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술은 구원의 손길도 해방의 탈출구도 아니지만 한 잔의 술에 취했다가 깨어나는 과정에서 우리들 몸과 마음을 오가며 삶의 활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술을 피겨스타 김연아도 마시기 시작했다. 다가오는 여름 무더위를 날리기 위해 그녀와의 한 잔 맥주 어떨까 하는 분위기를 노리는 하이트맥주의 새롭게 리뉴얼(Renewal)된 광고에 그녀가 등장 했다. 차가운 빙판 위의 그녀의 ‘피겨’ 이미지가 제품의 시원함과 매칭 되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리뉴얼 제품의 광고 기법이나 전략은 기존 제품의 포장이나 디자인 등의 변경으로 ‘신제품 효과'의 의도를 깔게 된다. 하지만 이 광고는 리뉴얼 제품 마케팅 기법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이번 광고는 원빈이 모델일 때와 전혀 다른 설득기법이다. 그 광고에선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위해 제품 속성인 맥주 맛을 각인시키는 ‘깔끔한 뒷맛’이라는 ‘드라이피니시d’를 반복 강조하는 메시지 학습적 이론을 활용했다. ‘클럽 편’을 보면 ‘다 마신 맥주병을 클럽에서 본 적 없다’는 카피로 문제 제기를 한 후 ‘그건 그 맥주들의 피니시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는 답변을 제시하며 ‘샤프하다. 끝까지!’라는 메시지로 맛의 차별화를 기한다. 탁월했던 점은 딱 부러지게 규정하기 어려운 맥주 맛을 명확히 하여 ‘깔끔한 뒷맛’의 미각으로 연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맥주 맛의 구체적 설명 대신에 모델을 김연아로 바꿔 ‘피겨와 얼음’으로 연상되는 그녀의 이미지만을 내세우고 있다. 바로 이 점이 이 광고의 첫 번째 오류다. 두 광고에서의 연결고리가 없다는 점이다. 리뉴얼 제품은 기존 제품에 대한 속성도 살리면서 그 명성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어야 하지만 이 광고에선 이전 광고에서 그동안 쌓아왔던 맛의 차별화를 통한 ‘깔끔한 뒷맛’에 대한 이미지를 한 순간에 날려버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새 광고는 이전 광고 이상의 매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는 획기적인 것일까. 이 광고는 기대 효과를 광고의 크리에이티브(Creative)나 이론적 기법에서 찾는 것보다 전혀 다른 제품의 광고 효과를 차용하는 것으로부터 얻으려 한다. ‘우유만 마시던 연아가 커피를 마신다’하는 광고에서 이번엔 ‘맥주까지 마신다’라는 화제를 이 광고로 옮겨오려 한다. 그러나 그녀가 커피를 마시게 된 그 시점은 어느 듯 숙녀가 된 점을 화젯거리로 크게 부각시킬 수 있었지만 이미 숙녀의 이미지화 된 그녀가 술을 마시는 정도로는 화제로서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져 있다. 이 광고가 노리고 있는 진짜 노이즈(Noise)효과는 오히려 청소년의 음주 유혹을 부추기는 관점에서 누군가의 비판을 의도적으로 유도한다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술 광고는 이제 막 성년이 되는 엔트리 타깃(Entry Target : 막 처음으로 고객이 되는 신규 소비 계층)을 대량 유입시키기도 하지만 술은 한 번 ‘My Brand’를 정하면 쉽게 변하지 않아 이들의 마음을 잡는데 집중하게 된다. 그래서 제품 속성보다는 정서적 유대감을 강화하는 감성적 접근 방법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바로 이 점이 하이트맥주의 마케팅전략일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광고에 대한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의 걱정스런 트위터 메시지에 이어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나서 김연아 선수의 맥주광고 출연은 청소년의 음주문화를 조장하여 이를 규제하는 장치가 시급하다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기도 하다.
또 하나는 여러 광고에 겹치기로 나오는 김연아의 모델가치가 이론적 분석에 의해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CM전략연구소의 TV광고 소비자 호감도 조사에서 ‘연아 커피’의 광고 효과는 9.09 MPR로 1위에 올랐다. MPR(Marketing Public Relations)은 그 광고를 좋아한다는 소비자 비율이다. 그러나 광고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은 좋았지만 상품의 매출과는 직결되지 않았다. 한 언론 매체의 보도는 ‘연아 커피’ 화이트골드가 경쟁 제품 프랜치카페의 판매엔 별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자사 제품 모카골드의 경쟁력만 잠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이트맥주 광고도 기대만큼 매출 성과를 보여 줄 수 있을지 의문인 것이다.

이 광고에서 그녀를 모델로 기용한 또 하나의 숨겨진 의도가 감지되는 것은 술이라는 제품의 속성을 이용한 모델의 성적 대상 만족도를 높이려 한 점이다. 여성 모델이 나오는 술 광고는 ‘저랑 한 잔 하실래요?’와 같은 노골적인 소구를 한다. 야릇한 느낌의 성 표현으로 소비자가 성적 욕구를 해소하도록 하면서 그 상품의 구매행위로 이어지게 하려함이다. 여러 버전의 동영상 광고 중 김연아가 혼자 나오는 버전에서는 그녀의 허리 라인과 힙 라인이 크게 클로즈업 된다. 혼자 마음껏 춤추며 놀고 있는 그녀를 누군가 몰래 훔쳐보고 있는 듯한 분위기에서 순수한 귀여움도 국민여동생의 이미지도 아닌 성적 대상화된 여성 모델로만 보이고 있다. 또 다른 버전도 20대 초반 여성이 흔히 갖는 보편적 욕망을 한껏 발산하며 남성에 대한 호기심 등을 파티·클럽·음악·친구들과 함께 표현하고 있다. 여기에 원숭이와 말의 가면을 쓴 ‘작업 남’도 등장한다. 버전마다 슬금슬금 성적 소구를 가미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댄스가 이 광고를 어지럽게 한다. 댄스는 젊은층과 소통하기 좋은 소재로 채널을 돌리는 재핑(Zapping)방지 등 시선을 사로잡기에는 제 격이다. 그러나 트위터 등에선 ‘셔플댄스만 있고 맥주는 없는 맥주광고’라는 반응을 나타내기도 하다. 징글(Jingle)은 제품의 핵심과 차별화된 장점을 즉시 떠오르게 하는 매혹적 멜로디나 리듬을 뜻한다. 이 광고엔 이마저도 잘 보이질 않는다. 브랜드 리뉴얼 전략은 소비자가 기업 광고나 제품 디자인 등의 변화를 통해 제품정보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이트맥주의 이번 광고의 효과에 대해 벌써부터 회의적 생각이 앞서는 것은 이런 기본적인 이론이나 기법들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 모델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광고의 무덤이 될 수도 있다.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 IMI (Issue Management Inc.)대표
김재열 마케팅 컨설턴트·IMI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