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총·대선 포석…“야권연대 들러리 전락 위기”

민주당의 4·27 재보궐선거 전략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필승 카드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인물들이 잇따라 출마를 고사하면서 선거 전략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민주당은 차기 총선과 대선을 염두 한 야권 단일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특정 지역구를 군소 정당에 양보하고 차기 선거에서 ‘명분’을 내세워 실익을 챙기겠다는 계산이지만 인물난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이다. 나아가 민주당 텃밭에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제 1야당이 야권 단일화 ‘덫’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감이 당내 확산되고 있다. 자칫 4월 재보선뿐만 아니라 내년 대선에서 야권연대 단일화에 들러리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민주당이 빠진 딜레마를 추적해 본다.
민주당의 인물난이 4월 재보선 위기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강원도지사 카드였던 권오규 전 부총리도 본인의 거듭되는 고사로 출마가 불투명한 데다 경남 김해을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던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도 최근 불출마를 선언했다. 김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 때문에 여야 양측에게는 상징성이 높은 지역이다.
친노세력의 좌장격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시민주권’은 지난 17일 오후 여의도 관광호텔에서 운영위원회를 열고 김해을 재보선 교통정리 문제를 긴급 논의하기도 했다.
성남 분당을은 조국 서울대 교수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출마를 고사하면서 마땅히 대안으로 내놓을 카드가 없는 형편이다.
강원도지사 선거도 문제다. 손학규 대표가 수차례 공을 들인 권오규 전 부총리가 출마를 고사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원도를 사수해야 할 민주당의 고민이 깊다. 지역 출신인 최문순 최종원 의원을 비롯해 이근식 강원도 경제부지사, 김대유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이름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이들이 여권 카드에 맞서기엔 역부족이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이광재 동정론’에 기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전 지사의 부인인 이정숙 씨가 제3의 후보로 거론되는 실정이다.
한나라당은 반색
반면 한나라당은 한승수(강원지사)-정운찬(분당을)-김태호(김해을)로 이어지는 총리라인을 가동시키며 민주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4ㆍ27 재보선 필승카드를 찾는데 사활을 걸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총리 카드 전략은 이번 선거를 반드시 승리해 정권 후반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권의 레임덕 가속화를 둔화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당장 구제역 사태와 물가불안, 전세대란에 싸늘해진 민심이 정권 심판론으로 돌변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도지사 선거는 다음 총선과 대선을 고려할 때 여당이 반드시 되찾아야할 곳이다. 대선에서 강원 지역이 충청권과 함께 캐스팅 보트 역할로 여야의 운명을 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이번 주 강원도로 총출동해 제설작업을 돕기로 한 것이나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은 원주가 지역구였던 이계진 전 의원의 불출마선언으로 춘천고 출신의 엄기영 MBC 전 사장과 한승수 전 국무총리 두 카드를 놓고 막판 고심 중이다.
원주고 출신의 이광재 전 지사 동정론과 구제역 피해에 따른 지역경기 침체 그리고 지역홀대론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민심의 보수화 가능성 등이 모두 변수로 자리 잡고 있다.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강릉과 춘천의 영동-영서 대결구도에 원주 민심이 누구를 선택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한다.
경남 김해을에는 김태호 전 경남도지사가 여전히 유력한 카드로 자리 잡고 있다. 텃밭 경남의 야도로 불린 김해을 탈환을 통해 자신감 회복에 대한 기대도 크다. 다만 지난 총리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낙마했던 만큼 당 지도부 일부의 ‘김태호 불가론’을 넘어설지가 관건이다.
텃밭 성남 분당을에서는 이미 강재섭 전 대표와 박계동 전 국회사무총장이 뛰고 있는 가운데 정운찬 전 총리 카드가 유력하게 부상했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승리를 위해서는 분당을 싸움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 야권 단일화 여부에 촉각
집권여당은 ‘인물’이 넘쳐 흐르는 반면 민주당은 ‘인물난’속에 허덕인다. 여야의 표정이 엇갈리자 민주당 내부에서 야권 단일후보를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 1야당인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특정 선거구를 양보하거나 단일화에 참여함으로써 차기 총선과 대선 야권 연대의 도화선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은 지난 2월 16일 ‘민주당 지도부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4월재보선의 전국적 승리를 위해 시급하고도 절박한 민생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을 얻기 위해 민주당이 통 큰 양보, 통 큰 결단을 할 때라고 확신 한다”며 “지금도 40% 후반의 지지를 받는다고 하면서 헤매고 있는 저들을 죽비로 내리칠 수 있도록 야권이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적으로 결단을 촉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고심했다. 그럼에도 결단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군소야당에서도 민주당의 담대한 양보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재보선 당시 ‘앞으로 있을 재보선에서 다른 정당을 우선 배려한다’고 했다”며 “순천은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당선되지 못한 곳으로 민주당이 순천 재보선 양보라는 진전된 태도를 보이는 것이 호남권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받는 길”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보궐선거 출마를 검토했던 노관규 순천시장도 지난 2월 14일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순천 보궐선거를 범 민주개혁 진보세력의 통합과 재편, 재도약의 출발점으로 만들어 달라”며 “순천지역 범여권 단일화가 범 민주개혁 진보세력을 지지하는 국민과 보궐선거라는 자존심 상하는 결과를 맞은 순천 시민에게 박수 받을 결과가 될 것”이라며 범야권 단일화를 우회적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당 내부 ‘양보론’에 우려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민주당은 김해을과 울산동구청장은 국민참여당에, 순천은 민주노동당에 각각 양보하는 쪽으로 내부 의견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양보론’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지지도 2위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어 민주당을 비롯한 손 대표 입장에서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차기 총선과 대선을 염두 한 양보라지만 확실한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자칫 실익은 못 챙기고 유 원장에게 날개만 달아준 꼴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불확실성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번 재보선은 내년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 출마를 준비중인 손 대표의 정치적 운명과도 맞물려 있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선 ‘재보선 승리’와 ‘야권 연대 성공’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을지 아니면 다 잃을 지를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전성무 기자 lennon@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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