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인민 앞에 자주 서는 이유는
北 김정은, 인민 앞에 자주 서는 이유는
  • 이광영 기자
  • 입력 2012-05-21 10:11
  • 승인 2012.05.21 10:11
  • 호수 942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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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민 생활 진짜 좋아졌나
▲ 뉴시스
 
북한전문가, 김정은 체제 식량난 한계 ‘갑론을박’
 
[일요서울| 이광영 기자] 김정은(27)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대 인민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김정은은 최근 북한 내 돼지농장 방문에서 전시행정을 탈피하려는 젊은 지도자다운 모습을 보여줬고, 만경대유희장을 방문해서는 관리부실을 지적했다. 또한 연탄 공급을 확대하며 평양 인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연탄을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이전 철권통치를 휘둘렀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북한 정보통에게 들은 얘기 중 하나는 김정은이 돼지농장을 방문했을 때 돼지들이 시끄럽게 우는 이유를 묻자 ‘환경이 달라서 우는 것’이라는 답변을 듣고 앞으로는 다른 곳에서 돼지를 강제로 옮겨오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며 “전시행정을 탈피하려는 젊은 지도자의 모습을 보고 인민들이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김정은은 돼지농장·만경대유희장 발언 등 인민들을 직접 챙기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북한 내부 언론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9일 “김정은 제1비서가 평양의 놀이공원인 만경대유희장을 찾아 관리일꾼들에게 관리 잘못을 질타했다”고 보도했다. 이전 김일성·김정일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라 할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는 인민들의 편익을 직접적으로 챙기겠다는 제스처로써 김정은이 새로운 리더십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했다.
 
인민 위한 연탄·전기 공급 사정 좋아져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 인민들의 생활향상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연탄과 전기의 공급 사정이 좋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전문가들 또한 이를 인정하지만 아직까지 북한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하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평양에 다녀온 사람들에 의하면 ‘자동차가 많이 보이고, 전깃불이 들어오는 곳이 늘어나는 등 한층 발전한 모습’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이 <민족화해> 5·6월호에 실은 ‘10대 인기상품으로 본 2011년 북한경제’란 제목의 기고문에 따르면 1위에 오른 제품은 연탄이었다. 동 팀장은 “북한은 올해 강성대국 선포를 앞두고 상품수입을 늘리기 위해 대중교역 1위 품목인 석탄을 집중 생산하면서 일부가 장마당에 흘러나왔다”며 “북한에서 연탄은 아직 비싼 연료지만 지난해는 수요보다 상대적으로 공급이 크게 늘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많은 가정에서 연탄을 쓸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그는 “평양 외의 지역은 여전히 나무 연료를 사용할 정도로 양극화가 심하다”며 “이는 김정은 체제의 최대 과제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백 위원은 “사실 평양 외의 지역은 원래부터 어려운 상황이고 갑자기 더 나빠질 것도 없다”며 “그전보다 나아졌거나 열악해졌다는 근거는 없지만, 상식적으로 평양이 발전했다면 지방 상황도 나아졌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결국 북한 인민들의 삶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향상된 것만은 일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김정은의 경제 살리기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섣부른 판단도 가능한 부분이다. 
 
김정은, 전 통치자들 장점만 취해
 
김정은은 경제 부흥과 함께 김일성을 따라하며 인민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그는 지난달 15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 및 열병식에서 젊은 시절의 김일성을 빼닮은 모습으로 등장했다. 억양, 음색, 제스처 등 김일성을 의도적으로 흉내 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리더십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장점을 동시에 흡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자신만의 독자행보를 펼치기보다는 이전 통치자들의 장점을 흡수해 인민들과의 괴리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백 위원은 “북한 인민들은 김일성을 인민들을 위한 정책을 펼친 긍정적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 탈북자들 중에서도 나쁘게 얘기하는 사람을 못 봤다”며 “김일성 따라잡기는 김정은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큰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교수도 “김정은은 외적으로는 유화적인 김일성, 내적으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김정일을 닮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백 위원과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김정은 파격 행보, 한계는 없나?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항상 강조했던 부분은 ‘먹고 사는 문제’다. 김정은은 현재 자력갱생을 위해 농촌지원에 인민을 총동원하고 있다. 또 자본주의 수단 논의를 용인하고 방중(訪中)을 활용해 국제사회 원조를 다시 이끌어 내는 전략적인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런 김정은의 행보가 곧 한계점에 부딪칠 것이라는 견해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상존한다. 
 
백 위원은 “장기적으로 보면 김정은이 북한 경제를 살리지 못할 경우 어려움에 처할 수도 있다”면서 “이 때문에 김정은이 정권 초기부터 계속해서 인민생활 향상을 표면적으로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의 식량난이 해결되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김정은의 권력기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해석으로 보인다.
 
반면 양 교수는 “식량난이 김정은의 권력체계에 큰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식량난이나 국제적 고립으로 북한이 붕괴되는 상황이 발생하려면 중국이 식량·물자·에너지 등 모든 지원을 끊으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중국의 원조가 있는 한 북한 인민들이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까지 김정은 통치의 성공 유무를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그가 파격적인 행보를 지속적으로 내부 언론을 통해 인민들에게 각인시켜도 근본적인 문제인 인민들의 생활고가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의 대한 충성도는 급격히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gwang@ilyoseoul.co.kr>

이광영 기자 gwang@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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