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의 취임 후 지난해 11월 21일부터 15일간 실시된 서울시 특별감사에서 ‘비리의 집결지’로 지목받은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에 대한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이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SBA는 디지털 문화 콘텐츠, 전시 컨벤션 산업 등을 육성하는 서울시 산하기관으로 서울 애니메이션센터, 서울 지식재산센터, 서울 기술혁신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말 감사에서 부당 채용, 기본급 조작, 시간외 수당 관련으로 67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박 시장은 지난 1월 열린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회의 당시 “감사결과 밝혀진 비리를 보며 어떻게 그런 일들이 21세기 글로벌 도시를 꿈꾸는 서울시 기관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지 큰 경각심을 느꼈다”며 산하기관을 향한 강력한 조직개편을 예고한 바 있다. 이후 SBA는 지난달 19일 인사위원회에서 7명을 퇴출 대상자로 선정했고, 같은 달 23일 30여 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올해 구조조정 대상 기관은 SBA를 비롯해 서울디자인재단·서울문화재단·서울신용보증재단· 세종문화회관·서울시정개발연구원·서울시향·서울여성가족재단·서울복지재단·서울자원봉사센터·서울마케팅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김인호 서울시의원(민주통합당)은 올 상반기 동안 진행된 SBA 구조조정에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의원 등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부와 직원에 대한 징계 수위와 징계 이후 조치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면서 SBA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의 쇄신을 요구하는 중이다.
SBA(서울산업통상진흥원)는 지난해 말 서울시의회의 특별감사(행정사무감사)에서 인사규정 위배, 업무추진비 개인용도 사용, 부당한 수의계약, 편법 인센티브 등 67건 이상의 비리가 적발됐다. 특히 SBA는 편법 인센티브제와 관련해서는 2008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매년 1674명에게 26억3100만 원을 부당지급 한 것으로 언론 보도 결과 드러났다.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이행하기 위해 서울시는 올해 초부터 SBA 등 기관에 대한 구조조정과 사업 분야 재설계 계획을 구상했다.
감사 후폭풍으로 지난 3월 2일 변보경 전 SBA 대표가 자진사퇴했을 때는 서울시 경제진흥실 산업정책기획과 한국영 국장이 SBA 임시 대표를 겸임하면서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그 기간 중에 SBA는 기존 1실 7본부 2단 29팀에서 1실 5본부 20팀으로 바뀌기로 결정했다. 또 부적합한 수탁사업은 민간위탁 사업으로 추진되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1일 서울시 관계자는 “16개 산하 투자ㆍ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정밀 진단을 하고 있다. 방만해진 조직의 인력을 퇴출시키는 작업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것”이라며 “조직 개편안이 마련되면 해당 기관에 통보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
서울시의 조직개편 속에서 이미 10명 넘는 SBA 팀장급 인사들이 옷을 벗거나 좌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 방침이 기초가 된 SBA ‘경영쇄신방안’에 따르면 SBA의 인력은 올해 말까지 지난해 80% 수준인 240명 안팎으로 감축된다. 보도에 따르면 구조조정 대상 중 일부는 직위해제와 더불어 봉급이 50%로 삭감돼 현재는 출퇴근 도장을 찍기 위해 출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SBA 구조조정을 신호탄으로 6월까지 모든 출연기관에 대한 조직개편안을 마련해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에 대한 지적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SBA 등에 대한 구조조정 허점을 짚은 김인호 서울시의원이 수개월간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 중 되짚어야할 요소가 있다고 주장한 것.
김 의원은 “그간 서울시의 출연·투자 기관들이 방만하고 안일하게 운영되었기 때문에 구조조정을 포함한 경영쇄신을 단행한 것이다”는 말로 이번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크게 3가지 부족한 요소를 지적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지난해 감사에서 중징계된 관련자들이 배제되어 있는 것’,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 ‘불명확한 성과평가와 인기투표식 다면평가로 대상자를 선정했다는 것’을 예로 들면서 최근 구조조정에 형평성과 객관성이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각서를 받고 퇴직유예 처리를 하거나 직급을 낮춘 강등을 선택해 퇴출을 피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렇게 중요한 사안을 원칙도 일관성도 없이 마구잡이로 진행한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10일 지난달 25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대한 추가 답변을 묻는 통화에서 “내가 지적한 구조조정의 형평성 건은 경제진흥실 산업정책기획과와 한국영 국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특별감사를 결과 그대로 충실히 이행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SBA 대표이사로 새롭게 내정된 이전영 전 포스텍기술투자대표이사에게 앞으로 구조조정이 달려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도 김 의원은 “그렇다”고 동의하면서 성과 위주의 강력한 계획 추진보다는 공무원 개개인과 예산을 고려한 방침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김 의원이 밝힌 입장을 보다 자세하게 풀어놨다. 지난해말 특별감사로 SBA의 간부·직원 5명이 중징계, 6명이 경징계, 26명은 경고 처분을 받았지만 중·경징계 대상자 가운데 퇴직 대상자는 3명뿐, 1급 본부장을 비롯해 2~3급 본부장과 팀장, 4·6급 팀원까지 8명은 아직 근무 중이라는 것. 특히 중징계 대상자 3명을 포함한 5명은 간부 보직까지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조조정 대상자 역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많았다. 총63명 가운데 정규직은 26명(41.3%)인 반면 비정규직인 계약직은 37명(58.7%)이다. 퇴직을 거절했던 직원에 대해서도 정규직원은 희망퇴직, 비정규 무기계약직원은 면직처리하는 등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11일 통화에서 SBA 홍보팀은 일부 언론의 보도가 왜곡됐다며 자체적으로 해명 자료를 보냈다.
SBA는 간부 직원 중 중징계 처분을 받고, 보직을 유지하고 있는 자가 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중징계 요구로 재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비정규직부터 간부까지 징계 수위를 차별적으로 정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3급 이상 관리직에 대해 가장 엄격히 판단하였다고 해명했다.
SBA는 서울시 의원들의 형평성 지적을 놓고, 최대한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사합의의 과정을 거쳐 합리적으로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5월 14일 공식임명이 예정된 이전영 SBA 대표내정자는 포스코 재직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 개발에 힘쓰고, 청년창업과 중소기업인 창업 희망자들이 기술을 바탕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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