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관 SNS 사용 재갈 물리기 가동
대법원, 법관 SNS 사용 재갈 물리기 가동
  • 전수영 기자
  • 입력 2012-05-29 15:00
  • 승인 2012.05.29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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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카새끼 짬뽕’ ‘가카 빅엿’ 더 이상 안 돼”
▲ 서기호 전 판사가 3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통합진보당 입당을 밝히고 있다.

“법관은 이제 날씨 얘기만 해야 되냐”는 비판 여론 일어

[일요서울 | 전수영 기자]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위원장 이태수)가 SNS 사용 권고안을 발표하자 곧바로 ‘판사들의 입을 막는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법원 윤리위는 지난 20일 법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기준을 마련해 권고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사용기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지 거의 6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대법관 윤리위의 권고안은 법관이 편견이나 차별을 드러내지 않도록 유의해야 하며 공정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이라 할 수 있지만 ‘법관이 사회적·정치적 쟁점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경우 자기절제와 균형적인 사고로 품위를 유지하고 법관이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놓이지 않도록 신중히 처신’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어 법관의 발언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원 주변에서는 권고안은 권고안으로 그쳐야 하는데 이번 권고안은 이를 어길 경우 곧바로 실정법 위반여부를 판단해 법관의 활동을 규제하게 됨으로써 법원이 자연스럽게 보수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미 SNS상에서는 법원이 법관의 개인적인 견해까지 검열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서기호 전 서울북부지법 판사는 지난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가카의 빅엿’이라는 표현을 게재해 논란을 빚었다. 결국 서 전 판사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며 ‘과연 법관의 개인적 의사 표현은 어디까지인가’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이어졌다.

이에 앞서 이정렬 창원지법 판사 또한 페이스북에 ‘가카새끼 짬뽕’ 패러디 사진을 게재해 정직 처분을 받아 법원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가카의 빅엿’, ‘가카새끼 짬뽕’ 등의 표현이 법관으로서 품위를 잃은 행동인지 아닌지를 두고 의견은 뚜렷이 나뉘었다. 한쪽에서는 법관이 사건과 관련 없는 사적 발언을 두고 법원이 이를 징계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법관은 개인적인 발언 또한 신중해야 한다며 치열한 논쟁을 벌였다.

결국 대법원 윤리위는 지난해 11월 29일 법관의 SNS 사용기준을 마련하기로 의결한 후 6개월가량의 논의를 거친 후 권고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권고안 범위 너무 넓고, 자의적”

대법원 윤리위가 지난 20일 밝힌 권고안은 법관이 편견이나 차별을 드러냄으로써 오해를 받지 말아야 하며, 사회적·정치적 쟁점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더라도 논란의 중심에 놓이지 않도록 법관으로서 신중하게 처신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정치적 쟁점’, ‘논란의 중심’이라는 부분에 대한 해석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는 반대 여론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논란의 중심’이라는 것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이를 둘러싸고 법원 내부의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치적·사회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법원 측에서는 “규범이라는 것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어렵다”며 “이는 해당 사안마다 별도로 그 범위를 정하는 것이 맞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국 법령이 아닌 이상 명확하게 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논리다.

권고안 어기면 어떻게?

대법원 측에서는 이번 권고안 자체는 처벌 조항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권고안을 어기더라도 법관 윤리강령과 실정법을 어기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권고안을 어기게 되면 법관 윤리강령과 실정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 대법원 측의 입장이다.

대법원 측은 권고안이 처벌을 위해 만든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주변에서는 결국 이를 어기게 되면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처벌을 논하지 않더라도 권고안 발표로 법관들의 SNS 활동 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어 그 파급력은 곧바로 나타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대법원 윤리위가 권고안을 발표하도록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서기호 전 판사는 이번 발표에 대해 “쟁점 사항이 될 것이 아니라서 따로 얘기할 것이 없다”며 오히려 무게를 두지 않았다.

SNS상에서는 첨예한 의견 충돌

대법원 윤리위에서 권고안을 발표했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아직까지 반발의 목소리가 크게 들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사용기준을 논의한다고 밝혔을때 이미 이런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SNS상에서는 대법원 윤리위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권고안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충돌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의 목소리가 많은 상황이다.

트위터리안 manofddang는 “대법원에서 판사들에게 SNS에서 하지 말아야 할 내용을 ‘앞으로 법원에 올 가능성이 있는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참.참.참… 판사들도 힘들겠다. 예지력도 있어야 하니…”라며 대법원 윤리위를 비판했으며, psyblee는 “대법원이 발표했다는 법관의 SNS 사용 권고안. 이분들은 SNS에서 날씨 얘기만 해야겠군”이라고 비꼬았다.

반면 icandoj는 “판사는 사적인 SNS 공간에서도 법관 윤리강령을 준수해야 한다. 이거 당연한 거 아닌가”라며 대법원 윤리위의 윤리강령 발표를 옹호했다.

4·11 총선과 지난해 치렀던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났듯이 SNS는 현재 우리사회의 여론을 형성해 이끌고 나가는 중요한 수단이 된 것은 분명하다. 특히 사회지도층의 목소리는 그대로 여론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법원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면 가질수록 자신들에게는 큰 중압감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특정 사안에 대해 법원 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낼 경우 여론뿐만 아니라 법원 내부의 목소리도 찬반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며 가급적 국민과의 거리를 유지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권고안 발표로 법관들의 개인적인 발언마저 제한돼 그동안 진행된 법원 개혁이 다시 보수로 회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들도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인 사안을 그대로 공표하는 것은 결과에 영향을 곧바로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법관으로서는 자제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 내부망에 올린 글도 언론에 즉각 보도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관들이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것을 막는 것은 더 이상 명분이 없다는 주장도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개인적인 의견 제시를 제한할 것이 아니라 법관이 공정성을 잃지 않도록 이끄는 것이 법원의 할 일이 아니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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