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민 생각’ 출범에 손학규·정동영도 출격

손-정-정 민주당 ‘빅3’ 대선 채비 시동
민주당 ‘빅3’(손학규·정동영·정세균)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뛰어들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족이 시발점이 됐다. 각계각층에서 모인 전문가 그룹이 박 전 대표의 외곽지원을 하게 된다. 이에 발을 맞춰 정세균 최고위원도 자신의 싱크탱크 ‘통합과 연대, 실천으로 여는 국민시대(국민시대)’를 발족하며 민주당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대권 캠프를 공식화 했다. 손 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도 각각 나름의 셈법을 가지고 대권 행보에 뛰어든 모습이다. 민주당에 부는 손·정·정의 대선 행보를 추적했다.
민주당의 대선 바람은 여권의 한 발 빠른 대권 행보 선점이 기폭제가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가 ‘국가미래연구원’을 발족하고 가장 먼저 이슈몰이에 나섰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지난 1일 사단법인 등록을 마치고 15개 분과별로 두 차례씩 준비회의를 했다. 원장을 맡은 김광두 서강대 교수를 비롯한 ‘5인 스터디그룹’을 중심으로 각계 전문가 8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발기인으로 참여했고, 이한구 의원이 한나라당에선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김광두 원장은 “최근 사회현상은 어느 한 측면만 봐서는 해결될 수 없다. 학문 간을 아우르는 통섭(通涉:지식의 통합)의 연구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싱크탱크 출범과 동시에 이른바 ‘박근혜식 복지’라 불리는 한국형 복지정책 개발에 힘을 쏟으며 어젠다 선점에 뛰어들었다. 최근 박 전 대표는 자신의 복지정책의 밑그림이라 할 수 있는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안을 발의했고, 구체적 내용을 담은 세부법안들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무상복지가 선거쟁점으로 떠오르고 진보진영의 간판정책으로 통했던 복지를 통해 박 전 대표가 승부수를 던졌다는 점에서 정치권은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이슈 선점으로 대권 신호탄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특임장관도 개헌을 통한 친이계 세결집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까지 얻어낸 이 장관은 친이계를 결집, 의원총회로까지 논의 테이블을 옮겼다. 하지만 ‘박근혜’라는 벽에 부딪혀 더 이상의 진전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에 이 장관은 지난 2월 10일 “개헌을 위해 가장 강력한 상대와 맞서겠다. 나는 다윗이고 나의 상대는 골리앗”이라며 항전 의지를 불태웠다. 다음날 박 전 대표가 사회보장기본법을 발의하자 “2년 전부터 대통령에 나온다든지,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일하는 건 국민들을 많이 피곤하게 한다”며 박 전 대표를 향해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여권의 유력 주자들이 대선을 앞두고 발 빠른 행보에 나서자 민주당 빅3를 중심으로 한 각 계파마다 대선 채비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의 계파 구도는 17대 총선, 2007년 대선, 18대 총선과 지난해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역학 관계에 따라 형성돼 있다. 현재의 계파 구도는 지난해 10·3 전당대회 이후 손학규 대표, 정동영 정세균 최고위원을 지칭하는 빅3를 중심으로 정립됐다. 이들은 다음 총선 공천권과 대선 경선에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당권파인 손학규계는 지난해 10월 전대 이후 급부상했다. 수도권의 온건파 그룹과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손 대표가 영입한 비례대표 의원들이 주축이다. 이 가운데 손 대표의 최 측근인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정장선 우제창 조정식 의원 등 수도권 온건파들은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도 손 대표를 적극 지지했었다.
정동영계는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이던 정 최고위원이 영입한 의원들이 주축이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이 500만 표 차이로 대선에서 패배한 것과 18대 총선 낙선을 기점으로 세력이 급격히 기울었다. 2009년 4월 재보선으로 복귀한 정 최고위원은 최규식 신건 의원과 비주류 의원 모임인 쇄신연대 소속 의원들과의 연대강화를 꾀하면서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정세균계 의원들은 대부분 정 최고위원이 2008~2010년 당 대표 재임 시절 당직에 중용한 친노·486세대 의원들로 채워져 있다. 문희상 이미경 박병석 김진표 김유정 의원 등도 정 최고위원의 측면 지원세력이다. 하지만 정세균계는 지난해 전대 이후 486세력들이 독자노선을 구축하면서 세력 지형이 쪼개진 상태다.
정세균, 빅3 가운데 가장 먼저 대권행보
민주당에서 각 계파 수장 가운데 가장 먼저 대권 행보에 뛰어든 사람은 정세균 최고위원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월 10일 대선캠프 역할을 할 싱크탱크를 발족시켰다. 민주당 빅3를 포함해 야권의 차기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먼저 대권 행보를 공식화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의 싱크탱크인 ‘국민시대(가칭)’는 이날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준비위원회 발족식을 열었다.
국민시대 준비위원장은 김수진 이화여대 교수와 장하진 전 여성부 장관이 공동으로 맡고, 정 최고위원은 고문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인사말에서 “국민들이 3년 만에 이명박 정권에 파산선고를 내렸다”면서 “2012년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통합과 정책, 이 두 가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까지 모범생처럼 준비된 길을 걸어왔다면 지금부터는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가고자 한다”며 대권에 도전할 것임을 시사했다.
국민시대에는 정치·외교안보·경제·교육 등 각 분야 교수·전문가 등 53명이 참여했다. 정 최고위원의 학계 자문모임인 ‘미래정치경제연구회’ 소속 김수진 교수와 윤성식·최윤재(고려대) 고형일(전남대) 김근식(경남대) 박찬표(목포대) 전도영(서강대) 조기준(수원대) 교수 등이 주축이 됐고, 노영쇠(전북대) 황금택(서울대) 이병오(강원대) 교수 등이 포함됐다. 박인환 전 국민일보 편집국장도 이름을 올렸다. 공개된 명단에는 빠졌지만 정 최고위원의 40년 지기인 송인회 극동건설 회장과 윤윤수 휠라코리아 대표, IT업체 아이러브스쿨 창업자인 김영삼씨 등 경제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준비위는 향후 분과별 정책연구 및 사업과제를 확정하고, 사단법인 설립 절차를 거쳐 3월 말쯤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정치계·문화예술계 인사 등은 공식 출범 때 합류할 계획이다.
손학규도 ‘동아시아미래재단’ 운영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손 대표의 행보에도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 대표는 이미 정식 싱크탱크를 운영 중이다. 손 대표가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동아시아미래재단’은 2006년 5월 창립한 뒤 김성수 전 성공회대 총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송태호 전 문화체육부 장관과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100여 명의 자문위원이 활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손 대표의 동아시아미래재단은 현재 야권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2월 정책세미나를 개최한 데 이어 다음 달부터 정책세미나를 정례화 하는 등 활동 폭을 넓혀가고 있다.
손 대표는 이와 함께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그룹, 원외 지역위원장, 1980년대 운동권 출신, 서강대 제자그룹 등의 인사를 기반으로 공조직을 꾸려나갈 예정이다.
정동영, ‘연구 네트워크’ 확대 구축
정동영 최고위원은 2007년 대선 때 나라비전연구소라는 싱크탱크를 운영한 경험이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정형화된 개인 싱크탱크보다는 수평적·개방적 형태의 연구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입장이다. 정 최고위원 측은 “연구소가 강력한 소속감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많은 분들이 참여하기에 한계가 있다”면서 “싱크탱크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진부한 형태 하기 보다는 새로운 모델을 찾겠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학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연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확대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그는 부유세 도입을 통해 자신의 선명성을 부각하며 전통적 지지층 결집에 나서고 있다. 당내 비주류의 최전선에 서 있는 그는 민주당의 복지정책을 주도하며 박근혜식 복지와 맞서 차별화도 꾀하고 있다. 동교동계와의 관계 복원에도 나름의 안배를 하고 있다. 포스트 DJ를 꿈꾸는 것.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대패한 이후 일각에선 대선 주자로서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어 이는 풀어야 할 우선적 과제로 꼽히고있다. 추후 대선 경선에서 당원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는 껄끄러운 관계에 놓여있는 친노 진영과의 관계도 회복해야 한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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