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수사 결과 한 어린이집은 초과 수납한 특별활동비를 1억 원 넘게 특별활동업체로부터 되돌려 받았으며, 다른 어린이집은 아동수의 절반만 우유를 납품받고서도 우유대리점으로부터 전체 아동수에 맞게 우유를 납품한 것처럼 대금청구서를 요구해 결제하는 방법을 동원해 1200여만 원을 돌려받기도 하는 등 갖은 비리 방식을 동원해 이익을 챙겼다.
이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학부모들은 “이런 어린이집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아이들의 보육과 교육을 담당하는 사명을 가진 어린이집의 두 얼굴을 추적한다.
서울양천경찰서가 적발한 서울·인천·경기지역 181개(서울 166, 인천 8, 경기 7) 어린이집의 비리는 다양하면서도 교묘했다. 원장들은 업체들로부터 상습적으로 금품을 받아오거나, 허위로 어린이집 교사와 아동을 등록하여 국가보조금을 편취하고, 어린이들의 급·간식을 위해 식자재를 구입하면서 마트나 우유대리점에 허위 결제를 하고 차액을 돌려받기도 했다.
차액 돌려받기·국가보조금 부정 수급…‘왕따’도 일삼아
A어린이집은 2010년 2월부터 11월까지 마트로부터 급·간식을 위한 식자재를 구입하면서 1200여만 원을 초과 결제 후 차액을 돌려받았으며, B어린이집은 201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현장학습 등 견학을 다니면서 차량 이용 업체로부터 사용 대금을 초과 결제하고 200여만 원의 차액을 되돌려 받았다.
이뿐만 아니라 C어린이집은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허위로 보육교사와 아동을 등록하여 3700여만 원의 국가보조금을 부정하게 수급하기도 했다.
적발된 어린이집 원장들은 감독기관의 적발을 피하기 위해 특별활동업체와 계약을 할 때 매월 업체에 지불할 실제 수업비용을 계약서에 기재하지 않고 아동 한 명이 내야할 금액만 기재해 감독기관에 제출해 단속을 피할 수 있었다.
이들은 특별활동업체와 결탁하지 않고 실질적인 특별활동비만을 수납한 어린이집 원장은 ‘왕따’를 시켜 본의 아니게 특별활동비를 받게 한 경우도 있었다.
결국 지역에서 어린이집들끼리 결탁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고밖에 볼 수 없다.
“민간 어린이집 문제가 더 많을 가능성 커”
경찰 수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180개 어린이집 중 94곳은 서울시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는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이들이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하반기까지 특별활동업체로부터 수수한 총 금액은 16억여 원이며, 부정하게 수령하거나 유용한 금액은 8천여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 어린이집의 운영에 대한 감사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리가 적발됨에 따라 학부모들의 반발은 더욱 컸다.
한 아이를 서울형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는 최경숙씨(34·여)는 “우리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이런 비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믿고 맡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보니 괜한 불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인 신승희(32·여)씨 또한 “사실 어린이집에서 받는 특별활동비 가격이 왜 그렇게 책정되었는지, 정말 그 가격이면 적정한 건지 궁금하기는 했다”며 “특히 야외학습을 간다고 하며 별도로 돈을 걷기도 하는데 그 비용을 제대로 쓰는 건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는 어린이집에 그 내역을 달라고 해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비리가 모든 어린이집의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관악구에 위치한 D어린이집 원장은 “모든 어린이집이 이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공립에 비해 재량권이 큰 민간 어린이집의 문제가 조금 더 클 수 있다. 다만 현재는 보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도기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 운영위원들이 올해부터 분기별로 예산 심의를 한다”며 “이와 같이 어린이집 스스로도 문제 발생 요인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고 또한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리 어린이집 ‘꼼짝 마’
서울시는 이번 경찰 발표에 따라 어린이집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우선 이번에 적발된 서울형 어린이집의 경우는 즉각 공인 취소 조치하고, 기타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비리 내용에 따라 영유아보육법에 의해 시정명령, 운영정지, 시설폐쇄 등의 조치를 할 예정이다.
또한 어린이집 원장에 대해서는 위반사항에 따라 3개월~1년의 자격정지 처분하고, 학부모로부터 허위로 과다하게 받은 특별활동비는 전액 상환하도록 조치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 여성가족정책실 관계자는 “원래 특별활동비는 각 지자체에서 산정해서 정한다. 만약 특별활동비가 남을 경우 학부모에게 반환해야 하지만 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치구와 합동으로 서울시 6102개의 어린이집을 전수 조사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 어린이집은 교육적인 목적과 함께 설립자의 이익을 무시할 수가 없어 이런 일이 벌어졌다. 비영리임에도 불구하고 어린이집을 통해 영리를 취하려는 원장들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서울시는 복지부에 올 7월부터 문제가 발생된 어린이집 명단을 공개하는 것을 건의한 상태며 복지부는 서울시의 건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번에 발견된 어린이집 비리는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용처에 대한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재원비에 대한 의구심과 어린이집 내의 폭력 행사는 없는지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존재한다.
배준희(32·여)씨는 “맞벌이부부라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겼는데 지금까지 어린이집에 낸 돈이 어떻게 쓰였는지 제대로 설명을 듣지 못했다. 특히 아이가 낯을 많이 가려 혹시 이 때문에 선생님들이 괜히 구박하지 않을까 항상 불안하다”고 얘기했다.
경찰 수사로 그동안 학부모들 사이에서 쉬쉬하고 넘어갔던 문제들이 많은 부분에서 밝혀졌지만 이번 한번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학부모 사이에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jun6182@ilyoseoul.co.kr
전수영 기자 jun6182@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