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정 조사로 MB 정권 핵심부 겨눈다
민주당, 국정 조사로 MB 정권 핵심부 겨눈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1-03-08 16:28
  • 승인 2011.03.08 16:28
  • 호수 879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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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원 K씨 작심토로
인사청탁과 그림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 소환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한상률 국정조사 숨겨진 6대 미스터리 밝힌다”

MB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두 인사가 우연찮게 동시에 입국했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에리카 김 등 두 남녀가 주인공이다. 우선 한 전 청장은 차장 시절 국세청장이 되기 위해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그림 로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정권 실세를 대상으로 한 연임 로비 의혹, 2008년 박연차 태광그룹 세무조사에 따른 직권남용 의혹, 그리고 도곡동 땅 소유주 은폐 의혹에 휩싸여 있다. 하나같이 메가톤급 사안들이지만 한 전 청장이 2009년초 미국으로 갑작스럽게 출국해 미제로 남았었다. 에리카 김은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괴롭혔던 BBK 주가조작사건의 핵심인물로 이미 남동생 김경준씨는 실형을 받고 옥살이를 하고 있다. 당시 김씨는 “BBK의 실소유주는 MB”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따라서 이들의 입국은 정권의 레임덕뿐만 아니라 핵심 실세들의 운명을 좌우할 공산이 높아 두 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뜨겁다. 두 인사와 관련 알려지지 않은 의혹들은 무엇인지 민주당 전 ‘한상률 진상조사게이트’ 조사단원으로부터 들어봤다.

민주당은 이미 2009년말 한상률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출범시켰다. 단장은 송영길 현 인천시장이 맡았고 이종걸 조배숙 박영선 양승조 박은수 전현희 이춘석 의원을 비롯해 홍성영 변호사가 활동했다. [일요서울]은 당시 진상조사단의 핵심 실무를 담당한 인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본지와 한 시간 넘게 한상률 전 청장을 둘러싼 기존의 4대 의혹 외에도 숨겨진 의혹이 많다며 국정조사감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의혹 중에 우선적으로 꼽은 것은 한 전 청장의 친인척인 A씨에 대한 제보였다.

그가 조사단원으로 있을 당시 제보를 받은 것으로, 사업체를 운영한 A씨의 B사에 대한 20억 원 가량의 세금 탈세 축소의혹이다.

중고상을 운영중인 A씨가 세금 탈루 의혹으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을 처지에 놓이자 한 전 청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당시 한 전 청장은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 대신 S 사무관을 시켜 세금 탈루 금액을 5억 원 수준으로 낮추도록 만들었다. 이후 이 사무관은 서기관으로 승진됐다. 사실이라면 직권 남용에 권리행사 방해죄에 해당되는 중형이다.


한 전 청장 친인척 A씨 새롭게 등장

두 번째는 한 전 청장이 2008년 연말 자신의 연임을 위한 일환으로 경북 경주에서 골프 및 향응 접대한 사건이다. 당시 한 전 청장은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과 친분이 깊은 인사들을 비롯해 대통령 동서인 신기옥 경북고 총동창회 부회장과 저녁을 함께해 연임을 위한 로비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 전 청장은 ‘인사 청탁’ 및 ‘충성주’ 맹세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K씨는 “일식집에서 1차를 마친 일행은 2차로 2층 노래방을 겸한 단란주점으로 이동했다”며 “술이 얼큰하게 오른 상황에서 한 전 청장이 인사 청탁 및 충성주가 오고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동석한 일행 중 한 명이 당시 주고받은 대화를 녹음했고 검찰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 번째는 2008년 신성해운 로비 의혹 사건과 한 전 청장의 금품수수 의혹이다. 신성해운 국세청 로비사건은 2004년 공동대표인 서민호씨의 고발로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를 받았다. 철강운송업체로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천억원대 탈세 및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과 국세청에 고발당했다. 국세청 조사가 시작되자 신성해운은 노무현 정부 핵심 실세인 정상문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의 사위인 이재철씨를 로비스트로 고용해 청와대, 국세청, 검찰 등을 상대로 무차별적인 로비를 벌였다.

국세청 세무조사가 무사히 끝난 후 이씨가 신성해운과 갈등이 불거지면서 재차 신성해운 로비 사건이 불거졌다. 당초 약속했던 현금 30억 원과 주식 20%를 다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구 유흥주점 ‘충성맹세’ 녹취록 존재”

이로 인해 서씨와 이씨가 ‘적’에서 ‘동지’로 바뀌었고 두 사람은 신성해운이 비자금 조성을 해 이 자금으로 정관계를 상대로 로비를 벌였다고 폭로하면서 본격화됐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 6개월 만에 로비의 실체는 밝히지 못하고 오히려 고발인인 이씨를 변호사법위반으로 구속했다. 반면 10명이 넘는 로비 대상자가 나왔지만 처벌 받은 인사는 한명도 없었다. 1억 원을 받은 정 전 비서관이 불구속 기소된 것이 전부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009년 12월에 박지원 의원은 “‘2004년 당시 한상률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장에게 로비자금 5000만 원을 건넸다’는 검찰 진술서를 입수했다”며 “이씨가 검찰에 제출한 ‘로비리스트’를 보면 2004년 당시 서울중앙지검 고위 간부에게 2억 원, 총리실 사정팀에 나가 있던 검사에게도 금품을 건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2차로 작성된 리스트에는 검찰 인사들은 제외되고 한 전 청장은 그대로 남아 있어 한 전 청장에 대한 조사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미 무혐의 처리된 사안’이라고 이를 묵살했다.

네 번째는 2008년도 4월부터 진행된 대통령 사돈기업인 효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의혹사건이다. 검찰에선 이미 2007년~2008년 효성그룹과 관련된 범죄첩보를 입수해 위법성 여부를 분석해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하지만 검찰에선 ‘위법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리고도 본격 수사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80여 페이지 보고서 중 언론에 유출된 20여 페이지를 보면 ▲ 해외법인에 수천만 달러 과잉지급 ▲ 해외법인의 부실채권 액수 부풀리기 ▲ 환어음 거래를 통한 수수료 부당 지급 등 10여 가지의 범죄 의혹 첩보들을 담고 있다. 또한 보고서에는 효성그룹이 이같은 방식으로 해외로 재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며 ▲ 외국환거래법 위반 ▲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및 배임 ▲ 조세포탈죄 등 위법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히 조세포탈 부문 관련해 한 전 청장이 개입 의혹을 제기했다.

K씨는 “효성 그룹이 대통령 사돈 회사로 MB 정권 핵심 인사가 한 전 청장을 만나 자초지종을 물어본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한 청장은 바로 안원구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 친인척 관련 조사하는 거 뭐 있느냐’고 전화로 물어보고 전화를 끊은 뒤 ‘알아서 잘 처리하겠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밝혔다.


MB 사돈기업 비자금 사건 한상률 연루의혹

결국 효성 비자금 사건은 18개월 동안 진행됐지만 조석래 회장 일가와 무관한 효성중공업 임원의 사기, 효성그룹 건설부문의 70억 원대 비자금 조성을 확인하고 수사를 종결했다. 국세청 세무조사는 한 전 청장이 수장으로 있는 동안 이뤄지지 않다가 지난 2010년 4월 국세청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후 결과는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어 ‘눈치보기식’ 세무조사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다섯 번 째로 K씨는 2009년 11월 26일 한 전 청장이 미국에서 자신의 ‘유임로비 의혹’에 대해 반박하는 기자간담회 개최와 관련해 여권 핵심 실세와 연루 의혹을 재차 제기했다. 2009년 11월 27일 조사단위원인 이춘석 의원은 “최근 여권 실세인 P씨가 출국해 미국 뉴욕에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을 만났고 한 전 청장의 기자회견과 상관성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P씨는 미국을 방문중이던 박영준 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민주당에선 지목했다. 하지만 당시 박 차장측은 “만나지 않았다”, “말도 안된다”고 일축했다.

마지막으로 K씨는 한 전 청장이 미국에 체류할 당시 현직 국세청 직원이 따라붙어 시중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K씨는 “B 서기관으로 미국 명문대를 나온 인사로 갑작스럽게 미국으로 발령이 났다”며 “알고보니 B씨는 한 전 청장의 ‘개인비서’ 역할을 담당해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미국생활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본인이 원치 않는 데 반 강제적으로 미국에서 ‘시종’ 역할을 한 것으로, ‘권리행사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MB 주가조작은 ‘무죄’ 펀딩 사기는?

한편 최근 국내에 극비리에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은 에리카 김과 관련해서도 이 인사는 색다른 주장을 펼쳤다.

BBK 주가조작 사건으로 에리카 김과 남동생 김경준씨가 화제의 중심이 된 바 있다. 이미 검찰은 2007년 대선직전 ‘BBK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은 이명박 후보에 대해 ‘무혐의’ 처리를 한 바 있다. 국내에 들어온 에리카 김 역시 최근 귀국해 그동안의 주장을 뒤엎고 “BBK 실소유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아니다”고 진술했다. 정치건은 갑자기 돌변한 태도에 정치권은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인사는 여전히 “이 대통령과 김씨와 관계에 대해 석연치 않다”며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특히 그는 BBK 사건은 주가조작 사건이 아닌 펀드유치사기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는 “당시 영국 펀드 회사 MAF사명에 limited만 붙여 강남에 사무실을 차렸다”며 “당시 에리카 김과 친분이 있었던 MB는 친동생인 김경준씨의 펀딩 사업을 도와주게 됐다”고 설명했다.

즉 이 인사는 돈 관리는 에리카 김이 했고 MB는 자신의 대학 동기인 김승유 하나금융지주대표 회장으로부터 120억 원, 삼성으로부터 200억 원 등 큰손으로부터 투자금액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소액투자자까지 가세하면서 1000억 원 가량의 돈을 펀딩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리카 김과 김씨는 이 거액을 리스크가 높은 영국 주식을 매집하면서 투자금액에 손실을 끼쳤다.

이를 사전에 눈치 챈 김 회장과 삼성, 심텍 등 고액 투자자들은 법원에 고소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수의 소액 투자자들은 여전히 돈을 받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손실금을 메꾸기위해 주가조작을 했고 이에 대해 검찰은 주가조작과 이 대통령은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결국 BBK 사건을 주가조작 사건이 아닌 펀딩 사기사건으로 규정한다면 이 대통령도 무관치 않다는 얘기인 셈이다.

현재 민주당은 한상률 귀국에 맞춰 국정조사나 특검을 요구하고 나섰다. 에리카 김에 대해서도 재차 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통령을 비롯해 핵심 측근인사, 국회의원, 검찰 고위인사, 국세청 간부까지 연루의혹을 받고 있어 수수께기 같은 퍼즐이 이번엔 풀릴수 있을지 정치권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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