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여야 각 진영의 대선 주자들 가운데 가장 ‘서민’ 이미지에 부합하는 인물인데다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게다가 김문수 지사는 민중당 동지였던 이재오 의원이, 김두관 지사는 같은 친노(친노무현)인 문재인 고문과 치열한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김문수 지사와 김두관 지사는 대선 경선에 뛰어들면서 각각 지사직 ‘유지’와 ‘사퇴’를 예고하고 있고, 대선 경선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뚜렷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닮은 점 1. 서민이미지
“밥도 굶어보고 아프기도 해봤기 때문에 누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가장 잘 안다. 복지와 일자리도 나만큼 잘 해결할 사람은 없다. 살아온 삶이 바로 서민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물론 야당 후보 누구도 저만큼 서민 민생에 대한 이해나 궤적을 경험한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껏 서민들과 일상생활 속에서 애환·고락·마음을 나눠 왔습니다”(김문수 지사)
“5남 1녀 중 다섯째인데 누나는 서울에서 생선장수 하고 있고 첫째형은 독일에 광부로 갔다 왔고, 둘째형은 회사 경비원 하고 셋째형은 일반 노동자다. 나는 서민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고 나 자체가 서민이다” “이제 서민을 위한 정치로는 부족하다. 이 시대는 서민의 정치를 필요로 한다. 김두관이 추구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1%의 특권층이 아니라 99% 서민도 행복한 나라다”(김두관 지사)
김문수-김두관 지사는 이렇듯 자신들이 서민이었음을 강조하면서 ‘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이 서민을 강조하는 이유에는 차기 대선의 ‘상수’인 박근혜 전 위원장이 자리 잡고 있다는게 정가의 분석이다.
김문수 지사는 이를 통해 박 전 위원장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잇달아 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 경기도에서 유출돼 파문이 일었던 ‘김 지사 서민 이미지 홍보방안’에는 박 전 위원장은 ‘공주 및 귀족에다 신비주의적’인 ‘얼음 공주’로 규정하는 한편, 김 지사는 현장과 소통을 중시하고 민주화운동 및 투옥경력을 갖춘 ‘서민 김문수’라는 대칭적 이미지로 규정하도록 했다.
김 지사를 박 전 위원장의 ‘공주’ 이미지와 대비시켜 ‘서민 이미지’로 규정하고 이를 부각하도록 한 것이다.
실제 김 지사도 “박 위원장은 인기가 많은 분이자 선거의 여왕으로 누구도 세울 수 없는 공을 세웠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18년6개월 간 청와대에서 살아 누구한테 무슨 속을 내보이고 누구와 무슨 말을 했겠나. 서민과 민생을 모른다”고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나 자체가 서민’이라고 외치는 김두관 지사는 실제 경남 남해의 빈한한 가정 출신으로 입학금이 없어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농사를 지었던 과거를 지니고 있다. 이런 김 지사가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다”고 밝히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는 지난 4일 민주당 내 정치개혁모임 조찬간담회 강연을 통해 “우선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고 싶다. 저는 개천에서 용이 나고 공정경쟁이 가능하고 노력에 의해 계층이동이 가능한 사회, 절망하는 청년들이 희망을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며 “판검사·의사·변호사 한명 아는 사람 없는 그런 어려운 국민들과 함께 하는 따뜻한 서민정부를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율 명지대 교수는 “김 지사는 온건·합리주의 성향의 서민 그 자체라는 장점과 야당으로서는 매우 유리한, 영남의 지역적 기반이 굳건한 인물”이라며 “지역에서는 오히려 문재인 이사장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고성국 시사평론가도 “존재론적으로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대척점을 지닌 인물”이라면서 “우리 현대사 굴곡을 몸으로 때운 대다수 서민들과 같은 삶을 산 김두관과 박근혜가 서 있으면 대다수 서민들이 김두관과 가까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도 이들은 여야 대선 주자 중 가장 가난한 서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와 정부의 공직자윤리위가 3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김문수 지사 재산은 4억4443만 원으로 여권의 타 주자들 중 가장 적고, 김두관 지사는 7887만 원으로 여야 통틀어 제일 가난하다.
닮은 점 2. 인지도-지지율 한계
김문수-김두관 지사의 공통점은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에서 한 자릿수 지지율을 얻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재 ‘빅3’로 꼽히고 있는 박근혜-안철수-문재인 고문의 지지율에 턱 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리얼미터 5월 첫째 주 대선 다자대결 구도(박근혜 40.0%-안철수 22.2%-문재인 13.5%)에서, 김문수 지사는 2.5%로 6위를, 김두관 지사는 8위(2.1%)를 차지했고, 같은 기관의 둘째 주 조사(박근혜 40.3%-안철수 23.8%-문재인12.3%)에서도 김두관 지사가 2.2%로 6위를, 김문수 지사가 2.0%로 그 뒤를 이었을 뿐이다.
모노리서치가 지난 15일 실시한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결과에서는 김문수 지사(4.3%, 4월 조사 5.9%)와 김두관 지사(4.2%(1.8%))가 4위와 5위를 차지하면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빅3’(박 47.0%( 40.5%)-안 15.2%(19.0%), 문 14.2%(13.4%)’)와 지지율 차이는 비슷했다.
이들의 인지도는 더욱 처참한 상황이다. 최근 한백리서치와 케이스파트너스가 공동으로 ‘국민 정치의식 패널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살펴보면, ‘얼굴과 이름뿐만 아니라 주요 경력도 안다’의 높은 수준의 인지도는 박근혜 78.8%, 안철수 76.1%, 정몽준 70.6%의 순서이며, 김문수 지사는 50.1%, 김두관 지사는 26.8%로 가장 낮았다. 특히 김두관 지사를 ‘아예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가 25.1%나 됐다. 김문수 지사는 4.5%였다.
6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 경선을 위해서 이들이 뛰어넘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히고 있다.
닮은 점 3. 옛 동지가 적으로
또한, 이들은 과거의 동지가 현재는 뛰어넘어야 할 벽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김문수 지사에게는 민중당 동지였던 이재오 의원, 김두관 지사에게는 같은 친노인 문재인 고문이 그들이다.
김문수 지사와 이재오 의원은 ‘호형호제’하는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민주화 운동 동지였던 이들은 민중당 창당을 주도했고,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주축 멤버로 함께 활동한 전력이 있다. 하지만, 이 의원이 ‘개헌론’을 주창하고 다닐 때부터 김 지사가 “우리나라는 아직 5년 단임이 필요하다”고 개헌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재오 의원은 지난 2010년 한 인터뷰에서 ‘김문수 지사를 차기 대권후보로 밀 것이라는 말도 있다’는 질문에 “문수? 문수와 친하지. 친한 정도가 아니라 동지니까. (근데) 내가 민다고? 허허허”라고 답했다.
박근혜 전 위원장에 맞설 ‘비박(非朴) 연대설’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지만 이들의 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김두관 지사에게는 친노 주류인 문재인 고문이 첫 번째 관문이다. 문 고문은 민주당 주류로 등극한 친노의 핵심인데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고 있는 대선 주자이다. 김 지사가 대선 본선에 나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꺾어야 할 존재인 것이다. 김 지사 측 사람들은 김 지사가 ‘문재인 대체재’가 아니라 ‘문재인을 뛰어넘을 사람’이라고 말한다.
김 지사도 본인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한 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상임고문은 대통령감이 아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자 야권 관계자들은 “친노 분열이 시작됐다”고 수근거리기도 했다.
차이점. 지사직 유지 vs 사퇴
이러한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이들의 행보에 가장 큰 차이점을 꼽자면 지사직 유지와 사퇴라는 것이다. 김문수 지사가 우여곡절 끝에 지사직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반면, 김두관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과 함께 지사직 사퇴를 선언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문수 지사는 자신이 지사직을 내려놓으면 오는 12월 19일 대선과 함께 경기지사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지게 되는 만큼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김두관 지사 역시 지난 지방선거 승리 이후 경남도민들에게 중도 사퇴가 없음을 밝혔던 것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진정성을 위해서라도 ‘지사직 사퇴’라는 강수를 둘 전망이다.
이는 ‘유지 대 사퇴’라는 이분법적인 접근만이 아니라 대선에 임하는 자세의 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문수 지사 캠프 내부에서조차 경선에서 패배해 본선에도 올라가지 못할 경우를 대비한 ‘자리’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빗발쳐 ‘지사직 유지’로 선회했다는 후문이다. 김문수 지사 캠프 측 한 관계자는 지난 15일 [일요서울]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이후 박근혜 전 위원장이 없는 새누리당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면서 “우리는 유의미한 2등으로 족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김두관 지사는 이번 대선에 모든 것을 ‘올인’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의도 정가에서 ‘문재인 고문이 끝까지는 가기 힘들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도 이와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김두관 지사 캠프 한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통합진보당 사태 등 현재 상황이 녹록치 않은 것만은 사실이지만 김두관 지사의 지지율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사즉생 생즉사(死則生 生則死)’의 각오로 이번 대선에서 승부를 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