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추방 8개월만에 도마 오른 국정원
해외추방 8개월만에 도마 오른 국정원
  • 이현정 기자
  • 입력 2011-02-22 11:26
  • 승인 2011.02.22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해 6월 리비아 파견 직원의 해외추방 사건이 발생한지 8개월 만에 또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에 연루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지난 16일 발생한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은 아직 누구의 소행인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정원 직원들의 정보수집 활동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국정원은 대내외적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보도 등에 따르면 남자 2명, 여자 1명으로 구성된 국정원팀은 16일 오전 9시27분께 롯데호텔 19층 인도네시아 특사단 방으로 들어가 노트북을 만지다 인도네시아 직원과 맞닥뜨리자 노트북을 되돌려주고 자취를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들이 입수하려던 정보는 국산 고등 훈련기인 T-50, 흑표전차, 휴대용 대공미사일 '신궁' 등 인도네시아가 수입하려는 무기들의 협상조건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 직원은 사건 발생 다음 날 남대문경찰서를 방문,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과 관련한 신고 내용도 문의했다.

서범규 남대문경찰서장은 21일 브리핑을 통해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7일 새벽 3시45분께 국가정보원 소속 직원 1명이 남대문서를 방문해 인도네시아 특사단 신고 내용 등에 대해 문의했다"며 "당시 상황실장과 사건 담당팀장이 만났으며 외교적 부분이 있어 보안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 서장은 "국정원은 물론이고 경찰청 등을 통해 사건의 은폐 등을 요청받은 적이 없다"며 "국정원 직원이 방문한 것은 단순 정보수집 차원"이라고 말을 아꼈다.

경찰은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를 용의자들이 국정원 직원들인지, 일반 산업 스파인인지를 수사 중이지만 당시 상황이 찍힌 CCTV자료가 너무 흐릿해 용의자 신원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번 일과의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이 어린애나 잡도둑도 아닌데 이런 일을 벌일리가 없다"며 "국정원 내부도 오늘 보도를 보고 황당하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미 지난해 6월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의 부적절한 정보수집 활동으로 한국과 리비아가 외교 마찰을 빚은 바 있어 의혹의 시선은 여전히 국정원을 향하고 있다.

당시 국정원 직원은 리비아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다 리비아 보안당국에 발각돼 추방됐다. 리비아 정부는 당시 정보당국 직원의 활동을 간첩활동으로 인식하고 해당 직원을 추방한데 이어 한국 주재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 직원들을 철수시켰다.

또 불법선교 혐의로 리비아에 거주하고 있는 구모 선교사와 한인 농장주 전모씨를 체포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사건은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의원의 리비아 방문을 통해 일단락 됐지만 현지 우리 기업 활동에 지장을 주고 국가의 명예에 먹칠을 했다.

이번 일이 명확히 해명되지 않는다면 인도네시아 중장기 경제개발계획 참여를 통한 경제협력 등 양국간 협력에도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이날 오전 외교통상부를 직접 방문해 박희원 남아태 국장을 만나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지만 외교부는 "현재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며, 확인하는 대로 인도네시아 측에 알려주겠다"는 원칙적 입장만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사실확인과 해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리비아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제2의 외교마찰이 올 수 있다"며 "최대한 빨리 인도네시아측에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국정원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특히 최근 잇따른 국정원의 실수가 조직 해이와 수단을 가리지 않는 성과주의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국회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정보위원회 소집을 요구하며 "이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가안보에 근본적 에너지를 만들어야 할 국가정보원이 내곡동 흥신소로 전락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 "원세훈 국정원장이 미국을 극비 방문했다는 보도가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을 빌어 나왔다"며 "이번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절도 미수사건도 정부 고위관계자의 입을 통해서 정보가 새어 나가고 있는데, 국정원 스스로 이 정부 관계자가 누구인지 조사하고 밝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newsis.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