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자 한씨 "검찰, 수사협조 대가로 사업재개 제안"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정치자금 9억원을 건넨 의혹을 받고 있는 H건설업체 대표 한모씨가 지난해 8월말부터 번복할 진술을 암기해 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러나 한씨는 해당 내용을 부인하며, 오히려 검찰이 협조를 대가로 조기 석방이나 사업재개를 제안하는 등 부적절한 수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우진) 심리로 7일 열린 한 전 총리 8차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한 한씨의 동료수감자 최모씨는 "한씨가 지난해 8월말께 번복할 내용을 메모한 후 중얼중얼 암기한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최씨는 "한씨가 4월초 서울구치소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한 전 총리에게 9억원을 줬다고 말했다"며 "이후 차량을 이용했다거나 한 전 총리 자택에서 만나 건넸다는 내용, 현금과 달러를 섞었다는 내용 등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또 "7월부터는 한씨가 공공연히 '검찰이 도와주지 않아 8.15특사로 나갈 수 없으면 증언을 번복하겠다'고 했고, 실제 특사 명단에서 누락된 8월말께 분노하며 '번복한다'고 공언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 전 총리 변호인단은 검찰 수사단계의 진술이 거짓이고 법정에서의 진술이 사실일 여지가 있다고 반박했지만, 최씨는 "누가 주지 않은 돈을 '안줬다'고 하기 위해 의논하겠냐"고 응수했다.
최씨는 또 "한씨가 특사 이후 '한 전 총리에게 준 9억원 중 2억원은 이미 돌려받았고 나머지 7억원도 곧 받기로 했다'는 말도 했다"고 말했다. 한씨는 앞서 법정에서 9억원 중 3억원은 함께 기소된 한 전 총리 측근 김모씨(여)에게 개인적으로 대여해줬으며 이 중 2억원은 돌려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후 한씨는 최씨와의 대질신문에서 "이번 (한 전 총리)재판과 연관돼 있어 8.15특사는 애초 기대하지 않았고 가족들에게도 당시 못나간다고 말했었다"고 강조했다.
또 "구치소에서는 빼앗긴 회사(H건설사)를 되찾는 방안에 대해 수감자들과 대화나눴을 뿐 한 전 총리나 번복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한씨는 검찰이 여러 혜택을 제안하며 수사협조를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이 수사 초기부터 '증언만 잘하면 빨리 나갈 수 있게 해주겠다'거나 '사업재개할 수 있도록 돕겠다', '다른 건으로 기소되지 않게 해주겠다' 등을 언급해 왔다"고 말했다.
이에 검찰은 이전 공판에서 "검찰이 가석방 등을 도와준다고 한 적 없다"고 했던 한씨의 진술을 지적, 일관된 증언을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한 전 총리에 대한 다음 공판은 21일 오후 2시 진행되며 한씨의 부모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한 전 총리는 2007년 3~9월 한씨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7월 불구속 기소됐다.
박유영 기자 sh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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