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은행, 제1금융권으로 튀는 불똥 ‘직격탄’ 맞았다
- 하나금융, 김승유-김찬경 커넥션 의혹 제기로 ‘몸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부실 저축은행들의 구조조정이 지난해부터 세 차례나 이어지는 가운데, 제2금융권에서 시작된 파문들이 제1금융권에 불똥을 튀기고 있다. 특히 우리금융그룹(회장 이팔성)과 하나금융그룹(회장 김정태)이 미래저축은행 사태에 연루되면서 살얼음판을 딛는 모습이다. 영업자금 인출이나 유상증자 참여와 같은 표면 속에 숨겨진 특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이 이들의 입장을 조명해 봤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영업정지 사흘 전인 지난 3일 당행예금 250억 원 중 203억 원을 인출해 중국으로 밀항을 시도하다가 해경에 검거돼 세간에 충격을 줬다. 이 203억 원은 미래저축은행이 우리은행(은행장 이순우)에 예치한 영업자금으로 우리은행 서초사랑지점은 김찬경 회장의 요구에 응해 영업정지를 앞둔 저축은행의 예치금을 현금 135억 원과 수표 68억 원으로 나눠 인출해줬다.
특히 김찬경 회장이 인출한 현찰 135억 원은 우리은행이 1899년 대한천일은행으로 설립된 이후 113년 만에 사상 최대의 개인 현찰 인출액인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었다. 통상적으로 시중은행은 3억 원 이상의 고액 인출 시 상시감시시스템을 통해 파악한 후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이러한 사실을 다음 날인 4일에야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해 금융감독원(원장 권혁세)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당시 본점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잘 몰랐다” 또는 “지점이 예금자의 적법한 예금 인출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은행 지점에서 보유할 수 있는 현금은 소형점포의 경우 3억 원, 대형점포의 경우 10억 원 가량이다. 때문에 중형점포인 서초사랑지점이 무려 135억 원의 현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본점에 요청해야만 가능한 상황이다.
더욱이 김찬경 회장 측은 인출 전날인 2일 우리은행에 “예치금 전액을 현금으로 준비해 달라”고 미리 요청했지만 우리은행 측의 권유로 수표를 섞어 인출해 시스템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찬경 회장은 사전에 영업자금 예치 업무를 담당하던 미래저축은행 직원에게 우리은행 계좌 비밀번호를 요구했으나 직원의 만류와 함께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김찬경 회장은 인감을 들고 우리은행을 찾아 비밀번호를 변경하면서까지 예금을 인출해 피해자들의 공분을 샀다.
때문에 “인출을 둘러싸고 우리은행과 김찬경 회장 간 사전 교감이 있었는지”에 대해 금융당국과 전 금융권이 예의주시하는 실정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시 지점에서는 예금자의 인출 요구와 함께 뱅크런 및 유상증자 등에 대비한다는 사유를 믿었고, 본점에서는 현금 요청을 받으면서 거액 인출이라는 것을 미리 인지했으나 사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뿐만이 아니다. 김찬경 회장이 소유한 충남 아산시의 ‘아름다운 골프장’ 회원권을 2010년 7월에 18억 원어치나 사들인 곳은 다름 아닌 하나은행(은행장 김종준)이다. 보통 금융권에서 법인용으로 사들이는 골프회원권의 경우 서울 인근의 인지도가 높은 곳임을 고려할 때 이는 파격에 가깝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한 미래저축은행이 지난해 9월 적기시정조치 유예 대상으로 경영개선 중일 때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하나은행과 같은 계열사인 하나캐피탈(사장 이영준)이다. 당시 하나캐피탈은 145억 원으로 미래저축은행 보통주를 290만주를 사들여 9.93%의 지분을 확보했는데, 특이하게도 미래저축은행 사옥이나 김찬경 회장의 미래저축은행 지분 외에도 개인 소유의 그림과 아파트 등을 유상증자에 대한 담보로 설정했다고 알려졌다. 보통 유상증자에는 담보를 설정하지 않는 것이 금융권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상식이다.
이런 연유로 금융권에서는 “실질적으로 하나캐피탈이 미래저축은행에 145억 원을 대출해준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일부 담보는 그림 등 가치변동이 심해 설정 대상으로도 적합하지 않아 사실상 부실 심사에 편법 대출이나 다름 없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하나은행의 골프회원권 구입과 하나캐피탈의 유상증자 참여는 모두 김승유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재임 기간 동안 이뤄졌다는 것이다. 당시 하나은행장은 현 하나금융지주 회장인 김정태 전 은행장이었고, 하나캐피탈 사장은 현 하나은행장인 김종준 전 사장이었다. 때문에 “정황상 김승유 전 회장과 김찬경 회장 사이에는 공적·사적으로 모종의 커넥션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구심과 “결국 김승유 전 회장의 퇴임과 동시에 미래저축은행을 도운 인사들의 회전문 인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하나금융도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승유 전 회장 재임 시 김찬경 회장이 함께 하나금융에 재직했다는 의혹은 퇴임한 동명이인의 하나은행 지점장 때문에 빚어진 오해”라면서 “김승유 전 회장이 따로 말씀하시지는 않았지만 김찬경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