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여권 소장파 연합전선 구축
박지원 여권 소장파 연합전선 구축
  • 전성무 기자
  • 입력 2011-02-28 17:13
  • 승인 2011.02.28 17:13
  • 호수 878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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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 대통령 형님에 폭탄 투척… “제2 선상반란 꾀한다”
지난 2월 22일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 권력 핵심이라며 그의 퇴진을 촉구했다. photo@dailpot.co.kr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의 공식 사퇴를 요구했기 때문. 이 의원은 박 원내대표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면서 애써 무시하는 듯 한 모습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박 원내대표의 공세를 두고 의미심장한 반응을 보인다. 정치권의 ‘선수’로 통하는 그의 노림수를 두고 해석이 분분한 것. 박 원내대표의 꼼수를 들여다본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일침’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가 이상득 의원을 향해 공식 사퇴를 촉구하자 정계는 물론 언론도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월 22일 “대통령과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 ‘형님(이상득 의원)’을 정계은퇴 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18대 국회에서 개헌이 논의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통해 “불행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은 이미 실패의 길로 들어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성공과 우리 대한민국의 성공, 과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상득 의원을 향해 “3년 연속 예산안을 날치기 하면서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챙겨간 사람이 누구냐. 동남권 신공항, 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국민적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사람이 누구냐”면서 직격탄을 날렸다.

이 같은 발언에 이어 박 원내대표는 “우리 모두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형님만 모르고 있다.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하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께서 아픔을 참으시고 형님을 정계에서 은퇴시켜 달라. 형님도 동생인 대통령과 나라의 성공을 위해 스스로 용퇴해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의 연설이 끝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야유를 퍼부으면서 본회의장에서는 한참 동안 소란이 지속됐다.

항의가 빗발치자 박 원내대표는 몇 분간 연설을 중단했다 다시 이어갔고, 이 의원의 은퇴 요구 발언이 다시 나오자 여전히 야유는 지속돼 몇 차례 연설이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박지원은 정치 언론 섭렵한 ‘선수’”

박 원내대표는 정치권에서 정치와 언론의 속성을 모두 꿰고 있는 몇 안 되는 인사로 꼽힌다. 14대와 18대 단 두 번 밖에 국회의원을 지내지 않았음에도 현재 원내 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불과 2년 만에 원내대표라는 핵심 당직을 맡게 된 것. 이와 함께 박 원내대표는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 문화관광부 장관, 공보수석 등 청와대와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지낸 풍부한 국정운영 경험까지 갖추고 있다. 또한 박 원내대표는 언론을 잘 아는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일반 정치인들이 대부분 기자들의 전화통화를 피하거나 보좌진에게 떠넘기는 식이라면 박 원내대표는 정 반대다. 기자들의 전화를 피하지 않고 직접 받아 물음에 성실히 답해주기로 유명하다. 실제 그의 보좌진은 기자들에게 전화가 걸려오면 “박 원내대표에게 직접 전화를 걸라. 안 받아도 추후 반드시 전화를 다시 걸어 주는 분이기 때문에 조금 기다리면 통화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답할 정도다. 박 원내대표의 언론관에 대해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언론을 이해하고 이용 할 줄 아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의 예상대로 일까. 언론은 그가 이상득 의원에 대한 사퇴 촉구를 하자 약속이라도 한 듯 이명박 정권에 대한 레임덕 기사를 연일 보도 하고 있다. 비판의 표적은 이상득 의원이었는데, 엉뚱하게도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가정보원의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잠입 파문도 청와대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픈 상황에서, 박 원내대표의 발언까지 나오자 청와대는 곤혹스런 모습이다.

정치권도 박 원내대표의 ‘이상득 때리기’를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지난 대선 당시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을 주축으로 이상득 의원의 공천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른바 ‘선상반란’의 재현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가 적전분열(敵前分裂)을 노리고 한나라당 내부 민감한 곳에 불씨를 지펴 놓았다는 것. 이 때문에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는 소장파 의원들의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동안 당 주류층에 쓴 소리를 던져왔던 소장파 의원들이 박 원내대표의 불씨를 받아 ‘정풍운동’ 내지 ‘제2의 선상반란’으로 키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물론 그 대상은 대통령 친형보다는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특임장관에게 맞춰져 있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선 소장파 의원들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친박계로 유턴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오는 상황이다.


홍준표, “갈등 유발 위한 반간계”

당 지도부에서도 ‘문제’를 상당부분 인식한 듯 진화에 나서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2월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에서 “(박 원내대표의 이상득 의원에 대한 발언은)당내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반간계(反間計)”라고 분석했다.

이날 홍 최고위원은 또 “박지원 대표 자신이 어떤 정치행보를 보였는지 스스로 반성해주기를 바란다”면서도 “어제 박지원 원내대표의 연설은 정부여당으로서는 따끔한 지적도 있었다. 들을 만한 내용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본회의장에서 항의한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병석 이은재 장제원 강석호 권택기 의원 등 대부분 ‘영포(영일·포항)라인’이거나 이 의원의 측근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특이할만하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암묵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 박 원내대표에 대한 입장차도 주목된다. 이날 안상수 대표와 홍준표 나경원 최고위원은 “금도를 넘어선 주장에 불과하다”, “공작만 있었고, 정치는 없었다”는 등의 비판을 했다. 하지만 정두언 최고위원은 침묵했다. 과거 선상반란을 주도했던 정 최고위원으로서는 박 원내대표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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