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비대위 회의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역사가 우리에게 악역을 요구한다면 그것 역시 감당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며 경쟁명부 비례대표 당선자·후보자에 대한 제명 방침을 공식화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원하지 않는 자리에 앉아 있다. 우리에게는 한쪽 팔을 잘라내는 듯한 고통스런 선택이 목전에 닥쳤다”며 “당이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대원칙이 오늘 우리가 결단하고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보름간 경쟁명부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 여러분께 대의를 위해 물러나주실 것을 요청 드렸지만 답이 오지 않았다”며 “답이 오지 않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혁신비대위는 오랜 기간 논의했고, 최후의 선택은 한가지임을 모든 비대위원들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또 “당의 자정노력이 원활히 되지 않으면서 당의 공동대표들이 당원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당 지지율은 바닥을 쳤으며 검찰과 이명박 정부는 서슴없이 우리의 당원명부를 빼앗아갔다”며 “진보정치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의 애정이 냉소로 변할 때 진보정치는 소멸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와 함께 “민심은 통합진보당의 석고대죄를 요구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가 혁신을 망설이고 또 실패한다면 그것은 오는 12월 정권교체를 이뤄내라는 국민과 야권연대의 동지들의 요구를 외면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오늘 우리가 성찰과 혁신의 행보를 주저하거나 포기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당 하나가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진보정치 자체가 외면과 질타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당권파 “죄 없는 비례후보, 출당 조치는 숙청” 강력 반발
반면 구 당권파측은 혁신비대위의 출당 조치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당원비상대책위원회 김미희 대변인과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등 구 당권파 인사들은 이날 강 비대위원장을 찾아 출당 조치 중단을 요구했다.
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것은 숙청”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강 비대위원장은 “당기위원회에서 소명하라”고 잘라 말했다.
더욱이 비례대표 출당 조치를 반대하는 지역위원장과 일부 구 당권파 당원들은 혁신비대위 회의가 열리는 국회 본청에서 ‘죄 없는 비례후보 출당조치 웬 말이냐’, ‘진실이 우선이다. 누명부터 씌우지 마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편 안동섭 경기도당 위원장, 윤병태 경북도당 위원장, 신장호 충북도당 위원장, 홍승희 강원도당 위원장, 윤민호 광주시당 위원장을 비롯해 당권파 지역위원장들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해 재조사가 진행될 예정임에도 출당 압력을 강행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고은별 기자 eb811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