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재보선 위기론 ‘손학규 카드’ 부상
김해 양보 친노 세력 “유시민 탓” 분열 조짐
김해 양보 친노 세력 “유시민 탓” 분열 조짐

4·27 재보궐선거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이 달아오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한승수 전 총리(강원지사)-정운찬 전 총리(분당을)-김태호 전 총리후보자(김해을) 등 ‘총리벨트’를 만지작거리며 필승 시나리오 구상에 나선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후보자 물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의 ‘분당 출마론’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 국민참여당은 유시민 정책연구원장의 대리인 격인 이봉수 경남도당위원장을 내세웠다. 4월 재보선이 ‘손학규-정운찬-유시민’으로 이어지는 거물들의 대전장으로 확산될지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월 재보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은 고비를 맞고 있다. 손학규 대표 체제 이후 처음으로 맞는 전국단위 선거라는 점에서 필승 전략을 다지고 있지만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다. 순천 무공천, 김해을 양보 등 야권연대를 향한 복잡한 셈법이 꽈리를 틀고 손 대표를 조이고 있다. 손 대표가 취임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 이명박 대통령 취임 3주년을 앞두고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손 대표의 지지율은 3~4%대로 추락하는 등 지지율도 폭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재보선의 최대 관심지역인 경기 분당을에 손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손 대표 분당 차출설’까지 나와 그를 압박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손 대표의 지지율이 당내 빅3 중 나머지 두 후보와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손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손 대표에게 이 같은 위기감을 덜어줄 수 있는 가장 큰 해법은 4월 재보선을 승리하는 것이다. 손 대표도 이번 재보선과 관련된 교통정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그는 최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오늘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보고 큰 걸음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더 큰 민주당, 더 큰 진보로 나간다는 원칙으로 정도를 걸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오늘부터 이런 원칙 아래 야권 단일화로 나아간다”고 말했다. 4월 재보선 상황을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해을은 막판까지 국민참여당과 단일화 문제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분당을이나 강원도지사 선거는 하마평에 올랐던 인물들이 대부분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군이 안개 속으로 빠진 형국이다. 손 대표가 직접 분당을에 출마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는 분당 차출설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손 대표 측은 분당 차출설에 대해 “택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문학진 “손 대표 분당 출마해야”
문학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21일 4월 재보선과 관련 “손학규 대표가 당의 앞날을 위해 성남 분당을 후보로 나서는 결단을 내려줬으면 좋겠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수도권 재선으로 당 개혁특위 내 공천제도분과위원장인 문 의원은 이날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특위 전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손 대표로선 여러 가지 고민이 있겠지만 당을 위해, 그리고 손 대표 개인을 위해서도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당내에서 손 대표의 분당 출마 주장을 공개적으로 편 것은 문 의원이 처음이다. 당내 비주류연합체인 ‘쇄신연대’ 상임집행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손 대표가 분당에서 낙선하더라도 당으로서는 속된 말로 크게 밑질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은 (분당 선거가) 대구 선거보다도 더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분당 표심에 상당한 질적 변화가 있는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며 “제대로 된 승부수를 던진다면 고정관념을 깨고 혁명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킬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손 대표측 핵심 관계자는 “손 대표는 현재 종로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을 뿐 아니라 전체 재보선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분당 출마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면서 차출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후보가 누가 될지에 따라 출마 여지를 남겨 둔 눈치다.
여권 실세 강재섭-정운찬 카드는 ‘글쎄’
한나라당은 분당을에서 후보가 난립해 고심 중이다. 5선 경험에 당 대표까지 지낸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박계동 전 국회 사무총장이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정운찬 전 총리의 영입설까지 나오면서 여권 내부에서는 후보자간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임태희 비서실장이 내리 3선을 한 지역인 만큼 이번에도 당선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분석이 여권 내부에서 지배적이다.
하지만 여권 일부 실세들은 ‘강재섭-정운찬’ 카드에 대해 부정적 기류를 확산시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홍준표 정두언 최고위원이 이들을 향해 공세를 퍼 붓고 있는 대표적 인물이다. 정치적 거물에 속하는 이들이 원내에 발을 들여놓을 경우 당내 세력 지형이 개편될 것을 우려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 최고위원은 “강 전 대표의 경우 대구에서 5번 국회의원을 했고, 당 대표까지 했다”며 “대구만큼 쉬운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 분당을에 출마한다면 이는 공정한 사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정운찬 청와대 교감설’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공천은 당에서 결정할 문제인데 청와대와 정부가 사전 교감이 있었고, 이는 불가하다는 주장이다.
강 전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하지 않고 중립 입장을 고수한 이력 때문에 친박계로부터 미운 털이 박혀 있는 상태다. 강 전 의원에 대한 시각은 친이친박 계파가 입장을 함께한다. 친이계 입장에서는 강 전 대표가 향후 대권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강재섭 카드가 달갑지 만은 않다.
정운찬 카드가 등장한 배경이기도 하다. 여권 내부에서는 정 전 총리에 대한 시각차가 존재한다. 기득권 입장을 대변했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정 전 총리가 부유층이 밀집해 있는 분당 지역에 통할 확실한 카드라는 긍정적 기류와 세종시 문제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그를 선거에 내세우는 것은 무리라는 부정적 기류가 당 내에 혼재해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 총리가 분당은 고사하고 강남을에 시선을 돌릴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강남을)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3월 둘째주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4월 재보선에 이 지역이 추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 전 총리 측은 4월 재보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그럴 겨를이 없다”면서 출마 가능성을 일축한 상태다. 하지만 정 전 총리 측근들은 강남을 출마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한 측근은 “정 전 총리는 19대 총선에서 분당을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고 차라리 안전하게 강남을을 선택할 소지가 높다”며 “두고 보면 알 것”이라고 의미심장한 뉘앙스를 풍겼다.
유시민 재보선 역할론 부상
4월 재보선의 판이 커질 공산이 높아지자 국민참여당 대표 경선에 단독 출마한 유시민 원장에 대한 역할론도 급부상하고 있다. 4월 재보선의 유력한 김해을 후보였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불출마 이후 국민참여당의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국민참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 재보선을 원내 진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보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봉수 전 노무현 대통령 농업특보를 일찌감치 후보로 공천한 뒤 차기 전당대회를 김해을에서 치르기로 하는 등 선거 막판 고삐를 조이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당 친노세력이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을 후보로 내세우려 하자 “국민참여당과 유시민을 죽이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며 지난해 7·28 재보선 당시의 약속을 지켜 양보하라고 민주당을 압박해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김 사무국장이 불출마를 선언해 남은 친노 후보는 국민참여당의 이봉수 후보가 거의 유일하게 됐다. 친노세력이 새로운 후보 물색에 손을 떼다 시피 해 이 후보가 김해을의 야권연대 후보로 확정될 공산이 높다. 하지만 김 사무국장의 불출마가 국민참여당과 이 후보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는 시각도 있다. 유 원장의 대리인 격으로 나선 이 후보가 추후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당과 유 원장에게 커다란 상처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민주당 친노세력은 “김 사무국장의 불출마는 국민참여당과 유 원장의 직간접적인 압력 때문”이라면서 내부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단독으로 국민참여당 당 대표에 출마한 유 원장은 지난 2월 17일 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김 사무국장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꽃이 되기보다 거름이 되겠다는 것은 모두가 마음에 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 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압력설에 대해서도 “우리는 봉하마을에 혹시 정치적으로 누가 될까 김해을 재보선에 응하면서 봉하 마을과 일절 관계하지 않고 일을 추진했다”며 “이는 나름 충정의 표현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참여당은 민주당 강원도지사 후보가 확정되면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재정 대표와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은 지난 2월 19일 오후 강원도당 대회에서 “4월 강원도지사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좋은 후보를 내세우면 그를 당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제 김해을 재보선은 국민참여당에는 당의 미래를 위해서도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가 된 셈이다.
국민참여당과 유 원장이 친노세력 분열이라는 악재를 딛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김해을을 사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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