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앤에너지·미래저축은행특혜 논란 끊임없어
코오롱 “수혜기업이라는데 특혜 받은 게 뭐냐” 반박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코오롱그룹(회장 이웅열)이 시끄럽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코오롱 임원 연루 의혹이 불거지더니 과거 인수한 계열사(코오롱워터앤에너지)에 대해서도 정권특혜 논란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두 사업 모두 현 정권에서 성장한데다 정권의 실세라 불리는 사람들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이어서 의혹의 눈초리가 더 따갑다. 더욱이 의혹의 중심에선 인물들이 아직도 코오롱그룹에 남아있어 코오롱은 앞으로도 정권특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그 실상을 [일요서울]이 파헤쳐본다.
코오롱에서 회장 비서실장, 대표이사, 구조조정본부장 등 핵심 보직을 맡았던 김주성 전 실장도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절 세종문화회관 사장을 지냈다가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3월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됐다.
당시 국정원 내에서는 ‘기업인 출신인 김 씨가 국정원 기조실장이란 자리에 오른 것은 적합하지 않다’는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선뜻 나서서 반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웅열 회장 역시 정권 초반인 2008년 5월 미래기획위원회에 임명된 유일한 대기업 오너였으며, 부친인 이동찬 명예회장과 이상득 의원은 같은 경북 포항 출신으로 고향 선후배 사이다. 때문에 코오롱이 ‘정부기업’이라고 비꼬듯이 말하는 호사가들도 즐비했고,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미래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해 코오롱 일부 임원들이 개입된 정황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또다시 실세연관설이 주목받고 있다. 미래저축은행의 2대 주주인 하나캐피탈의 지분 46.65%를 보유한 곳이 이 회장과 코오롱의 일부 계열사인 사실이 확인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3월 현재 미래저축은행의 2대주주인 하나캐피탈의 지분을 ㈜코오롱인더스트리 29.08%, 코오롱글로벌 10.10%, 이 회장 6.47%를 보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직 코오롱 임원 2명이 하나캐피탈 이사진으로 등재됐고, 감사도 코오롱 출신이다. 때문에 이 정도 지분구조와 이사진 구성이라면 코오롱 측과 사전 조율 없이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의 투자를 결정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해석이다.
더욱이 하나캐피탈 이사회가 그림 5점과 대주주 보유 주식 1640만 주를 담보로 잡고 145억 원을 미래저축은행에 유상증자로 참여할 때 코오롱 소속 이사들도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져 저축은행 사태의 불똥이 하나금융그룹에 이어 코오롱에도 번질 조짐이다.
현 정부에서 활약했던 코오롱 출신 인사는 또 있다. 이수영 코오롱워터엔에너지 전략본부장이다. 코오롱 경영기획팀 상무보와 전략사업팀 상무를 지낸 그는 현 정부 초기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위촉됐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이명박 정부의 주요 추진 정책이었던 ‘녹색성장’을 주도했던 기관이다. 공교롭게도 코오롱은 물 사업과 태양광사업 등 ‘녹색성장산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지목하며 투자를 해왔었고 그 중심에 이 본부장이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주요정책결정이 사전에 특정기업에 노출될 경우 경쟁기업에 비해 상당한 비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본부장이 위촉된 것은 납득이 어렵다는 게 주변의 중론이다. 당시 일부 경제지들도 이 내용을 보도하며 물 관리와 태양광 발전 등을 주력사업으로 선정한 코오롱 인사가 참여한 것은 특혜 시비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당시 물 사업과 관련해 고배를 마신 일부 기업들이 정권특혜 사실을 뒤늦게 알고 울분을 토한 바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상득 의원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코오롱에 정부가 수도 사업 민영화 프로젝트를 맡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고, 동종업계가 코오롱워터앤에너지를 불편해 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후에도 이 의원의 전 보좌관이 대여섯 개의 차명계좌를 사용하고 이 가운데 일부는 이 의원이 재직했던 코오롱그룹 관련자들의 이름이 사용된 사실을 검찰이 포착했다고 알려지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미래저축은행과 관련해 “하나캐피탈의 전신이 코오롱캐피탈이다. 단순한 지분 보유다. 경영과 무관한데 일부 의혹을 제기하는 눈초리가 있어 사측도 불편하다”고 말했다. 또한 워터앤에너지 사업과 관련해서도 “특혜라 하면 그만큼의 성과를 얻어야 하는데 현재 코오롱은 전혀 그런 것이 없다. 오히려 억울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