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야권은 대선기간 막바지에 정국을 뒤흔들 카드 중 하나로 효성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을 염두에 두고 있다. 효성은 MB정부 들어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조사를 받았으나 비교적 가벼운 집행유예 처벌로 끝났다. 이 때문에 정치권 등에서는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라고 검찰수사를 비난함과 동시에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올해 들어 현 정권의 임기 말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연초부터 “검찰이 조만간 효성에 대한 재수사에 착수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야권에서는 현 정부의 친인척비리를 규명하는 차원에서 효성에 대한 재수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4월경 효성 계열사인 진흥기업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리면서 파장이 일었다. 당시 소액주주들은 “진흥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진행 중인 효성그룹과 우리은행채권단은 진흥기업 회생에 소액주주 희생만을 강제하는 기만적인 국민대사기극을 벌이고 있다”며 비난했다.
진흥 사태가 악화되자 주식시장에 효성과 관련된 여러 소문이 나돌았다. 그중 귀를 솔깃하게 하는 내용은 “MB 임기 말 검찰이 효성에 대해 재조사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검찰에서는 아직 특별한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효성위기론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야권 주변에서는 야권이 본격적인 대권레이스에 돌입하게 되면 야당이 효성의 여러 비리의혹을 다시 문제 삼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야당은 2010년 검찰이 효성을 조사할 당시 끊임없이 의도적 부실수사 의혹을 제기하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이 MB 측근비리와 관련해 효성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자금 단서 잡고도 모른 척
MB 비리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야권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효성의 여러 비리·범죄 의혹에 대해 검찰이 축소·부실 수사로 사건을 덮었다는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기본적인 조사도 없이 수사를 끝내거나, 일부러 가벼운 처벌을 한 흔적이 적지 않다.
이 관계자는 “우선 핵심 의혹인 비자금 사건 수사만 봐도 ‘봐주기 수사’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검찰의 비자금 수사는 의혹이 불거진 한참 뒤에야 시작됐다. 또 검찰은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인 해외법인에 대한 수사나, 사주 일가나 핵심 인물에 대한 조사는 손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검찰은 오너 3세들의 그룹 주식 취득과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한 수사 역시 없었다. 심지어 검찰은 이들 사주 일가가 주식을 취득할 즈음 그룹 금융회사로부터 300억 원을 대출받아 회사 돈으로 지분을 늘린 의혹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효성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오너 3세 일가의 외국 부동산 구입자금에 대한 수사도 하지 않았다. 이들의 외국 부동산 구입자금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아예 거들떠보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이미 밝혀낸 사실이 있음에도 검찰은 모조리 눈감았다”며 “검찰 수사에 앞서 경찰 수사 때부터 검찰이 처벌 수위를 낮춰 송치할 것을 경찰에 종용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과거 효성그룹 회장의 인척이 실소유주인 업체가 국방부에 훈련 장비를 납품하면서 거액을 빼돌린 혐의를 수사한 뒤 이 사건을 검찰에 이를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1년이 지난 뒤에야 애초 경찰 수사보다 축소된 혐의로 관련자들을 기소하면서, 형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세범처벌법을 적용했다. 대통령 사돈의 인척은 뻔히 주소까지 있는데도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 이유로 범죄인 인도 요청 대상에도 올리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검찰은 자신들의 권한을 남용해 직무를 유기했다”며 “검찰은 자신들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권력의 비리를 비호하는 범죄를 저질렀다. 이제라도 검찰은 효성그룹 비리 의혹을 전면 재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결정지을 핵폭탄
지난 2010년 중반 경 효성 오너 일가의 횡령과 군납 사기 혐의 등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검찰은 군납 비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았다.
효성의 오너 3세들이 횡령과 외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이 해 7월 16일 기소됐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1년여를 끌어온 오너 일가의 횡령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3세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효성은 회사 자금 550만 달러(약 64억 원)를 횡령한 뒤 이 돈으로 2002년부터 2005년 말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 고급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현준 사장의 동생인 조현상 효성 전무는 미국 하와이에 262만 달러 상당의 고급 콘도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달러를 불법으로 빼돌려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같은 날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은 조 회장 동서 주관엽씨가 대리인을 두고 운영하던 방위산업체 로우테크가 국가를 속이고 약 200억 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군납 비리 사건에 대해 ‘악질적 범죄’로 규정하고 유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군납업체의 이런 비리는 최종적으로 국민들의 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범죄이고, 그 편취 금액이 매우 크며, 범행이 장기간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져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주범 주관엽씨가 지난해 미국으로 도피한 상태여서 이날 재판에서는 주씨와 공범 관계인 대리인들만 2년6개월부터 3년에 이르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세간에서는 “검찰의 봐주기식 부실수사 해도 너무한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검찰은 이에 아랑곳 않고 태연히 효성에 대한 수사를 종결지었다.
검찰의 두 사건 수사 내용을 살펴보면 조 회장 일가의 비리 혐의에서 그동안 핵심적으로 지적돼온 ‘비자금’ 문제는 철저히 외면했다. 두 아들의 횡령과 외환관리법 위반 수사에서 검찰은 효성 본사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은 조 사장이 횡령했다는 550만 달러는 효성의 미국 현지 법인인 효성아메리카로부터 가져간 것이라고 밝혔다. 효성 조 사장이 본사와 아버지인 회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미국 지사에서 수백만 달러를 ‘빌려’ 호화 별장을 구입했다는 주장을 인심 좋게 믿어 준 것이다.
검찰 주변에서는 “효성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하게 되면 MB와 그 측근들이 줄줄이 연루된 정황이 드러날 것”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야권에서는 이런 점 때문에 효성에 대한 재수사를 검찰에 계속 촉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검찰이 효성을 본격 수사할 경우 대선판을 뒤흔들 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효성아메리카도 집중수사 대상
효성의 미국 부동산 문제는 야권이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다.
경찰의 한 소식통은 “정치권이 미국의 효성 부동산에 대해 많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 부동산과 관련해 효성이 차명으로 MB의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효성의 미국 부동산 대부분은 효성아메리카 명의로 돼 있다. 효성아메리카는 과거 군납 비리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석연치 않다. 효성아메리카는 조현준 사장이 운영하는 회사로 검찰은 이 회사가 주관엽씨의 ‘방산 비리 창구’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조 사장의 이모부인 주씨는 효성 방산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인사다.
효성아메리카는 주씨의 국내 방위사업체 로우테크에 대부분의 수입 부품을 납품한 회사이기도 하다. 로우테크의 군납품 비리의 핵심은 모두 주씨가 개입된 효성그룹 미국 현지법인인 효성아메리카와 국내 위장 업체들 사이의 거래를 통해 이뤄졌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효성 오너 일가의 비자금 출처에 대해 집중수사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았지만 검찰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로우테크는 조 회장 막내 동서인 주씨가 실소유주 행세를 해온 업체로 이 회사 임직원들은 주씨의 주도 아래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육군과 방위사업청에 각각 납품한 대대급 마일즈 장비와 개량형 야간표적지시기 부품 값을 터무니없이 부풀렸다. 주씨는 이를 통해 203억 원(마일즈 장비 106억 원, 야간표적지시기 97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한편 부동산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미국 부동산의 실소유주가 효성아메리카가 아니라 제 3자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효성이 특별한 이유없이 미국의 부동산들을 계속 관리하고 있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다.
한 검찰 소식통은 “효성의 해외 부동산 구입 이유는 주로 재산관리 차원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구입 목적이 해외재산관리인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며 “정치권 일각과 한인들 사이에서는 이 저택이 MB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최영의 프리랜서>
최영의 프리랜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