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이광영 기자] 정태수(89) 전 한보그룹 회장과 김우중(76) 전 대우그룹 회장의 숨겨둔 재산이 국세청에 의해 들통 났다.
국세청은 정태수 전 회장이 숨겨둔 땅을 압류해 809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정 전 회장은 체납세액 역대 최고기록(2225억 원)을 가진 장본인으로 2007년 재판 도중 해외로 도피해 키르기스스탄 등지를 떠돌고 있다.
국세청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 일대 땅 1만여 평을 지난 1999년 서울시에 약 90억 원을 받고 환매했다. 당초 서울시는 이 땅에 쓰레기소각장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주민의 반대로 10년 넘게 공사가 지연되면서 법에 따라 지난해 4월 정 전 회장에게 다시 환매권(정부에 수용당한 재물에 대해 원래의 소유자가 다시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이 발생했고, 이에 정 전 회장은 올 초 법률회사 자문을 얻어 땅을 되살 자금을 모집했다. 땅을 되찾는 대로 바로 제3자에게 팔면 수백억 원대의 시세 차익이 예상되고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국세청은 미리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압류했다.
또한 국세청은 정 전 회장이 30년 동안 숨겨둔 180억 원대의 땅도 찾아냈다. 이 땅은 과거 정 전 회장의 땅이 택지 개발에 편입되면서 시행사가 보상금 대신 건넨 것으로 세금 추징을 피하기 위해 등기를 하지 않고 숨겨온 토지였다. 국세청은 시행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채권을 확보했다.
김우중 전 회장의 차명주식도 국세청에 의해 발각됐다. 국세청은 김 전 회장이 조세회피지역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숨겨둔 1000억 원대의 비상장 국내법인 주식이 공매되는 대로 세금 체납액 163억 원을 징수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회장은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다고 주장하며, 부인 명의의 고급 빌라에서 생활해 왔다. 국세청은 본인 명의의 재산이 없음에도 베트남 등 해외를 자주 드나드는 점을 수상히 여겨 김 전 회장을 밀착 파악해 조사해왔다.
한편 김 전 회장은 세금과 별개인 대우그룹 부실경영 추징금 17조8835억 원도 내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적발한 재산을 제대로 징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국세청은 이들의 체납액을 최종적으로 징수한 것이 아니라 숨긴 재산을 처분할 수 없도록 압류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 전 회장의 경우 국세청이 압류한 것은 서울 장지동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며 현재 소유자가 서울시라는 점이다. 따라서 정 전 회장이 소유권을 넘겨받아야만 세금을 징수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 전 회장이 해당 토지를 재확보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여 국세청 또한 체납세금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11일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국세청과 지자체 사이에서 조세채권은 먼저 압류하는 쪽부터 우선순위가 있다”며 “체납자의 재산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문제는 법적으로 해결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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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기자 gwang@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