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우 전 의원이 본 정치 30년- 3당 합당편 ④ - 황금 분할이 남긴 것은
장경우 전 의원이 본 정치 30년- 3당 합당편 ④ - 황금 분할이 남긴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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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2-28 16:38
  • 승인 2011.02.28 16:38
  • 호수 878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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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댐 건설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나
일해 재단과 청남대가 그 좋은 예였다. 당시 소문에는 일해 재단 내부에 엄청난 지하 통로가 있고 또 유사시에는 바로 비행기가 뜰수 있는 서울 공항까지 지하통로가 연결 되어 있다는 등 거의 군사기지처럼 어마어마한 시설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하도 소문이 무성하다 보니 사실 필자부터 그 진상이 궁금했다.

그러나, 그것은 헛소문 이었고 다만 전두환씨 호가 일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또 퇴임후 그 곳을 사용하려고 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청남대를 조사 했을 때도 역시 비슷한 소문이 있었다. 그곳은 청와대 부속 기관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하나 재미있는 일은 청남대조사를 현장 방문을 통해 하기로 이미 통보를 하고 내려갔는데 입구에서 경호원들이 문을 열지 않고 의원들의 입장을 가로 막는 것이었다.

청문위원들은 “의원들이 국정 조사를 하러 왔는데 문을 열어라” 라고 했지만 경비원들은 “절대 안됩니다. 국정조사 그런 것 우리는 모릅니다. 상부의 지시가 없습니다”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일 뿐이었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 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야당 의원들이 아니었다. 청남대 정문앞 아스팔트길에 털썩 앉아서 “문을 열지 않으면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 도대체 국회의원들을 길바닥에 앉혀 국정 조사를 못하게 한 사람이 누구냐?”고 소리치며 책임자를 오라고 하면서 계속된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상부로부터 무슨 지시를 받았는지 책임자 한 사람이 나와 문을 열고 사전 연락을 못 받아 죄송하다며 사과하는 가운데 국정 조사가 시작됐다. 이곳에서도 일해 재단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 졌다. 지하 통로가 있나 없나를 보아야 한다며 망치로 벽을 두드려 보거나 바닥을 쳐보는 의원들도 있었다. 아무리 뒤져봐도 비행장은 커녕 지하 통로도 발견할 수 없었다.

결론적으로 일해재단은 엄청난 규모의 건물과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청남대 또한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에 많은 돈을 들여 호화스럽고 사치스러운 곳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퇴임 후 대통령이 쓸 곳이 아니라는 결론도 얻었다. 이후 일해재단은 정부 연구기관으로, 청남대는 공개된 관광 명소로 변하여 활용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청문회가 얻어낸 커다란 의정 활동이었다. 또 한편 평화의 댐 성금 조성시 성금을 낸 사람들에게 공사를 발주해 주기로 했다는 전두환씨의 싸인이 증거물로 채택되기도 하면서 온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평화의 댐 공사가 엄청난 ‘사기극’에 불과 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모든 것들은 국민과 국가 발전을 위한 초석이 되었음을 재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결국 13대 국회 초유의 여소 야대는 청문회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겉으로 볼 때는 “진실의 승리”, “민주주의의 정착” 등의 말로 표현되곤 했지만 사실 정부와 청와대는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고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었다.

여당이 힘을 잃은 것이 한국 정치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모든 행정부의 주요 간부들이 당황하고 긴장하면서 본래의 자기 위치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을 보여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고도 보여진다. 물론 의회 민주주의가 토착화 된 선진국에서의 여소야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그렇다고 우리가 언제까지 우리의 특수한 환경 탓으로만 돌릴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발전되고 경제가 성장되는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는 측면도 확인할 수 있었다. 국회의 힘이 이렇게 무섭고 의원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일깨워 준 것 바로 13대 국회 청문회였음을 새삼 상기 시키게 된다.

[다음호에 계속]
[장경우 전 국회의원] kwa815@naver.com


#프로필
●1942년 4월 12일생
●경기중·고/고려대 경영 졸
●대한축구협회부회장
●대한수영연맹 명예회장
●제 11·13·14 국회의원
●한국캠핑캐라바닝연맹 총재(현)
●세계캠핑캐라바닝연맹 아·태 지역위원회 의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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