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벼랑 끝 위기…더 밀리면 끝장, 공격으로 전환 중
이건희 회장 벼랑 끝 위기…더 밀리면 끝장, 공격으로 전환 중
  • 이규성,이석 
  • 입력 2005-10-17 09:00
  • 승인 2005.10.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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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이 반격에 나섰다. 삼성을 겨눈 총구가 결국 총수일가로 향해짐에 따라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세우고 공세로 전환한 것이다. 대응전략은 크게 삼성 내 인맥을 총 동원하여 전방위 로비를 통한 읍소작전과 항소를 통한 법적대응으로 크게 전개되고 있다.하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이 회장의 마지막 카드까지도 나올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전면전으로 나온 이 회장의 최후 반격 카드는 무엇인가.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14층에 있는 삼성구조조정본부 법무팀 소속의 A임원은 최근 들어 하루도 빠짐없이 점심은 물론 저녁식사까지 외부인사들과 함께 하고 있다. A임원뿐만 아니라 법무팀 가운데 사내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표면적으로 삼성과 연루된 법정 소송과 관련하여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여 향후 대처방안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일부에선 “과거 검찰출신의 삼성 법무팀 변호사들이 과거 검찰근무 시절의 고급정보와 검찰인맥을 통한 일종의 로비스트 역할을 한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 모 국회위원은 “현재 검찰의 안기부 도청 수사팀 및 지휘라인에 있는 검사 10명과, 삼성 법무팀 변호사들 간의 경력상의 (밀접한)연관성이 있다”며 “반드시 수사에 영향을 미친다고는 볼 수 없으나 그렇다고 전혀 없다고 단정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건희 회장의 반격이 시작됐다. 선봉은 이처럼 법무팀이 맡고 있다. 법무팀은 요즘 그룹에서 가장 바쁜 부서다. 삼성과 연루된 줄 소송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법무팀은 국내 유수의 법무법인들과 공동작업을 자주 벌이지만 극비사항이나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법무팀에서 직접 챙긴다. 삼성 법무팀에는 검사 출신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현 서울중앙지검 모 간부는 삼성 구조본부 법무실 이모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동기다.

또 서모 공안부장은 서모 변호사와 법무부 근무 경력이 있다. 이밖에도 김 모 삼성 구조본부 변호사는 서울지검 황모 차장과 대검에서 함께 근무했고 서모 공안부 관계자와 부산지검, 정 모 부부장 검사와 서울지검 북부지청및 대검에서 함께 근무했다. 엄모 구조본부 변호사는 이번 X파일 주임검사인 김 모 검사와 대구지검 경주 지청에서 함께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들의 점심약속에 대해 불편한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들과 선후배 관계로 그동안 친분관계를 유지했던 검찰쪽 인사들은 대부분 점심 혹은 저녁 약속에 대해 정중히 거절하는데 애를 먹는다고 털어놓는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특히 금융조사부 소속 검사들은 대부분 이들과 만남을 꺼려하고 있다고 전한다. 금융조사부는 현재 이재용 상무 편법 증여로 논란이 된 에버랜드 전환사채에 관한 수사를 맡고 있다. 법무팀은 최근 법리 검토 작업을 끝내고 공격적인 대응이 효과적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삼성 법무팀이 ‘검찰 수사 등 법적인 문제는 우리에게 맡겨달라’며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7일 에버랜드 전환사채(CB)편법배정사건에 대한 법원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삼성측은 읍소와 압박의 두 논리로 팽팽히 맞서 고심하다 후자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현재 이건희 회장측이 풀어야할 현안은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 발행▶X파일 논란▶금융산업구조개선법(금산법) 개정▶삼성차 손실 보전 문제▶공정거래법상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 규정 등이다.어떤 사안에 대해선 항소를 통한 법적공방을 통해, 어떤 사안에 대해선 물밑작업을 통해 대응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기대와 달리 그렇게 쉽게 풀 성질의 문제들이 아니다. 법적·제도적으로 걸리는 문제가 있는가 하면, 그룹의 지배구조와 직결되는 문제도 있어서다. 그렇다고 그냥 외면하기엔 정치권과 여론의 공세를 마냥 외면하기는 힘든 상태다. 그래서 전방위적인 반격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의 칼끝이 이 회장 자신과 외아들인 이재용 상무를 포함한 4남매를 직접 겨냥하고 나선 것도 한몫을 했다.

금융조사부는 이미 삼성 에버랜드 CB 사건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의 4남매에 대해 계좌추적에 돌입한 상태다.검찰은 재용씨 등이 배정받은 CB를 에버랜드 주식으로 전환한 1996년 12월 무렵 재용씨 등의 명의로 금융거래가 이뤄진 삼성증권에서 입·출금 전표 등을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에버랜드 지분은 최대주주인 재용씨가 25.1%를 갖고 있다. 동생인 부진, 서현, 윤형씨도 각각 8.37%씩을 보유하고 있다. 검찰이 이 상무의 계좌에까지 손을 댄 이상 이 회장 일가 전체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전면전에 돌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검찰 수사 결과 CB발행 과정에서 이 회장의 개입이나 불법성이 확인될 경우 이 회장 일가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게 된다.

경영권 세습에 대한 논란도 불거질 게 뻔하다. 결국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줄 수 있고 이 상무의 후계구도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또 다른 극약처방도 나올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이 회장측이 수세에 몰릴 대로 몰릴 경우 종국엔 과거 대우그룹 몰락과정에서 김우중 전 회장이 그랬듯이 정치권을 향해 전방위적인 압박이 거세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는 이미 ‘삼성장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소리가 돌아다니고 있을 정도다. 물론 삼성측은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밝히는데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전면전 양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서 따로 구체적인 반격에 나섰다는 주장도 일리가 없다”고 애써 강조했다.

# 이건희·재용 부자도 위험하다
검찰 삼성그룹 정조준 막후

‘안기부 X파일’로 촉발된 검찰의 삼성 수사가 점차 그룹 상층부로 향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02년 밝히지 못한 삼성채권 500억원의 용처에 대해 최근 재조사에 착수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과 관련해서는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씨 등 4남매에 대해 계좌추적에 착수했다. 검찰 안팎에서 삼성그룹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대검이든, 중앙지검이든 간에 한 곳에 모든 사항을 몰아 수사하는 것이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현재 삼성사건을 수사중인 곳은 3곳. 참여연대가 ‘삼성의 불법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고발한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합동수사팀(공안2부+특수1부)이 맡고 있다. 당초 검찰은 이 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했다.

수사팀은 서창희(사시 27회) 부장을 포스트로 공안2부 고병민(33회), 김병현(35회), 박형철(35회), 김웅(39회) 검사 등이다. 그러나 사건의 범위와 파괴력이 커지자 유재만 특수1부장을 중심으로 한 범 ‘X파일 수사팀’을 구성했다. X파일 수사팀에 새롭게 합류한 인원은 유재만(사시 26회) 서울지검 특수1부장을 포함해 총 6명. 공안1부 안영규(33회), 임현(37회) 검사, 특수1부 이용주(34회), 이진동(38회) 검사, 외사부 양요안(37회) 검사 등이다. 500억원 채권수사는 대검 중수2과가 담당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채권매입 과정에서 실무를 맡았다가 해외로 도피했던 삼성 관계자 2명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현금화된 사실을 확인하고, 추가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사는 현재 최재경 주임검사가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 주임검사는 법무부와 대검, 서울지검 특수부 등 요직을 두루 거치며 수사력뿐 아니라 기획력에서도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법무부 검찰 3과에서 그를 데리고 있었던 이사철 전 한나라당 의원이 “이제까지 내가 본 검사 중 가장 훌륭한 검사”라고 극찬할 정도다. 지난 95년 220㎏에 달하는 금괴밀수 사건을 적발했으며, 99년 한진그룹 탈세 사건과 중앙일보 주가조작 등 각종 증권 비리 사건을 맡아 경제 수사통으로 꼽힌다. 글솜씨도 뛰어나 박순용 전 검찰총장 시절 박 총장의 연설문 작성을 전담하기도 했다. 최근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사건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사부에서 담당하고 있다.

금조부는 지난 13일 이건희 회장의 장남 재용(삼성전자 상무)씨 등 4남매에 대한 계좌추적에 돌입했다. 검찰의 내로라하는 부서가 모두 삼성그룹을 정조준하고 있는 셈이다.눈에 띄는 사실은 세 사건 모두가 이건희 회장과 장남 재용씨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김종빈 검찰총장은 10일 부산고·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죄가 확정된 두 명 외에 이건희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 31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인 만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천정배 법무장관도 최근 이 회장 소환을 위해 미국과 사법공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 회장 소환을 위해 미국과 사법공조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등 서슬퍼런 칼날을 들이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측은 그다지 할일이 없어 보인다. 최악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검찰 수사로 이 회장 및 재용씨가 공모에 참여했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삼성 후계구도는 물론, 글로벌 경영까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물론 현재 상황을 볼 때 이같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검찰이 갖고 있는 ‘정황적 증거’를 ‘실체적 증거’로 끌어내기에는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96년 CB발행 당시 결정권을 행사했던 주체들의 소환 자체가 쉽지 않다. 결정적인 증거 확보도 한계가 있다. 이른바 ‘삼성공화국’을 상대로 점차 숨통을 조이고 있는 검찰의 향후 행보가 주목받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이규성,이석  bobos@ilyoseoul.co.kr,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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