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정국 세몰이 이재오 당 대표 출마 수순?

4월 재보궐선거가 6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전세난, 구제역 파문, 물가 상승 등 국내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민생과 동떨어진 개헌정국을 강행, 4월 재보선에 임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심판론에 개헌 심판론까지 겹쳐 재보선이 치러지는 셈이다. 그 선봉에 이재오 특임장관이 앞장서고 있다. 특히 개헌 추동력의 근간이 이 장관의 공천권 행세를 통한 친이재오계 결속 수단이 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정치권 일각에선 이 장관이 개헌을 매개로 ‘당 복귀’를 꾀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4월 재보선에서 패배할 경우 안상수 대표 체제가 물러나면 이 장관이 직접 당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무엇보다 신임 지도부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관리하기 때문에 친박 진영 역시 이 장관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의 임기는 2년이다. 2010년 7월에 선출됐으니 앞으로 2012년 7월까지 대표직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는 4월 재보선에서 집권 여당이 패배할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청와대와 집권여당에선 그동안 조기전당대회는 친이 친박간 ‘돌이킬 수 없는’ 극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안 대표 체제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임기말로 치닫고 4월 재보선에서 패한다면 당장 소장파를 중심으로 정풍운동이 벌어질 공산이 높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하는 집권 여당 소장파는 “안상수 대표 체제로는 총선을 치를 수 없다”며 교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수도권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서울 48개 지역구중에서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역으로 12~13개 지역구를 꼽고 있다.
수도권 참패론속 ‘안상수 불가론’ 재부상
이 인사는 강남·서초·송파 라인에서 민주당 김성순 의원의 송파병을 제외한 6개 지역구를 비롯해 동대문 홍준표, 노원을 권영진, 은평을 이재오, 양천갑 원희룡, 영등포을 권영세, 동작을 정몽준 의원 등이 생환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타 우상호 전 의원과 대결이 점쳐지는 서대문갑 이성헌 의원, 중구 나경원 의원 등이 추가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8대 총선에서 48개 지역구중 6개 지역을 제외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이 42개 지역에서 당선됐지만 19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30여 곳 이상에서 압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수도권 친이 인사들 중에선 실세 지도부를 꾸려 확실하게 공천을 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공천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재오 특임장관의 당 복귀론과 맞물려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개헌이 민생과 전혀 무관하지만 이 장관을 지지해 ‘개헌파’라는 낙인을 받더라도 내년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기위해 함께 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장관으로선 적극적인 개헌파 30~40여 명을 포함해 지난 총선에서 직접 공천을 챙겨준 친이재오계 원외위원장 90여 명까지 합할 경우 세가 결코 약한 것은 아니다. 이 정도 세력이면 조기전대가 개최될 경우에도 당권을 잡는 데 크게 어려움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 시나리오가 성공한다면 당 대표가 된 이 장관으로 힘 쏠림 현상이 나타날 공산이 높다. 자칫하면 당권을 넘어 대권까지 넘볼 수 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셈이다.
반면 4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승리해 조기전당대회가 물 건너 갈지라도 개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의 결과로 몰아세우면서 정국을 주도할 수 있어 이 장관으로선 잃을 게 없는 셈이다.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압박도 병행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친박 진영에서 이 장관의 ‘개헌 전도사’ 자청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친박 진영에서 주된 관심사는 ‘4월 재보선 패배 후 조기전대 개최 시나리오’다. 이 장관이 당권을 거머쥘 경우 18대 친박 공천대학살이 재현될 공산이 높다는 점에서 좌불안석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표를 대신해 이 장관의 대항마로 내세울 카드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거론되는 인사로는 홍사덕 의원을 비롯해 허태열 전 최고위원, 서병수 최고위원이 거론된다. 하지만 박 전 대표나 이 장관의 중량감에 비해 약체 후보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곧 박 전 대표가 과거 전당대회와는 달리 적극 친박 후보를 지지해야 하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전당대회 개최? 박근혜 선택은…
친박내 이재오 대항마가 뚜렷하지 않다는 점에서 친박 좌장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의 탈박은 친박 진영으로선 아픈 대목이다. 김 원내 대표는 5월 임기가 종료돼 조기전대가 치러질 경우 당권 출마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김 원내대표로선 친이 친박 진영으로부터 골고루 지지를 받을 수 있는데다 친이 친박 완충 후보로서 양진영에 부담감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 장관이 당권 도전에 나설 경우 김 원내대표의 위상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친이 친박간 치열한 경합속에 김 원내대표의 역할과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원내 대표와 마찬가지로 당권 도전이 유력한 홍준표 최고위원에게도 불똥이 튈 수 있다. 홍 최고위원은 친이로 분류되지만 ‘독고다이 홍’으로 잘 알려져 있어 친이계 내부에서도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전당대회에서도 친이성향임에도 친이계뿐만 아니라 친박계 어느 쪽도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지 않았다. 하지만 홍 최고는 안 대표 다음으로 2위로 당선됨으로써 양 진영을 놀라게 했다.
한편 친박에서는 홍 최고위원이 개인적으로 박 전 대표와 친분이 깊다는 점을 감안, 친박 후보가 당 대표 도전에서 멀어질 경우 홍 최고와 친박 후보간 전략적 연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장관의 대항마로 홍 최고위원을 띄울 수 있고 최소한 친박 후보 2명이 지도부에 입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 장관을 견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나쁘지 않은 시나리오다.
선출직인 5명 최고위원에 있어 이 장관 1명, 친이 소장파 1명, 친박 1명, 홍 최고위원 그리고 중립형·친박 여성몫으로 분산되는 시나리오다. 지명직 2명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친이 친박 계파별 나눠먹기가 되기 쉽다. 이래저래 이 장관은 친박 및 중립·소장파 지도부에 사사건건 발목이 잡힐 공산이 매우 높다는 점, 그리고 향후 공천권뿐만 아니라 현안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데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소장파의 반란, 여당發 ‘정풍운동’?
‘개헌’보다는 당내 ‘개혁’을 바라는 소장파 의원들 입장에서도 이재오 당 대표 도전은 탐탁지 않다. 소장파가 주도하는 ‘국회바로세우기모임’ 소속 의원들은 재보선 이후 반전을 위해 원희룡, 나경원, 남경필, 정두언 등을 중심으로 단일 후보를 내 당권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 과거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DJ 최측근인 권노갑 전 고문을 겨냥한 ‘정풍운동’이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소장파의 주 타깃이 ‘왕의 남자’로 불리는 이재오 장관이 될 것이라는 데 당내에선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막강한 세를 갖고 있는 이 장관의 친이계, ‘박근혜 대세론’의 친박계, ‘바람’을 일으키려는 소장파 3자는 4월 재보선이후 벌어질 정국 추이에 따라 생사가 엇갈릴 전망이다. 연대와 대결의 정치가 본격 시작되고 주류와 비주류가 바뀔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차기 공천과 대권과도 직결돼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에 따른 후폭풍은 집권 여당뿐만 아니라 청와대까지 들썩거리게 만들 공산이 높다.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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