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이재오 독대후 소원 “대통령 임기 단축 언급했나”

지난 2월 20일 이명박 대통령이 안상수 대표 등 한나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 만찬을 가졌다. 부부 동반으로 이뤄진 이 자리에는 안상수 당 대표를 비롯해 홍준표 나경원 정두언 서병수 정운천 박성효 최고위원과 김무성 원내대표, 심재철 정책위의장 부부가 참석했다. 또한 이 자리에는 이재오 특임장관을 비롯해 임태희 대통령실장, 정진석 정무수석 등이 함께했다. 관심 사안은 친이 핵심 세력이 추진 중인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었다. 하지만 부부동반이라는 모임 특성상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은 자제했다는 것이 청와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청와대 만찬이 끝난 이후 이 대통령과 이 특임장관의 독대설이 흘러나왔다. 이 장관이 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 임기단축 후 개헌 동참’관련 언급을 했고 이 대통령이 일축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진상을 알아봤다.
이명박 대통령과 이재오 특임장관의 독대설은 민주당발로 나왔다. 지난 2월 20일 당 지도부 부부 동반 청와대 초청 만찬이 끝난 이후 이 대통령과 이 장관이 별도로 회동을 가졌다는 얘기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이틀 앞두고 가진 회견에서 이 장관은 이 대통령과 개헌 관련 논의를 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았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대통령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이 장관이 ‘야권에서 내년 4월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루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대통령 임기 단축을 주장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이 대통령이 ‘진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또한 이 인사는 “박지원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기 전 이 특임장관이 찾아와 ‘더 이상’ 개헌 주장 안한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즉, 한나라당내 개헌에 대한 논의가 친박계에 막혀 통일이 되지 않고 있는 마당에 야당까지 반대한다면 개헌은 더 이상 추진하기 힘들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민주당은 받아들였다. 특히 이 인사는 이 장관이 대통령과 회동을 통해 개헌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고, 이에 대해 더 이상 추동력이 없다고 판단한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내놓았다.
박지원-이재오 ‘개헌’두고 수싸움
실제로 이 장관이 여야를 넘나들며 ‘개헌 전도사’로 한참 뛰고 있던 2월 중순경 친이상득계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출입기자와의 식사자리에서 “대통령은 개헌을 접었다”고 언급해 이 장관이 대통령의 뜻과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바 있었다.
하지만 이 특임장관실에서는 이 같은 야당발 관측에 대해 펄쩍뛰며 ‘임기단축 발언은 말도 안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특임장관실의 한 인사는 지난 2월 24일 본지와 통화에서 독대설과 관련해 “한 두 번 만난 것도 아닌데 독대한 게 무슨 기사가 되느냐”며 독대했다는 주장을 인정했다. 하지만 임기단축을 언급했다는 주장에 대해 “내가 두 사람 대화내용을 알 수도 없고 배석자 없이 했을 텐데 야당이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한 마디로 웃긴다”고 일축했다.
민주당발 주장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 인사는 “자기들 희망사항일뿐 남의 입을 빌려서 막말을 퍼트리고 있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특임장관실의 고위 관계자는 ‘독대’ 자체를 부인했다. 이 인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만찬이후 둘이 따로 만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호사가들의 소문일뿐 전혀 근거도 없고 맞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나아가 그는 “이 장관이 대통령 임기단축 발언을 꺼낼 이유가 없다”며 “야당의 주장이라고 할 지라도 책임있는 원내대표의 말이라면 모를까 참모나 보좌관들이 언급했다면 무책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진위 여부 확인을 위한 통화에서 박 원내대표실 한 인사는 “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을 하기 전 이 특임장관을 만나는 공식일정은 없었다”며 “제 3자가 두 인사가 만난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 마디로 공식적으로 만난 적은 없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알 수가 없다고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하지만 특임 장관실에선 암묵적으로 박 원내대표실에서 근거 없는 소문을 내고 있다고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 고위 인사가 앞서 이 장관이 박 원내대표를 찾아와 개헌관련 부정적인 언급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특임장관실측의 주장이 억지스럽다고 보기는 힘든 형편이다. 박 원내대표실측에서 이 장관이 추진하는 개헌과 관련해 바람을 빼면서 동시에 이 대통령과 이 장관과 틈새를 벌이는 사전 정지 작업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개헌 숨고르기 이재오 MB 영향?
그러나 이 장관이 이후 보인 정치적 행보를 보면 민주당측 주장 역시 전혀 근거가 없지는 않아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 2월 21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개헌특위를 당 최고위원회 아래에 두고 운영은 정책위가 맡게 됐다’고 전하자 “아주 잘된 일”이라며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내 할 일은 끝났다”고 한 발 물러선 듯한 언급을 했다.
박 원내대표도 같은 달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자기들이 반성하고 잘해야지 왜 걸핏하면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를 탓하고 한나라당은 박지원을 탓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 개헌특위도 구성하면서 싸우는 것을 봐라. 유명무실해져 제 구실을 못할 것”이라며 “이재오 특임장관도 개헌 문제가 자기 손에서 떠났다고 하더니 또 (개헌을) 말하는데 나도 만나면 불필요한 노력은 이제 그만하라고 충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명박-이재오 독대설’을 흘리고 이어 상대방이 ‘박지원 작품설’까지 나오는 것과 관련해 권력투쟁 현상으로 내다봤다.
이 인사는 “박 원내대표는 노련한 정치꾼이다. DJ로부터 정치를 배운 고수다. 박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이재오, 박근혜로 대표되는 친이, 친박 계파 대립에 이재오-이상득으로 구분되는 강경 친이파와 온건 친이파간 대립구도를 적절히 활용해 적전분열을 시키고 있는 모습이다”며 “교섭단체 연설에서 박 원내대표가 대통령 형님인 이상득 은퇴발언까지 했다. 박 원내대표가 이 특임장관에 비해 정치적으로 한수 위인 것 같다”고 내다봤다. 결국은 차기 권력을 잡기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정치권에 확인할 수 없는 말잔치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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