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움츠린 구본준, 삼성 묻어가려다 LG 깎았다
잔뜩 움츠린 구본준, 삼성 묻어가려다 LG 깎았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2-05-15 09:08
  • 승인 2012.05.15 09:08
  • 호수 941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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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축된 LG전자

- LG전자 현직자 “여전히 ‘삼성에 묻어가기’ 전략, 부끄럽다”
- IT업계 “한번 뒤처진 ‘옵티머스’ 브랜드로는 추격 힘들어”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LG전자(부회장 구본준)는 지난 3일 스마트폰 ‘옵티머스 LTE2’를 공개했다. 삼성전자(회장 이건희)의 갤럭시S3 공개일과 같은 날이다. 하지만 LG전자는 삼성전자와는 달리 ‘자랑스러운 신제품’을 소리소문 없이 발표해 의문을 샀다.

그 흔한 신제품출시회나 기자간담회도 없이 보도자료만 배포한 채 옵티머스 LTE2의 홍보를 접다시피 한 것이다. 같은 날 발표한 삼성전자의 갤럭시S3가 1주일이 지난 10일 현재까지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LG전자 현직자는 “(본인이) 재직중인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MC사업부의 마케팅을 보고 있자면 한숨밖에 나오질 않는다. 아직도 ‘삼성에 묻어가기’ 전략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통신업계 관계자 역시 “LG가 삼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출시 전부터 자사 제품을 홀대해 이뤄진 전략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LG가 나은데 스스로 위축된 것이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옵티머스 LTE2는 통신칩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하나로 합친 퀄컴의 원칩을 채택해 슬림할 뿐 아니라 배터리 소모를 줄였다. 또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특성상 멀티태스킹 등으로 메모리가 부족해지는 것을 감안해 2G RAM을 장착했다. 동시 발표된 갤럭시S3의 사양은 투칩에 1G RAM으로, 쿼드코어의 속도감은 주목할 만하지만 그에 따른 전력소모가 크다는 약점을 지녔다.

무엇보다도 옵티머스 LTE2는 이제 막 적자를 벗어난 LG전자의 실적을 살릴 킬링아이템(killing item)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평이기 때문에 LG전자의 이번 행보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미국 IT 전문 사이트인 엔가젯(Engadget)은 갤럭시S3와 옵티머스 LTE2의 공개일에 맞춰 두 제품을 동시에 다뤄 눈길을 끌었다. 이용자들은 “옵티머스 LTE2가 갤럭시S3보다 사양도 더 좋고 디자인마저 더 낫다”고 평가하며 옵티머스 LTE2의 손을 들어줬다. LG전자의 숨죽인 국내 마케팅으로 인한 미온적인 반응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를 두고 IT업계 관계자는 “LG의 마케팅은 아직 멀었다. 아직도 한번 뒤처진 ‘옵티머스’라는 이름으로 승부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라면서 “광고조차도 삼성이나 애플은 실생활 속 감성을 자극하는 아이디어로 제작해 내보내는데, LG는 옛날 방식의 스타마케팅으로 구매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LG전자 내부에서도 자체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여러 차례 강조돼 왔다. 구본준 부회장은 지난 7일 LG전자 전사 월례조회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회사는 경영기획부문이 바쁜데, 우리는 경영기획부문이 바쁘지가 않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진행중인 자사 세무조사와 LG디스플레이 등 같은 그룹 내 계열사의 압수수색으로 지나친 긴장상태에 놓인 LG전자의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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