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규 회장의 ‘땡전’ 시장 휩쓸기
홍석규 회장의 ‘땡전’ 시장 휩쓸기
  • 강길홍 기자
  • 입력 2012-05-30 09:33
  • 승인 2012.05.30 09:33
  • 호수 943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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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광그룹, 자판기사업 논란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일요서울ㅣ강길홍 기자]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이 골목상권 침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광그룹의 대표적인 골목상권 침해 업종으로 꼽히는 편의점사업에서 훼미리마트(회장 홍석조)가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중소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자판기사업에서도 휘닉스벤딩서비스(대표이사 김치황)가 맹활약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 때문에 2만30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중소자판기사업 종사자들이 생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휘닉스벤딩서비스는 ‘양의 탈을 쓴 늑대’처럼 ‘중소기업의 탈을 쓴 대기업’이라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다.

자판기사업에 뛰어든 ‘보광휘닉스벤딩서비스’
중소업체들 종사자 “생존 위협받고 있다” 호소

중소자판기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새로운 직업을 구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A씨가 근무 중인 회사가 휘닉스벤딩서비스를 비롯해 대기업에 차례로 영업점을 빼앗기면서 문을 닫게 생겼기 때문이다. A씨는 “보광 같은 대기업이 중소기업 업종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기존 업체들이 차례로 문을 닫고 있다”며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토로했다.

보광그룹의 대표 계열사인 ‘보광훼미리마트’는 ‘골목상권’ 침해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런 와중에 보광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휘닉스벤딩서비스가 주로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던 자판기사업에서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다시 한번 개인사업자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자동판매기운영업협동조합(이하 자판기조합)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대기업들의 자판기 보유 대수는 8만여 대로, 이중 직접 운영하는 자판기가 2만대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대형 빌딩·병원·대학·전시장 등의 자판기들은 이미 상당 부분을 대기업들이 장악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2만3000여 명으로 추정되는 전국의 자판기 업종 종사자들이 생업을 잃을 위기에 내몰렸다.

대기업들이 대표적인 동전 업종으로 꼽히는 자판기사업에 진출하는 것도 문제지만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불공정한 경쟁에 나서는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부분 자판기사업은 빌딩소유주나 공공기관 등을 대신해 위탁운영이 이뤄지는데 주로 최고가입찰 방식으로 운영업체를 선정한다. 대기업들은 기존 입찰료의 2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사업권을 따내며 중소업체의 밥그릇을 뺏고 있다.

서울시 모 도서관 관계자는 “운영업체에서도 자신들의 수익을 고려해 입찰가를 써내기 때문에 최고입찰가라고 해도 어느 정도 수익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운영업체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를 따지거나 최고입찰가를 써내지 않은 업체를 선정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개인자판기사업자들은 대기업이 일단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과도하게 입찰금액을 높여 쓴 후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판기조합 측은 “대기업들이 입찰금액의 상향조정을 초래해 중소 자판기 운영업장의 수주 기회를 축소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자판기사업에 진출한 대표적인 대기업 계열회사는 롯데칠성음료, 코카콜라음료, 동아오츠카, 코레일유통, 휘닉스벤딩서비스, 신세계푸드서비스 등이 꼽힌다. 특히 보광그룹의 휘닉스벤딩서비스는 자판기업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회사다.

“보광은 양의 탈을 쓴 늑대”

1984년 300대의 자판기로 사업을 시작한 보광그룹은 사업 초기에는 당시 모기업이었던 삼성그룹 관련 빌딩을 대상으로 영업을 벌였다. 이후 꾸준히 사업을 확장해 나가면서 2001년에는 자판기 위탁운영을 전문으로 하는 휘닉스벤딩서비스를 설립했고, 매년 500여 대 정도의 자판기를 늘려나가면서 2009년 2월 현재 1만1500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사업자들은 자판기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될 수 있을지에 대해 촉각을 세우고 있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3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서비스 분야의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작업을 시작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적합 업종 선정을 위한 기본 방향으로 단순 노동 투입 업종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서비스업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반성장위는 6월 전후로 적합업종 신청을 받아 7~8월 실태조사 및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9월쯤 1차 적합업종을 발표할 예정이다.

자판기조합은 동반성장위에 대기업의 사업 진출을 자제시켜 줄 것을 수차례 탄원한 바 있다. 자판기조합은 “생산으로부터 유통까지 모든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이 직접 입찰경쟁에 참여해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입찰금액의 상향조정을 야기하는 등 자판기 운영권을 가져간다”며 “중소운영업자는 자동판매기운영이 생업이며, 업계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생존에도 직접 영향을 주는 것으로 대기업이 대승적 차원에서 자동판매기 직접운영 사업을 지양할 수 있게 해달라”고 동반성장위에 요청했다.

하지만 휘닉스벤딩은 자판기시장의 대기업 진출 논란에서 빗겨나 있다. 오랫동안 사업을 진행했다는 명분과 함께 주로 개인사업자가 소속돼 있는 자판기조합에 가입돼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자판기조합은 롯데·코카콜라·신세계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사업 자제를 요청하면서도 보광그룹의 휘닉스벤딩서비스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자판기조합 관계자는 “일부 조합원들 가운데 휘닉스벤딩서비스에 불만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보광이 대승적 차원에서 스스로 사업을 접는다면 몰라도 조합 차원에서 보광에 사업 철수를 요청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자산 3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보광그룹이 중소기업의 탈을 쓰고 골목상권 침투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휘닉스벤딩서비스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30년 동안 자판기사업만 해왔기 때문에 최근 대기업 제조사가 직접 뛰어드는 것과는 사정이 다르다”며 “개인사업자가 줄어드는 것은 자판기사업 자체가 워낙 수익이 낮은 것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slize@ilyoseoul.co.kr

강길홍 기자 sliz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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