 안 된다’고 생각하는 MB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지난 25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친이계 좌장’이라는 꼬리표에 대해 “그것을 달고 대선에서 승리하려고 한다”며 “한 정권이 탄생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고 그 정권을 가까이서 지켜봐서 장단점도 제가 제일 잘 안다”고 강조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이재오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시기에 대해서도 “당헌에 못이 박혀있다고 해서 굳이 당헌대로 날짜를 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연기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이대로 간다면) 당원들끼리, 조금 더 좋게 말하면 당권파들끼리의 잔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