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은 활화산 같은 존재… 건설사 줄도산 우려
정책부실론 또 불거져 “모두 무책임하다” 비판
[일요서울|이범희 기자] 저축은행 퇴출파문이 일파만파다. 연일 매스컴을 통해 저축은행장들의 만연한 비리 의혹과 검찰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특히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부도덕성은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대부분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서민들의 돈이 헛된 곳에 쓰였다는 충격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이번에 함께 퇴출된 솔로몬저축은행도 경영진의 정치권 로비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저축은행 사태의 책임은 금융당국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저축은행 사태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저축은행은 국민의 비교적 영세한 저축성 예금을 흡수하기 위해 설립된 금융기관이다. 서민의 저축 장려가 최우선 목표이기도 하다. 때문에 서민대통령이란 수식어를 달았던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책적으로 많은 도움을 통해 저축은행 활성화를 도모했다.
실제 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인 2001년 1월 정부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연이어 파산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던 저축은행(당시 상호신용금고)에 대해 예금보호 한도액을 1인당 2000만 원에서 시중은행과 같은 5000만 원으로 상향해줬다. 2002년 3월에는 ‘상호신용금고’에서 ‘상호저축은행’으로 명칭 변경을 허용했다. 저축은행으로 예금이 몰릴 수 있도록 길을 터 준 것이다.
MB정부도 마찬가지다. 현 정권의 금융당국은 2005년 12월 ‘상호저축은행업 감독규정’을 개정해 비상장회사 주식 및 회사채 투자 한도를 완화해 사모투자펀드(PEF)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해 저축은행 간 인수를 허용했다.
이로 인해 저축은행은 짧은 기간에 급성장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들 대부분이 10년이 되지 않는 짧은 역사를 지닌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 소상인은 “1금융권보다 금리가 더 좋았다. 서민들을 위한다는 생각에 많이 이용하게 됐다"며 저축은행을 이용하는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일부저축은행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대형 저축은행 10곳을 포함해 1년 반 동안 20곳의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하고, 고객들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서민들의 돈이 헛된 곳에 쓰이고 있다는 충격적인 언론보도가 연일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의 비리는 충격을 넘어 상인들이 쓴웃음을 짓게 만들고 있다.
저축은행 부실 심해지도록 금융당국은 뭐했나
그렇다면 저축은행의 부실을 초래한 이유는 무엇일까. 금융전문가들은 “저축은행 사태의 최대 원인은 저축은행들의 무차별적 외형 확장이 그 이유이며 특히 부동산 PF대출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대형 저축은행들 대부분이 고수익·고위험 투자로 꼽히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했다가 낭패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PF 대출은 여신상품으로 부동산 개발사업 시 토지매입자금에 대한 계약금과 중도금·잔금·공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저축은행의 경우 부동산 개발과정에서 시행사에게 토지매입자금을 대출하면 시행사가 이를 가지고 지차체 사업승인을 얻는다. 이후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저축은행의 대출을 상환하는 단기 브리지론 형태가 많다.
즉, 도급계약 체결 이전에 시행사가 토지대금 계약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으키는 대출 형태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이때 시행사가 보증을 건설사로 세웠을 경우, 건설사도 부담을 지게 되며, 보증을 선 건설사가 원금회수에 직면할 경우 자금 압박을 받게 된다.
때문에 건설과 부동산업계가 저축은행 사태를 예의주시 하는 것이 당연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로도 `건설사 부도→저축은행 추가 부실’의 악순환으로 이어졌던 전례도 있다.
건설사 홍보임원에 따르면 “PF대출은 결국 ‘돈'이다. 시행사가 보유한 적은 돈으로 공사가 어려우니 저축은행에 대출을 받고 그 후에 이를 갚는데, 분양이 어려워지면서 이 또한 갚지 못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사실은 건설업계와 저축은행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귀띔했다. 저축은행 부실 사태가 건설과 부동산업계로 불똥이 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저축은행 부실의 또 다른 이유는 정부의 각종 ‘당근’을 제시해 저축은행의 대형화를 부추긴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금은 폐지됐지만, 2006년 8월 도입된 ‘8·8클럽’도 저축은행 부실의 초석이었다는 지적이다. 8·8클럽 정책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 이상이면서 고정이하 여신 비율이 8% 미만인 저축은행에 대규모 여신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준 것이다.
이때부터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시장 활황에 발맞춰 서민금융 대신 PF에 ‘올인’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최근의 저축은행 부실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이에 박병석 민주통합당 의원도 성명을 통해 “막장드라마도 이 같은 막장드라마가 없다. 정부의 정책실패, 금감원의 감독과 관리의 부실, 대주주의 탐욕과 비리가 총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이번 저축은행 비리 사태”라며 “이것을 보면서 우리는 금감원의 존재이유를 묻는다”며 권혁세 금감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