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형규 장관, ‘이화령 복원 기공식’서 자신이 제정한 국민의례 규정 무시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이 역사적인 공식행사에서 애국가와 묵념을 모두 생략해 물의를 빚고 있다.
맹 장관은 지난 16일 행정안전부와 산림청이 주최하고 문경시와 괴산군이 주관한 ‘단절된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 복원 기공식’에서 국민의례 과정을 생략해 참석자들을 당황케 했다. 국민의례는 공식적인 의식이나 행사에서 국민이라면 마땅히 갖추어야 할 격식으로 국기에 대한 경례, 애국가 제창,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 등 순서로 진행된다.
‘단절된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 복원 기공식’ 역시 일제강점기 때 끊어진 백두대간을 87년 만에 복원하는 것을 기념하는 뜻 깊은 행사다. 백두대간을 잇기 위한 정부의 복원 사업은 문경~괴산 이화령 구간을 시작으로 본격 착수될 예정이다.
맹 장관의 이번 생략이 더 문제가 되는 이유는 본인이 직접 제정한 국민의례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데 있다. 맹 장관은 취임 3개월 뒤 대통령 훈령으로 국민의례 규정을 제정한 바 있다.

매일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자리에 있던 일부 참석자들은 “최근 통합진보당이 행사 때 국민의례를 하지 않는다고 해 논란이 일었는데, 정작 규정을 정한 행안부가 이를 무시한다면 국민의례 준수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제대로 형성 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민족정기를 회복하겠다는 행사에 국민의례를 생략한 것은 형식적이고 진정성이 없는 행사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날 행사는 맹 장관, 이돈구 산림청장, 김관용 경상북도지사, 이시종 충청북도지사, 이한성 국회의원(문경·예천), 고윤환 문경시장, 임각수 괴산군수를 비롯한 정·관계, 시민단체 대표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풍물패의 길놀이와 대북공연을 시작으로 경과보고, 장관과 산림청장, 도지사 축사, 기념축시 낭송, 시삽 순으로 진행됐다.
맹 장관의 국민의례 생략에 대해 행안부 홍보담당관실은 엇갈린 답변과,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했다.
행안부 한 관계자는 지난 18일 통화에서 “그 건(국민의례 생략)은 아직 행안부에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면서 통화를 미뤘다. ‘17일 언론 보도에서는 이미 행안부의 답변이 있었다’고 질문하자 관계자는 “지방지(신문) 말하는 건가, 그래도 이따가 다시 연락해 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두 번째 통화에서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주최 측의 행사 진행 도중 일어난 문제라고 답했다.
관계자는 “순서에는 당연히 국민의례가 들어있었는데, 행사 도중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순서에 들어있었다면 진행자가 멘트를 잊고 빠트린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는 “그건 아니다. 아무튼, 실수로 못하게 됐다. 진행 도중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자세히 모르겠다”고 책임 회피하기에 바빴다.
장관이 참석한 행사의 문제점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터무니 없는 해명만 하는 행안부에 대해 국민의 실망감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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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기자 hoj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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