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일에 싸인 삼성, 언론 노출 이어져… 왜?
- SNS로 적극 소통하던 ‘회장님’들은 잠시 ‘주춤’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재벌들의 세계를 알고 싶은 세상 사람들의 욕구는 항상 존재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 속에서 연출되는 가상의 모습이 아닌 실제 재벌들의 생활 면모를 보고 듣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였던 탓에,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SNS를 통해 좁아진 전 세계 이웃사촌 대열에 재벌가 회장들이 대거 동참해 직접 자신의 행보를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베일에 휩싸여 있다는 삼성家마저도 SNS까지는 아니지만 최근 언론 노출에 상당히 개방적인 모습을 보이는 추세다.
삼성, 언론과 대중의 관심 앞에 서다
야구 시즌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르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등이 자사 구단을 적극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본래 김승연 회장이나 박용만 회장은 종종 야구장을 찾았던 터라 그리 놀라움을 사지는 않았지만, 이재용 사장과 이부진 사장의 야구 관람은 크게 화제가 됐다. 남매는 지난 20일 서울 목동구장을 찾아 삼성라이온즈의 경기를 관람했는데, 함께 온 것은 물론 각각 자녀들까지 대동했다. 때문에 “삼성가에 이런 모습이 있었냐”는 관중들의 술렁임과 언론의 조명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두 사장이 동시에 가족을 동반하고 야구를 관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재용 사장은 이서현 제일기획ㆍ제일모직 부사장과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2에 함께 모습을 보여 현장 관계자들을 긴장하게 하기도 했다. 당시 제일기획이 삼성전자 부스를 맡아 꾸미기는 했지만 이서현 부사장이 라스베이거스까지 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재용 사장은 이서현 부사장의 깜짝 등장에 웃으며 취재진에 농담까지 건넸다는 후문이다.
유독 삼성가의 공개적인 행보가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그동안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려왔기 때문이다. 특히 멀게는 故 이병철 창업주의 사카린 밀수 사건에서부터 가깝게는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 특검 등 굵직한 사건을 포함해, 최근 CJ와의 유산 분쟁으로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린 삼성으로서는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언론과 대중 앞에 스스럼없이 나타나는 횟수가 잦아짐에 따라 재계에서는 “삼성의 對언론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는 “본디 삼성은 드러내지 않는 쪽을 택했는데 CJ와의 유산 분쟁이 터지면서 공방을 이어가다 보니 내부에서도 ‘親언론 쪽으로 선회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한편 익히 알려진 대로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표현명 KT 개인고객부문 사장, 박용만 회장 등은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회사 분위기와 일상을 공유하며 대중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트위터로 활발한 의사소통 중인 정태영 사장은 “회사에는 존박의 노래가 흐르고 10시에도 직원들은 삼삼오오 재밌는 대화에 잠겨 있다”는 트윗으로 현대카드 임직원들이 뭇 직장인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난달 레이디가가 내한 콘서트를 앞두고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주최사인 현대카드를 불매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할 때에도, 정태영 사장은 자신의 의견을 트위터를 통해 피력하고 상대방의 멘션에 대해 일일이 답변하는 성의를 보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트위터를 닫는 극단적인 사례도 있었던 만큼 향후 재벌가 ‘회장님’들의 SNS 소통이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