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6일 김영일 북한 노동당 국제비서가 김정은 제1비서의 방중 의향을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김영일 국제비서가 지난달 말 중국 베이징에서 후진타오 주석에게 이런 뜻을 전달했고, 후 주석도 환영 의사를 보였다는 내용이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언론 보도와 관련해 지난 8일 “김정은의 방중과 관련해서는 적절한 시기에 쌍방이 합의해서 이루어지지 않겠느냐는 식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3차 핵실험과 방중의 상관관계는?
북한이 내부결속을 이유로 방중을 포기하고 3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양무진 교수는 “핵과 미사일은 대미용 도발이다. 내부결속은 부수적인 의도일 뿐”이라며 “현재로선 3차 핵실험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백승주 책임연구위원도 “북한이 겉으로는 3차 핵실험 의지를 보여주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대외관계로 인해 핵실험 감행에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지난달 베이징을 방문한 김영일 국제비서가 그런 부분을 중국과 타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북한은 대외전략을 3차 핵실험에서 우라늄 농축활동으로 선회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 1차 준비회의에서 나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의 북한 핵실험 자제 촉구 공동성명을 반박하며 “평화적 우주개발과 핵동력 공업 발전을 추진하면서 강성국가를 보란 듯이 건설할 것”이라고 밝혀 핵실험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북한식’ 강경 외교 한계
지금까지 북한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강경 일변도 외교노선을 추구해왔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 1998년 첫 다단 로켓인 대포동 1호 시험 발사를 시작으로 2009년 2차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기술을 축적하는 동시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이 대포동 1호를 발사한 뒤 미국은 북한과 미사일 회담을 재개하고, 금창리 지하시설 사찰과 60만 톤 식량을 지원하는데 합의하는 등 채찍보단 당근으로 북한을 달랬다.
이후 미국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돈세탁 우선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북한의 통치자금을 동결시키자 북한은 2006년 7월 대포동 2호를 발사, 10월 9일 1차 핵실험을 강행하며 자구적 상황 돌파에 나섰다. 결국 북한은 2007년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고 핵시설 불능화와 대북 중유지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13합의를 도출해내며 실리를 챙겼다.
이어 북한은 2009년 4월 5일 광명성 2호를 발사하고 한 달여 뒤에는 2차 핵실험까지 실시했다. 이에 국제사회는 북한의 모든 무기체계와 관련해 제재를 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1874호를 채택했다. 그러나 북한은 계속되는 제재에도 천안함 사태, 연평도 포격 등 군사적 도발을 이어갔다.
이번에도 먼저 손을 내민 것은 미국이었다. 미국은 2011년 1월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 내 공화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3차례의 북미 직접대화를 통해 2012년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중단과 24만 톤의 식량지원’의 내용이 담긴 2·29 북미합의를 성사시켰다.
북한은 지난달 13일 김일성 탄생 100주년이라는 정치일정에 맞춰 광명성 3호 발사를 강행했다. 2·29 북미합의는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사실상 파기됐고, 북한은 또 다시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었다.
결국 북한은 최근 방중설을 계기로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냈다. 이로써 몇 달간의 냉각기를 거쳐 2·29 북미합의가 재개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백승주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2·29 북미 합의에 더 이상 구속받지 않겠다는 얘기를 했지만, 결국 2·29 합의 재개에 대한 입장을 중국을 통해 미국에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수십 년을 이어온 ‘북한식’ 강경 일변도 외교가 서서히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의 외교전략, 美·中 대응에 달렸다
북한의 방중 이후 동북아 정세는 미국과 중국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북한의 1, 2차 핵실험 전에도 격한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말리는 시늉만 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최근에도 중국은 북한의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을 지지하는 등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40여 곳의 북한 기업이 안보리 추가 제재명단대상에 들어간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히며 3곳으로 최소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백학순 수석연구위원은 이에 대해 “기본적으로 유엔안보리 의장성명은 구속력이 없다”며 “중국은 북한을 미국과의 대결구도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대북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백승주 위원은 북한의 방중 이후 미국의 대응에도 주목했다.
그는 “방중 이후 북한과 미국의 대화국면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지만 미국 내 공화당의 반대 분위기로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북한이 방중을 통해 미국과의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이전처럼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얻어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국민들은 또 한번 긴장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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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영 기자 gwang@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