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민간인 사찰사건 특별수사팀(팀장 박윤해)은 공직윤리지원관실(총리실 산하)이 2009년 새누리당 현기환·정두언 의원과 민주통합당 백원우·이석현 의원 본인 또는 주변 인사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정황이 드러나 있는 자료를 확보, 수사 중이라고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검찰은 진경락(45·구속) 당시 지원관실 총괄과장이 외장 하드디스크에 옮겨 여동생 집에 보관하고 있던 불법 사찰 자료를 최근 진씨 여동생 집 압수 수색 과정에서 확보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파일이 날짜별로 정리돼 있는 이 자료에는 "따라붙어서 잘라라" "날릴 수 있도록"이라며 특정 공공 기관장과 공무원에 대한 '표적 사찰'을 지시하는 내용, 민간 기업인 등에 대한 암행사찰 전담 직원을 지정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윤석만 전 포스코 사장에 대한 불법 사찰 관련 내용도 여기 들어있다고 보도했다.
예컨대 현기환·정두언 의원과 관련해선, 2009년 1월 21일 작성된 '해야 할 일 12'란 제목의 파일에 "사하구청장 조정화:현기환(초선·사하갑) 의원이 대통령 비방. 친박(親朴) 쪽으로 9일 상경. 국회의원은 현 의원을, 산하단체는 광주은행 감사(정두언과 친함)를 타깃으로"라고 돼 있다.
형식은 지원관실의 공직 감찰 대상인 구청장을 염두에 둔 듯하지만 실제로는 여당 정치인들을 타깃(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또 9월 16일과 10월 14일 작성된 '현재 해야 할 일 열거'라는 파일과 '1014 해야 할 일'이라는 제목의 파일에는 "백원우·이석현 관련 후원회, 동향, 지원 그룹이 실체가 드러나도록 보고하라"는 내용이 거푸 나온다. ‘야권 정치인들의 주변 사람들을 뒷조사함으로써 정치 보복을 하려 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진경락씨의 외장 하드에 담긴 ‘불법 사찰’ 정황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정권 실세들에게 비판적이었던 여권 내 친박계 정치인들과 소장파 의원, 야당 정치인들을 지원관실이 광범위하게 사찰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과 궤도가 같은 것이다.
친박계 핵심 가운데 한 사람인 현기환 의원은 사찰 대상이 되기 1개월여 전인 2008년 11월 이 대통령이 당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팀을 교체하지 않겠다고 밝히자 “대통령이 밑바닥 정서도 모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정두언 의원은 지원관실 사찰을 지휘하고 보고받은 ‘몸통’으로 의심받는 박영준 전 차관이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이던 2008년 봄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고 박 전 차관을 비판했던 사람이다. 박 전 차관은 이 일이 계기가 돼 비서관에서 물러났다.
민주통합당 백원우 의원은 2009년 5월 29일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에서 이 대통령을 향해 “살인자, 사죄하라”고 고함을 쳐서 기소됐다.
같은 당 이석현 의원은 2009월 6월 말 이 대통령이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떡볶이집을 방문하자 “대통령은 떡볶이집에 가지 말라. 손님 안 온다. 애들 경기(驚氣)한다”고 공격하는 등 ‘이명박 저격수’라는 말을 들었다.
조기성 기자 ksch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