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위기론의 실체
손학규 위기론의 실체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3-08 16:26
  • 승인 2011.03.08 16:26
  • 호수 879
  • 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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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재보선‘호남 반발’ 극심…“순천 이제라도 공천해야”
4·27 재보선에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출마해야 한다는 당내 요구가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일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는 서울 성북구 삼선초등학교에서 손 대표가 배식을 하고 있다. [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4·27 재보궐선거가 2012년 총선과 대선전 마지막으로 치러지는 전국 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승리에 대한 부담감이 높다. 하지만 민주당은 마땅한 주자가 없어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심지어 국회의원 한 명 없는 국민참여당에게 일부 지역구를 내줘야 할 판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손 대표의 ‘야권 단일화 전략’에 애초에 첫 단추를 잘못뀄다는 비판이 흘러나온다. 자칫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손 대표의 지지기반이 흔들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취임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손 대표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4·27 재보선을 준비하는 손 대표가 코너에 몰리고 있다. 손 대표는 이번 재보선의 정치적 의미가 커지면서 승리를 위한 필승 전략을 다지고 있다. 투표율의 차이 때문에 재보선은 여당이 유리하다는 전통적 통념이 올해에는 적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구도 자체만 보면 야권이 유리하게 흘러간다. 구제역 대란, 전세난, 물가폭등, 고용난 등 민생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민주당에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여권은 ‘총리벨트’를 만지작거리며 경남 김해을에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 경기 분당을에 정운찬 전 총리 등을 내세울 준비를 하며 포석을 다지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눈에 띄는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강원도지사 선거에 한나라당의 엄기영 전 MBC 사장에 맞서 역시 MBC 사장 출신인 최문순 의원을 내세울 뿐이다. 나머지 지역에서는 필승카드가 전무한 상태다.


손 대표 분당 출마 복잡한 ‘속내’

이 때문에 손 대표가 직접 분당을에 출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부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21일 문학진 의원이 공개적으로 손 대표를 향해 분당을 출마를 촉구한 이후 김영환 지식경제부위원장도 트위터를 통해 손 대표의 출마를 거론하기도 했다. 손 대표 측은 “정신 나간 이야기 아니냐. 손 대표가 분당을에 출마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일축한 바 있다.

손 대표는 현재 “아직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라며 가능성만 열어둔 상태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 손 대표의 출마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은 마땅한 인물이 없는 상태에서 분당을이 여당의 텃밭이라는 상징적 의미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로서도 복잡한 셈법이 머릿속을 교차하고 있다. 출마해 패배했을 경우 다음 총선 공천권과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진다. 불출마 하고 민주당 종합 성적이 저조했을 경우 책임론 역시 피하기 어렵다.

경남 김해을과 전남 순천도 손 대표의 고민거리다. 김해을은 유력했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뚜렷한 후보가 없는 상태다. 현재 김윤현 온누리청소년수련원 원장, 박영진 변호사, 곽진업 한국전력공사 상임감사가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을 한 상태지만 상대로 꼽히는 김태호 전 지사에 비하면 인지도가 턱없이 낮다.

민주당은 경선을 통해 후보를 결정한 후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전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와 민주노동당의 김근태 김해진보정치연구소장과의 야권연대를 통한 후보 단일화를 이룰 계획이다.


손학규 최대 뇌관은 순천

손 대표에게 사실상 가장 큰 고민거리는 전남 순천에 있다. 야권에서 치열한 신경전이 전개되는 가운데 손 대표가 순천을 무공천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우는 바람에 호남권 의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것. 광주·전남 의원들은 순천 무공천에 대해 반대 입장을 모은 상태고, 박준영 전남지사도 반대 입장을 주변에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25일 순천시 민주당 시·도의원들은 “민주당의 정통성과 시민의 뜻을 대변해 무공천 논의를 결사반대 한다”며 “2012년 대선 승리를 위해 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논리지만 자칫하면 당의 가장 큰 지지 기반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의중에 따라 민노당은 김선동 전 사무총장을 후보로 내세우며 야권 단일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손 대표의 순천 무공천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도부에서 ‘야권 단일화를 위한 양보’라고 설득하고 있지만 민주당의 순천지역 출마자들과 호남지역 정치인들은 “지역 여론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니냐”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 예비 후보자들은 현재 민주당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그리고 복당을 계획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당에서 야권 단일화를 전제로 ‘민주당 성향 후보군까지 교통정리 해달라’고 요구 하더라도 이들의 피선거권까지 박탈하기는 어렵다. 민주당의 박지원 원내대표, 김영록 이윤석 의원 등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복당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전남 순천 보궐선거는 민주당 성향 무소속 후보와 김선동 민노당 후보간의 야-야 대결구도로 갈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내부, “손 대표 판단 착오”

손 대표의 순천 무공천 전략에 대해 민주당 내부에서 ‘계산 착오’라는 회의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19대 총선과 함께 2012년 대선의 야권 단일화의 주도권 문제가 걸려있다. 차기 선거의 야권 단일화 바람을 전제로 한 손 대표의 전략대로 순천을 무공천 한 뒤 재보선에서 승리하면 자연스럽게 차기 선거에서 야권 단일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재보선에서 패배했을 경우 야권 단일화가 험난할 수밖에 없다. ‘야권 단일화’라는 양날의 칼을 사용하고 있는 손 대표로선 자칫 자신의 칼에 베일수도 있는 셈이다.

반면, 손 대표의 전략에 회의적인 구민주당 당원들은 손 대표와는 정반대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순천에 후보를 내세워 선거에 임해도 잃을 게 없다는 주장이다. 이 방식대로 선거에서 승리하면 차기 야권 단일화라는 카드에서 주도권을 쥐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패배했더라도 자연스럽게 다음 선거에서도 ‘4월 재보선에서 단일화 무산으로 패배했다’는 명분을 세워 야권 단일화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느 쪽 전략이더라도 선거에서 패배했을 경우 손 대표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당 차원의 실익에 대해서는 상관계수가 달리 적용되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같은 해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동영·정세균 재보선 침묵 이유는?

4월 재보선과 관련,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의 움직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현재 민주당의 재보선 전략에 대해서는 함구하다시피 하고 있는 상태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지난 3월 2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선거연합은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그를 비롯해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노희찬 전 진보신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날 4월 재보선에 대해 “2012년 대전환을 위해서는 민주당만으로는 어렵다”면서 “민주·진보가 함께 4·27 재보선에서 승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4월 가치동맹 추진 기구를 만든 뒤 9월 정도에 복지국가 단일정당 추진기구가 출범하길 희망 한다”고 정도만 언급했다. ‘담대한 진보’노선을 지향하는 그로서는 야권 단일화에 대한 시각은 일단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손 대표가 지금의 전략대로 4월 재보선에 임할 경우 ‘책임론’이 불거 질 수 있다는 것을 감안, 견제를 위한 안배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야권 단일화 불씨만 던져놓고 수수방관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는 지난해 7월 재보선 당시 “다음 재보선 때 군소야당에 양보 하겠다”는 공언을 해왔지만 정작 본인은 현재 별다른 언급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지난 2월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보선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으로 마음이 급하다”며 “한나라당 쪽에서는 전 당대표를 한 사람이나 국무총리 낙마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들의 기준으로 보면 거물들을 총출동시킨다는 보도도 있다. 우리 민주개혁 진영이 확실하게 연대를 통해서 1대1구도를 만들어야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의 현재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발언 시점이 순천 무공천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전이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초 그는 야권연대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동시에 손 대표에 대한 견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월 최고위원 회의에서의 발언 이후 순천 무공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자 당 방침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순천 무공천이라는 변수가 생기자 정동영 최고위원과 마찬가지로 이후 손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민주당 일각에서는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이 차기 총선 공천권과 대선을 염두, 손 대표를 향해 치밀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손 대표와 함께 ‘빅3’로 불리는 이들이 손 대표의 ‘악수’를 내심 기대하며 ‘반전’의 기회를 엿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손 대표는 4월 재보선 승리를 위해 강원도를 일주일에 두 번 이상 방문하는 일정을 세우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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